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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를 비판함으로써 사실상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삼성동 자택에 머문 닷새동안 정치권의 눈길은 그의 입으로 쏠렸다. 박 전 대표의 손짓 하나에 여론의 향배가 갈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경우 이회창 후보와 격차는 30%P까지 벌어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반면에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면, 이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의 격차를 한자릿수로 줄일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상황이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전전긍긍해 한 사람은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였다.

 

[이명박] "박 전 대표와 나는 뜻이 같다"

 

"박근혜 전 대표와 나는 뜻이 같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낮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서다.

 

이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처음 접하고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후보는 전날 예정된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안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던 터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말 뜻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이 전 총재가 탈당하고 출마한 것에 다소간의 책임이 있다고 어제(기자회견)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는 "정권 교체하고 좌파정권을 물리쳐야 한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와 (나는) 뜻이 같다"며 거듭 박 전 대표와 자신은 '한 편'임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3자회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뜻을 밝힌 데 대해서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정례회동이라는 게 각자 바쁜 가운데 일이 있을 때 만나서 얘기할 수도 있고, 전화로 얘기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만나냐 안 만나냐는 문제는 어제부로 끝난 질문이다. 앞으로 언론인들도 긍정적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박 전 대표와 앙금을 모두 해소한 것 아니냐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자신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며 "국가 건설과정에서 열심히 하면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아가 "경제가 주춤하며 위기에 있기 때문에 그 정신을 받들어 제2의 도약을 해야겠다"고 말해 박정희 정신을 계승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회창] "박 전 대표, 현재로선 그렇게밖에 말 못할 것"

 

이회창 후보는 말을 아꼈다. 이날 지방 순회탐방 첫 행선지로 대전을 찾은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해듣고 "현재 상황에서 그 분으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에는 한나라당 표심의 분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박 전 대표로서는 지금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많은 걸 얻는 국면 아니냐"며 "그럼에도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원칙을 재천명해 (정치적 이득의) 여지를 잘라버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전 대표가 '원칙의 정치'를 다시한번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론조사 추이도 주목된다.

 

10일 실시한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49.7%,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19.1%를 기록해 격차가 30%P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이회창 후보 지지의사를 밝힐 경우'엔,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32.1%를 기록해, 37.6%를 얻은 이명박 후보를 5.5%P 차로 바짝 따라잡았다.


태그:#이명박, #이회창,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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