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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회사의 버스가) 집회에 참여하는 단체용으로, 도로를 점거하거나 통행을 방해할 경우 형사입건은 물론 운전면허가 취소·정지될 수 있다."
 
청주 흥덕경찰서장이 지역의 전세버스 운송회사에 보낸 공문 내용으로, 12일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공개한 것이다.
 
'형사입건'까지 운운했으니 운송회사나 기사에게는 '협박'과 다름없다는 것이 조직위 측의 주장. 경찰서장이 민간회사에 사실상 노조와의 '거래 제한'을 요구한 것이다. 
 
고속도로 막고 서울광장 막고, 그래도 모였는데 부상
 
이같은 공문을 보내지는 않았더라도,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가 벌어진 지난 11일 경찰은 전국 주요 도시고속도로 나들목에서 대형차량을 제지하고 나섰다. 집회에 참여하는 농민들을 막기 위한 이같은 제지 때문에 농민과 경찰간 실랑이는 물론 교통체증도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경찰의 이같은 봉쇄는 성공한 셈. 조직위는 전날 5만~6만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찰의 상경 저지로 2만 5000여명만이 집결할 수 있었다.
 
서울까지는 왔어도 집회장 접근은 쉽지 않았다. 경찰은 세종로 일대와 서울광장 주변에 전·의경 216개 중대(2만여명)을 배치하고 전·의경버스 600여대를 동원해 시위를 원천봉쇄했다.
 
그리고 어렵게 집회에 참여한 이날 시위대 가운데서 5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행자도 125명에 이르렀다. 시위 현장이었던 서울 태평로 일대에는 경찰 헬기가 저공 비행하면서 시위대를 촬영하고 강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참가자들을 위협했다. 
 
이같은 초강경 진압에 조직위 뿐만 아니라 각계 시민단체도 "앞으로 대규모 집회를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냐"며 한 목소리로 경찰의 반인권적인 대응을 비난하고 나섰다. 
 
조직위는 전날 집회에 대한 정부의 집회금지 및 원천봉쇄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고, 오는 12월 1일 2차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찰의 상경 차단으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강경 진압으로 인한 막대한 정신적·물질적 손배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불법 집회 조장하는 정부, 교통체증 유발하는 경찰"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은 민주노총 대전 사무실까지 봉쇄했다"고 주장하며 "20년 동안 전국노동자 대회를 열었지만, 어제같은 진압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역시 "경찰은 농민들을 수갑까지 채워 연행해갔다,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박래군씨는 "정부의 대응은 이제부터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정부와 경찰을 겨냥했다. 그는 "법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당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는 것은 '불법을 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며 "정부와 경찰이 도리어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경찰과 시위대 간 마찰에 대해서도 "경찰을 농민의 상경을 봉쇄하고 경찰차로 시위대 행진을 막고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기도 했다"면서 "이같은 자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면 충돌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민중들이 생존권을 정책적으로만 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꾸 무력으로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르려고 하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교통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해야 할 일을 방치한 채 통제에만 급급했다"며 "오히려 도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되레 교통체증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불법시위 전력상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경찰쪽 주장에 대해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명백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폭력집회'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경찰 "기본권이라도 제한할 수 있다... 우린 안전을 위해 방어"
하지만 경찰은 전날 진압이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집회에 많은 인원이 참가했음에도 최대한 안전하게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기본권이라고 해도 제한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무제한적으로 기본권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은 가만히 있는 경찰을 각목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경찰은 안전을 위해 방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날 집회로 경찰쪽에서는 중상 3명, 경상 18명 등 총 2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무차별 폭력, 기자도 예외 아니었다

 

'2007범국민행동의날 조직위원회'가 11일 주최한 민중 총궐기대회에서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취재기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몽둥이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오마이뉴스> 기자가 광화문 교보생명 건물 앞에서 취재를 하던 중 경찰이 휘두르던 곤봉에 왼쪽 눈 위를 맞아 1cm 정도가 찢어지는 등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해당 기자는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두르던 전경 100여명을 피하던 중이었다.

 

해당 기자가 '취재 중'임을 나타내는 '프레스(PRESS)' 완장을 오른팔에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경찰은 폭력을 휘둘렸고, 기자의 안경과 캠코더가 심하게 파손됐다. 기자는 주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강북 삼성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저녁 7시께 병원으로 찾아와 "우선 치료비와 캠코더· 안경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직접 때린 전경을 찾아 대질할 수 있게 종로경찰서에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당진군농민회 소속 곽영달(47)씨가 안국역 앞에서 경찰의 곤봉에 맞아 갈비뼈 3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10여명이 크게 다쳤다.


#범국민행동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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