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각 당의 예비경선이 끝나고 유망한 본선 후보가 모두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나 했는데 갑작스런 사태로 대선 국면이 또 한 번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바로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전격적인 대통령 출마선언으로 부터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회창은 나서자 말자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하며 파란을 몰고 왔다. 일단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서 난리가 났다. 이명박의 독주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당황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쪽도 마찬가지다. 내심 어부지리로 그 동안의 절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수위 경쟁을 할 것을 기대했는데 3위로 내려앉으며 오히려 경쟁 구도에서 더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 축구처럼 되어버린 대통령 선거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것은 명백히 반칙이라고 강도 높게 이전총재를 비난했다. 확실히 반칙이 맞다. 한나라당 당원이면서 당의 경선을 거치지 않고 경선을 거친 후보가 확정된 후에 탈당해서 따로 출마를 선언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표를 사서 입장하지 않고 몰래 뒤로 담을 넘어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터무니없는 반칙이 가능할까? 그것은 그가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자 말자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이미 지지율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일 게다. 아니다. 반칙해도 이기면 모든 것이 용인되기 때문이고 지지율 2위를 통해 그런 가능성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군대 축구하는 것 같다. 군대 축구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인 군대의 속성 때문인지 페어플레이 보다는 무조건 이기는 게 최고고 최선이다. 그런데 대선 판이 꼭 이런 군대 축구 같다. 각 당의 당내 경선과정에서도 반칙 시비가 있었지만 그래도 파탄까지 가지 않고 다 끝냈고 속내야 어떻든 경선에서 진 후보들은 거의 승복했다. 그런데 이회창의 출마로 대통령 선거판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쟁점과 방향 잃은 혼란?

 

이렇게 되자 연일 언론에서는 이번 대선을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에 비유하면서 호들갑스럽게 난리를 치고 있다. 조금 까다로운 논자들은 세력 있는 개인들에 의해 아무렇게나 판이 뒤집어지고 새로 짜여 지니 정당 정치가 의미를 잃고 정책대결이 실종됐다고 개탄한다. 그런데 이래서 이번 선거판이 정치적 지향이 분명하지 못한 세력과 개인들 간의 혼란스러운 각축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오히려 이회창은 대선 판에 머리를 내밀자 ‘좌파정권 재집권’저지를 내걸며 정치적 색깔을 분명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처럼 ‘경제’를 주요하게 들먹이지도 않았고 또 이명박의 약점이라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는 따지고 보면 실제 내용(한미 FTA, 파병, 미군 기지 문제)에 있어서 거의 무조건적으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노무현정부의 대미 정책에 대해서도 뻣뻣한 태도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왔으므로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미 북미간의 대화 채널을 통해 해결의 수순을 밟고 있는 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핵 불용’을 외치며 극단적이고 어쩌면 무모하기 조차한 극우적 주장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아니 이회창은 바로 이런 극우적 정치 지향을 출마의 명분으로 삼고서 이명박은 이를 이루기에 뭔가 미심쩍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보수세력 끼리의 대결장이 된 대선

 

 아니나 다를까 이회창의 출마 전까지 대북 문제 등 이데올로기적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정치적 문제와 관련하여 싸움판을 만들기 위해 각을 세우며 대드는 정동영의 태도에 대해 대립구도를 희석시키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였든 이명박은 이회창 출마 후에는 태도를 바꿔 적극적인 정치적 보수 지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제 문제에 있어서 여야 할 것 없이 이명박을 따라, 이명박과 함께 성장률 경쟁을 하고 토목 건설 공사 경쟁을 하다가 이제 지지율 1,2위 간의 정치적 보수 경쟁으로 이번 대선판은 급격히 분명한 보수세력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 2위를 달리게 되고 또 반칙을 해가면서 대선 출마를 가능케 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대통합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회창 출마에 대해서 ‘이명박의 부패가 이회창을 불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이 BBK 불법 투자 연루 등 각종 부패가 드러남에 따라 그의 낙마 가능성도 커지고 지지율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대신할 보수 세력 후보자의 필요성의 대두로 이회창이 욕심을 부리게 됐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것 같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하면 이는 완전히 터무니없는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과하다.

 

오히려 원인은 반대다. 즉 이명박이 부패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3배에 이르는 지지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회창의 출마가 가능했다. 이명박이 만약 부패 때문에 인기가 아주 없거나 아니면 여당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하고 있으면 과연 이회창의 출마가 가능했을까? 당장 이럴 경우 보수세력 내에서 이회창의 출마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 역시 아직 ‘차떼기’오명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종이 지금의 대선판 만들어
 
 이명박과 보수 세력이 그렇게 높은 지지율을 가진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다. 바로 자칭 ‘진보개혁 세력’인 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종이다. 무능이 문제가 아니라 의지 부족이 문제다. 특히나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문제는 심각하다. 비정규직 양산, 실업, 양극화 심화 등 굳이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적어도 더 이상 이런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온통 정쟁에만 관심을 가지고 열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엉뚱한 곳에 기대를 걸게 되고 어쩌면 서민들의 생활의 질 향상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명박의 성장주의 경제 논리에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걸게 된 것이다. 그것도 그의 엄청난 부패 의혹까지 용인하고서 말이다.


그래서 이미 여권으로 분류된 세력, 아니 진보 개혁 세력 모두가 도매금으로 국민적 지지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현 정부 정책의 주요 집행자였으니 이미 원죄를 안고 출발했다. 그는 노대통령과 선을 그었지만 함께 했던 부분에 대한 정직한 반성과 사과도 없었고 차별적인 정책적 내용도 내놓지 못했다. 또한 정치적 필요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 대해 거리 두기와 구애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도 없고 이는 이회창 출마와 함께 오히려 지지표 일부가 이회창 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으로 까지 나타나게끔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고 봐야 한다.


이제 어쩌면 우리는 교훈을 얻기 위해 5년이라는 세월을 또 보내야할지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교훈을 얻기 위한 비용이 너무 비싸다.  


#이회창#대선#이명박#정동영#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