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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기관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가 긴 연구 생활에서 은퇴하여 여생을 즐기게 된 것은 64세이였다고 한다. 그는 64세 이후 여기 저기 여행도 하고 유명인들과 교제도 하고 여유자적의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보내다가 더 늙으면 정신적 기능이 마비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해서, 80세까지 무엇이든 쉬지 않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년의 건강을 유의하여 열 시간 이상의 수면 시간을 엄수하는 등 아주 이상적인 만년을 보냈다 한다. 
 
 
그러나 '제임스 와트'처럼 여유자적 말년을 보낼 수 있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시내 버스나 마을버스가 지나다니는 해운대구 중 2동 주공 아파트 정문 근처 버스 정류장은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숲속에는 버려진 의자들로 차려 놓은 이 동네 노인들의 소중한 '만남의 쉼터'가 있다. 시내 버스를 기다리면서 종종 노인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바둑을 두거나 장기를 두고 있는 모습에 왠지 자석처럼 끌려도 유심히 엿보기는 뭣해 그냥 스쳐 지나곤 했다.
 
사실 나무 그늘이 시원한 여름에는 매미들과 풀벌레들이 왁자하게 우는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서 삼삼오로 모여 바둑 두는 동네 할아버지들의 모습은 망중한 같은 나름대로의 풍류의 여유마저 엿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쌀쌀한 찬 바람이 불고 우수수 낙엽이 떨어지는 이 만추에 헐벗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뼈대처럼 드러나자, 비닐 천막은 새의 날개처럼 찢어져 있고, 쌩쌩 바람이 부는 허허 벌판같은 평상에서 장기를 두고 바둑을 두는 노인의 모습에 가슴 한 편이 시려왔다. 
  
 
할아버지들은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서 오후 2-3시 쯤이나 벗을 만나러 나오신다고 하신다. 이 만남의 장소는, 중2동 주공아파트와 근처 동네 사는 노인들의 유일한 쉼터의 공간이라고 한다. 내년 봄에 철거 계획이 되어 있는 주공 아파트는, 35년이상이 된 낡은 아파트이고, 당연히 '노인정'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한다.

한해 두해 난 아파트도 아닌데 '노인정' 하나 없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대개의 세대주나 세입자들 중에 특히 노인층이 많은 중2동 주공아파트 단지, 오랜 세월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제대로 없었다니 믿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정말 가을이 온다는 사실보다도 단풍을 먼저 보게 되듯이,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노인이 되는 것은 순식간인데 말이다. 
 
따뜻한 난로는 없더라도 찬 바람을 가릴 수 있도록, 동민들이나 관할 행정 당국 등의 배려와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연륜이 모든 것을 빼앗아 가더라도, 이 세상의 주인이었든 그들 덕분에, 이렇게  살기 좋게 된 세상은 이제 그 빚을 노인복지후생시설로써 베풀어야 할 차례가 아닐까.

태그:#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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