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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빨리 차라니까.”

 

지난 1일 오전 11시, 서울에 있는 ㄱ초등학교. 남학생 20여 명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신발은 뛸 때마다 파랗게 깔린 인조잔디에 닿았다.

 

초등생들은 납 가루 위에서 축구를

 

하지만 이 학생들은 전연 몰랐다. 그들의 신발 아래에서 납 가루가 풀풀 날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학교 학부모도 몰랐고, 심지어 교사도 많이 아는 것 같지 않았다.

 

지난 해 12월 인조잔디를 깐 이 학교는 교육부 조사 결과 잔디 위 고무분말에서 안전기준치를 넘긴 다량의 납 성분이 검출됐다.

 

이 학교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교육부 조사 결과 인조잔디를 깐 전체 176개 학교 가운데 네 학교 걸러 하나 꼴인 43개교가 안전기준을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납과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과 같은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물질은 학습장애는 물론 피부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위험물질로 알려졌다.

 

2010년까지 모두 1772억 원을 들여 443개 초중고에 인조잔디 공사를 하겠다고 발표해놓은 교육부는 당장 진화에 나섰다. ‘올 10월 말까지 문제가 된 학교의 고무분말을 전면 바꾸기로 했다’고 지난 8월 발표한 것. 

 

하지만 9일 확인 결과 교육부는 당초 재시공 대상 학교 가운데 22개교만 분말가루 교체 공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ㄱ초를 비롯 21개 학교의 인조잔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두 달이상을 방치해 둔 것이다.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있는데다 기준에 적합한 고무분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부의 주장이다. 이를 돌려보면 운동회 과정에서 발암물질과 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데도 이를 방치했다는 얘기다.

 

교육부 중견관리는 “당초 10월말까지 재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만큼 11월 말까지는 대부분의 학교 인조잔디를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10여 개 학교의 공사를 맡은 업체들이 기준치에 적합한 자체검사 결과를 제각기 갖고 와 따지고 나섰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성 여부에 논란이 있는 학교는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재조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재시공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난 상태다.

 

해당 초등학교장 “교육부 빨리 움직여달라”

 

이렇듯 교육부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학생들은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인조잔디 위를 뒹굴고 있는 것이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은 이 문제 등을 들어 김신일 교육부장관 퇴진 운동까지 벌이고 나섰다.

 

ㄱ초 교장은 “인조잔디에 납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이 시간을 끌지 말고 빨리 재시공을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추가 취재해 깁고 더한 것입니다. 


태그:#인조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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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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