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자취마저 소리없이 거둬들여 너, 어느 날 나를 스쳐 가다 다시 못 올 수다들을 끌어안고 모처럼 붉게 웃는 하늘마저 쓸어안고 흘러, 또 가다 이름도 채 불러주지 못한 그 여름 다 모아들여 황급히 가다 이제는 기억조차 아스라한 어린 손 두 쌍 끌어안고 흘러, 다시 못 볼 곳 가다 가서, 여기 내 맘 울타리 두루 돌아, 다시 온다 지금, 너는 익숙하게 흘러, 저어 온다 온다 [시 짓고 읊어본 그 길] 정말이지 이제는 다시 못 볼 사람, 정말이지 이제는 다시 못 들을 그 수많은 소리, 그 '흘러간 것들'을 영원히 머무르게 할 곳은 정말 아무 데도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여기 있습니다. 여기 시가 있습니다. 흘러가도 다시 올, 다시 볼 날을 걱정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손 흔들지 않고 오히려 기쁘게 또 보낼 수 있는 강이 여기 제 맘에 있습니다. 영원히 사라져버릴 듯 가버린 강, 그러나 그 강은 늘 같은 자리를 아주 크게 맴돌고 있습니다.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는 강, 그 길은 저만 알고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