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31 지방선거 당시 공무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한 관권선거 혐의로 시장을 고발해 대법원 판결로 결국 낙마시킨 전국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가 이번에는 경기도의 낙하산 인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투쟁으로 또다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는 사태로 커지고 있다.

경기도가 안양시 동안구청장으로 제2청 행정관리담당관 류해용 서기관을 발령하자 전국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조합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며 취임식 자체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과 경찰병력이 정면 충돌하는 사태마져 불거졌다.

 

지난 20일 경기도로부터 안양시 만안구청장 전입 발령을 받은 류해용 서기관은 21일 오전 8시45분 동안구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현관에 들어서려 했으나 대기하던 전공노 안양시지부 노조원들이 저지하고 나서자 급기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 경찰병력이 투입됐다.

 

경찰과 안양시 공무원노조 조합원 500여명 충돌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9시10분께 동안구청사 홀안으로 진입했으나 시청, 만안구청 등에서 속속 집결한 300여명의 조합원들이 구청장실로 통하는 중앙계단과 2층 복도 등에 자리하고 농성에 들어갔으며 경찰은 수차례 강제해산을 시도하며 충돌을 빚었다.

 

동안구청사 홀에서 노조와 경찰의 대치속에 현관밖에서 도 공무원들과 대기중이던 류 구청장은 오전 10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청사 옆쪽 계단을 통해 가까스로 구청장실이 위치한 2층 복도로 진입해 열쇠수리공을 불러 10시 21분께 집무실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 100여명은 노조원들과의 격렬한 몸싸움으로 구청장 입구를 확보했다.

 

조합원들은 "낙하산은 물러가라", "경찰병력은 즉각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농성에 들어갔으며 박광원 안양시 지부장은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를 뒤흔드는 처사로 안양시와 경기도청간의 싸움이다. 경기도와 박 부시장은 각성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전 11시께 전공노 경기지역본부장 등 전공노 중앙위 임원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시청과 동사무소 근무하는 조합원들까지 모여들며 조합원수는 500여명으로 불어나자 경찰은 11시30분께 동안구청사내 경찰병력을 철수하며 대치상황은 일단 종료된 상황이다.

 

안양경찰서, 조합원 15명 연행 사법처리 검토중

 

이 과정에서 9시7분께 2명의 조합원 연행을 시작으로 9시12분께 2명, 9시30분께 9명이 연행되고 박광원(48) 전공노 안양시지부장 권한대행도 10시 40분께 모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 하는 도중 연행되면서 현재 노조 조합원 15명이 연행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있다.

 

더욱이 구청장실에서 류해용 신임 구청장을 면담하고 나오던 손영태(42) 전공노 위원장이 경찰과 마찰을 빚으며 연행되는 사태마져 발생하자 전국공무원노조 임원들이 긴급 전화 연락을 통해 안양으로 급히 집결할 것을 요청하는 등 긴박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안양경찰서는 "이들을 업무방해 및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조사중으로 검찰과 협의해 입건 등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혀 재차 충돌 우려를 낳고있다.

 

신임 구청장, "구청장 임명받고 운명으로 생각했다"

 

이날 청사밖에서 대기하다 구청장실에 들어간 신임 류 구청장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좋은 일은 아니지 않느냐. 이 자체는 불법이다"고 말하고 현재 심정으로는 "임명받고 운명으로 생각했다. 구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류 구청장은 오늘 계획했던 취임식을 포기하고 서면으로 배포한 취임사를 통해 "단지 경기도에서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안양시로 왔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위해 가교역할을 다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다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신임 구청장 출근 저지와 별도로 안양시청에서도 박신흥 부시장의 출근 저지가 시도됐으나 경찰 보호로 청사에 들어온 박 부시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집무실로 이동했으나 도어실린더가 고장나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철문을 들어내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21일 오후 6시30분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 조합원 200여명이 시장 권한대행 박신흥 부시장 집무실앞 3층 복도에서 농성중인 가운데 노조 임원들과 시장 권한대행 박 부시장이 면담을 진행하다 결렬되자 경찰 경호속에 청사밖으로 나서며 또다시 충돌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11월 5일 동안구청장이 안양시장 후보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 하면서 발생한 결원에 따른 후임 인사가 문제의 발단이다. 4급 서기관 자리인 동안구청장은 그동안 '경기도몫' 차지라는 관행(?)으로 안양시장이 경기도에 도 자원 파견을 요청해 왔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8일 안양시장 권한대행을 맡고있는 박신흥 부시장에게 구청장 후임 인사를 경기도에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내 달라고 요구하자 공무원노조는 안양전공노는 자체 보직 인사 하라"며 강력 반발하며 저지를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과 공무원 노조측은 사태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협상 부재 및 도에서 임명한 권한대행이라는 한계로 인해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 20일 오전 박 부시장이 도에  후임 구청장 인사를 요청하고 당일 도는 전격적인 단행했다.
 
이에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는 21일 오전9시 열릴 예정이던 동안구청장 취임식 및 부시장 출근저지 등을 천명하고 나선 가운데 급기야 안양시 행정 질서가 마비되는 사태로 악화되면서 도와 안양시의 인사교류 갈등은 겉잡을 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구청장 인사를 둘러싼 이번 사태가 도-시간 갈등속에 행정의 마비 양상마져 불거질 우려를 보이자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도는 불합리한 인사와 관행을 개선하고 일선 공직자들도 본연의 직무를 되돌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공무원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