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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말이 되면 지지율 20%를 넘어 이명박 후보와 1위를 다툴 겁니다."

 

11월이 오기 전,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가 자주 했던 말이다. 시간은 흘렀다. 11월은 중순을 넘었다. 그러나 문 후보가 기대했던 '영광의 11월'은 오지 않았다. 문 후보는 현재 지지율 4위를 달리고 있다. 문 후보 쪽은 "아직 시간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대선을 정확히 30일 앞둔 19일 현재, 오히려 문 후보는 '지지율 정체-TV 토론 배제-단일화 압박'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비상구도 좀체 보이지 않는다. 싸늘해진 날씨만큼 문 후보는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정체-TV토론 배제-단일화 압박

 

먼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보자. 19일 여러 언론 매체는 일제히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문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6~8%대로 나왔다.

 

<조선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6.6%를 기록했다. 또 <SBS>-TNS코리아 조사에서는 7.2%,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8.2%를 기록했다.

 

이처럼 문 후보가 기대했던 두 자릿수 지지율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은 5%이상 10%이하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문 후보의 성적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이은 4위의 기록이다. 최근 계속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에게도 5~8% 포인트 뒤져 있는 수치다. 19일 언론보도를 보면, 정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13~17% 수준이다.

 

 

또 이런 낮은 지지율은 방송사의 TV토론 배제로 이어졌다. KBS와 MBC는 12월 1~2일 공동 주최하는 대선 후보 TV토론회 초청 대상을 '여론조사 지지율 10%이상 후보'로 한정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방송사는 이명박 후보, 정동영 후보, 이회창 후보에게만 참석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문 후보 쪽은 "방송사가 시청률을 의식해 지지율이 높은 3명의 후보만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야 원로들도 후보 단일화 요구

 

문 후보도 직접 "부도난 기업 대표 3명만 모아 놓고 진행하는 토론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문 후보 쪽의 김영춘·정범구 공동선대본부장 등은 두 방송사를 항의 방문해 시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직 방송사의 견해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문 후보를 또 괴롭히는 것은 바로 집요한 후보 단일화 압박이다. 문 후보는 지난 14일 "나에게 더 이상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묻지 말라"며 "세력과 세력이 권력만을 위해 무원칙하게 몸을 섞는 단일화에는 관심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 목소리는 계속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거론하며 문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 후보는 18일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 등록(25~26일) 전까지 후보통합과 연합방안이 마무리될 수 있어야 한다"며 "저 개인의 제안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요 역사의 명령이다, 문 후보가 민주·평화·미래세력의 연대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재야 원로들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박형규 목사, 고은 시인 등은 19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개혁세력은 패배주의를 떨쳐버리고 후보단일화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주개혁세력 내부의 가치논쟁에 몰두하기보다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을 감동시킬 때"라며 "대통령 후보의 준법정신과 정직성에 무관심하고 대기업과 부유층에 편중된 '경제 살리기'를 추구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 사이의 차이보다 더 선명한 가치대립이 어디 있겠냐"고 밝혔다.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이날 기자회견은 문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정치권에 이어 재야 원로들까지 나선 건 문 후보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19일 결렬됨으로써 문 후보를 향한 후보 단일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마이 웨이"... 영광의 11월은 언제?

 

이와 관련 문 후보 쪽의 고원 전략기획단장은 "현재 단일화의 모든 '모멘텀'이 문 후보에게만 쏠려 있다"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고 단장은 "부패 특권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밝혔다.

 

장유식 대변인도 "나라를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은 감사하게 여긴다"며 "그러나 무원칙한 단일화가 승리의 길이 아니라는 것은 원로 분들도 알고 계실 줄 안다"고 말했다. 즉, 현재로서는 계속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는 기존 견해대로 대통령 후보 등록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후보 등록 이후에도 상황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 문 후보는 이르면 20일,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는 단일화 요구 목소리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어쨌든 문 후보는 단일화 압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이제, 문 후보가 말한 '영광의 11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문국현#정동영#후보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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