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6호선 G역에는 애닯은 사연의 노(老)연인들이 있어 화제다.  매일 아침 7시쯤이면 역사 안에 있는 의자에서 연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볼 수 있다. 적어도 10여 분 안에 나타난 할머니는 손에 작은 보따리를 들고 오신다. 그들은 어제 만났다가 헤어졌지만, 아득한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연인들처럼 손을 마주 잡고 아침 인사를 나누고서는 보따리를 풀어서 아침 식사를 한다.

 

이렇게 식사가 끝나면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손을 꼭 붙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론가 가시는데, 그동안에도 아쉬워서 할아버지의 어깨에 할머니는 머리를 기대고 할아버지는 허리를 꼭 껴안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는 모습은 영락없는 젊은 연인들이다. 이렇게 나란히 전철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신다.

 

이렇게 차가운 역사 안에서 식사 하는 모습을 늘 보아온 미화원 아줌마들이 요즘 같은 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가져다 드리기도 한단다.  할아버지는 멀리 군포에서 이 시간에 맞추어 오신다니 얼마나 일찍 집을 나서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할아버지는 한번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고, 늘 먼저 와서 할머니가 내려오시는 입구를 바라보시며 기다리곤 한다.

 

이 분들은 지난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만나셨다. 한번은 할머니께 사연을 물은 적이 있었다.

 

“영감님은 군포에 사시는데, 이렇게 만나서 알게 되면서 이제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어.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내 딸년이 살고 있어. 나는 그 딸년에게 얹혀사는데 미워 죽겠어.”
 

“아니, 따님이 모시고 사시는데 왜 미워요?”

 

“지 애비가 죽고 나자 나를 시골에 둘 수 없다고 자식들이 서울로 올라가자고 야단들이었어. 그 때, 다른 아들 녀석들은 아직 기반이 덜 잡혀서 내가 얹혀 살 만한 집구석도 못 마련했지. 딸년이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내가 살 만한 방은 하나 줄 수 있으니까 자기가 나를 모시겠다고 하였지. 그래서 나를 모시는 조건으로 재산을 정리해서 내 몫까지 모두 딸년에게 줬지. 그런데 딸년이 영 나를 푸대접해.”
 

잠시 눈물 자국을 지우시듯 눈자위를 만지신 다음 할머니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 영감님이 한 달에 10만 원씩을 용돈으로 주니까 그것을 가지고 병원에 다니면서 약도 사 먹고 그러고 있는 거야. 딸년이 용돈도 안 줘서 내가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해.”

 

할머니는 집에는 이야기도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밖에 나와서 만나고 하루 종일 같이 있다가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사이에 역에서 헤어지는데, 서로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며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애처롭게 헤어지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할아버지께서 저녁 때까지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 이 시간에 떠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란다.

 

이런 사연을 담은 어머니를 위해서 효자들이 놓은 다리로 전남 벌교에 선근다리가 있고 경주에는 효불효교가 있다. 선근다리는 나이 들어서 외간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고 자식들이 강을 건너기 쉽게 징검다리를 놓아드린 것이다. 효불효교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밤중에 얼어붙은 차가운 내를 맨발로 건너 외간 남자를 만나는 어머니를 안타깝게 여겨 아들 7형제가 어머니 몰래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이다. 아버지께는 불효지만, 어머니를 위해서는 효도를 하였다 하여 효불효교라고 불렀단다.

 

이미 1,500여 년 전에 아들들은 이렇게 어머니를 위해서 다리를 놓아 드렸다는데, 오늘의 딸도 어머니를 위해서 효불효교를 놓아 드릴 수는 없을까?

 

이미 노령화 사회를 넘어서 초고령화 사회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에서 노령인구의 성문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는 자녀들이 부모세대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 개인불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지하철, #노인, # 만남 , #효불효교, #선근다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