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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대모 박순희의 노동운동 30년을 지켜 본 이들이 그의 60 살을
기념하여 쓴 글 모음집이다.
▲ 선한싸움꾼 박순희 아녜스 노동운동의 대모 박순희의 노동운동 30년을 지켜 본 이들이 그의 60 살을 기념하여 쓴 글 모음집이다.
ⓒ 삶이 보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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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을 하는 사람, 혹은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내가 가졌던 막연한 생각이 얼마나 편협하고 왜곡된 것이었는지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나 저자를 직접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컨대 내 자신이 직접 시위 현장이나 단식 현장에 가보기까지는 그런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누군가와 늘 다투기를 좋아하는 싸움꾼 기질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 지레 단정을 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전방에서, 혹은 남들이 모두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을 때 용기있게 쓴 충고를 마다지 않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그들은 정말 부드럽기 그지없을 뿐 아니라, 남들보다 더 순박하며, 더 선하고, 늘 눈물샘이 마르지 않는 아주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어서 적이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노동운동의 대모로 노동현장에서 강산이 3번이나 변한 세월을 살아온  박순희 아녜스 역시 그를 아는 이들이 한결같이 따뜻한 누이, 누구보다 눈물과 정이 많은, 순하고 푸근한 어머니 같은 사람으로 기억을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30년이란 긴 세월을 거쳐 노동운동의 최전방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었을까? 많은 이들이 그 비결은  바로 그의  깊은 신앙심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있다고 결론을 짓는다.

<선한 싸움꾼 박순희 아녜스>는  노동운동의 대모,  박순희씨의 환갑을 맞아 짧게는 십 수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그의 삶을 행적을  지켜 본 이들이 쓴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진정제 두 알을 먹으며 시작한 노조운동

박순희는 철도노동자의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가톨릭 가정에서 성장하여 아녜스란  유아 세례명을 받은 그녀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을 해야만 했다. 한동안 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열등감과 분노로 성당에 발길을 끊고 자신은 공순이가 아닌, 선생님이 되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학원에 다니며 독학을 한다.

처음 취직했던 학성모직에서 직포기술을 배워 원풍모방에 직포기술자로 입사한 그녀는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을 통해서 성당으로 다시 돌아온다. 가톨릭노동청년회 창설자 죠셉 까르딘 추기경의 "노동자는 온 세상의 금은보화를 합친 것보다 더 귀한 존재"라는 말에 노동의 신성함을 깨달은 그녀는 수녀가 되려던 결심을 바꾸어 노동운동에 뛰어든다.

순박하기 그지없고 눈물 많은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진정제 두 알을  먹어가며 노동조합 운동을 시작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대접 받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스스로 싸움꾼의 삶을 택한 이래 단 한 번도 한눈을 팔거나 곁눈질을 하지 않은 여자, 그런 그녀를 문정현 신부는 '작은 예수 노동자 박순희'라 부르기를 서슴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이, 30년이 지나 어느덧 60살이 된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현장을 누비는 전사로 살아가고 있다.

푯대를 향하여 가라!

몸을 돌보지 않는 정열과 투지로 그는 앞장서고 동참했다. 노동만이 아니라 인권, 소수자, 국가보안법. 통일, 농민, 빈민문제 등 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온갖 제도와 법률의 모순에 한 치의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이 맞닥뜨렸다. 그러면서 어릴 적 순박함에서 단단한 활동가, 철혈의 운동가로 변해 가는 모습을 그는 역연하게 보여주었다 -책인용-

내가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내 믿음을 지켰으니
이후로는 내게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어...

책을 다 읽고 나자 내 머릿속에는 오직 저 성경 한 구절이 맴돈다. 그가 꿈꾸는 대로 기쁨으로 노동하는 사회, 노동자가 이땅의 주인으로 대접받을 그날을 그리며  전진하는 그녀에게 반드시 빛나는 면류관이 예비되어 있으리니.

옳은 일에 신념이 있는 자들에게는 두려움이 없다. 확실한 목표,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박순희 아녜스야말로 그런 자기 확신 가운데 노동운동이라는 외길 인생을 달려 온 사람이다. 그에게 필요한 말은 언제나 단 한마디일 것이다.

가라,  푯대를 향하여!!!

덧붙이는 글 | 선한싸움꾼 박순희 아녜스/ 박순희 외 지음/삶이 보이는 창/9,000원



선한 싸움꾼 박순희 아녜스

박순희 외 지음, 삶창(삶이보이는창)(2007)


태그:#박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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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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