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두산중공업에서 '사비아 5호기 담수증발기'를 제작해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
두산중공업에서 '사비아 5호기 담수증발기'를 제작해 이동시키고 있는 모습.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30년 세계 기술’을 경쟁사에 빼돌린 STX중공업 사장과 상무 등 핵심 임원이 구속되었다.

9일 두산중공업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따르면 STX중공업 산업플랜트부 사장 구아무개(61)씨와 발전본부장 김아무개(54․상무)씨가 구속되었다. 이들은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씨 등은 두산중공업에서 일할 당시 갖고 있던 기술과 영업상 비밀자료를 빼돌려 새로 취업한 회사에서 사용했다는 것. 올해 4월 두산중공업을 퇴직한 구씨는 1981년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옛 한국중공업에 입사했고, 그동안 두산중 전무와 담수BG장, 부사장, 기술연구원장, 상임고문 등을 지냈다. 김씨는 두산중공업에 부장으로 있다가 퇴직했다.

검찰 조사는 두산중공업이 지난 8월 진정서를 내면서 시작되었다. 두산중은 구씨가 퇴직하면서 반납한 노트북을 정리하면서 담수 관련 핵심자료를 유출한 흔적을 발견했던 것.

검찰조사 결과 구씨는 지난 2004년부터 주요 자료들을 별도로 복사하거나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에 저장하여 기술 유출을 준비해 왔고, 상임고문으로 역임하던 2005년부터는 핵심적인 영업기밀 자료를 개인적으로 확보했다. 구씨는 총 900여건에 이르는 자료를 유출했는데, 주요 플랜트 설계 도면이나 입찰 관련 서류, 원가정보, 담수플랜트 설계시 필요한 성능 개선 프로그램 등이다.

또 구씨와 함께 구속된 김씨 역시 두산중의 발전사업과 관련된 핵심기밀정보를 빼돌렸으며, 이외에도 다수의 전직자가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정보는 독자적으로 즉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며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두산중공업은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그러나 지난 30여년 동안 세계 담수시장 46%를 점유할 때까지 쏟아 부은 투자금액과 직원들의 땀방울까지 고려한다면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고 설명.

STX중공업은 구씨 이외에 두산중공업의 전․현직 임직원 20여명을 영입해 발전과 담수플랜트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해 왔으며, 이번에 구속된 2인 외에도 다수가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TX중공업의 명의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라빅 프로젝트 사업수주를 제안하면서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담수 플랜트에서 사용했던 입찰서를 그대로 사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만약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발주처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자칫 해외 시장에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STX중공업 "두산의 영업비밀 침해는 어불성설"

STX중공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두산의 영업비밀 침해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저속 대형 디젤엔진 제조업체인 STX중공업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역량 강화 차원에서 산업 플랜트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자료는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기존 결과물과 기술 관련 자료를 그대로 원용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해당 직원이 보유한 자료를 획일적으로 영업비밀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이들이 보유한 자료는 수십 년간 한국중공업과 두산중공업에 근무하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작성, 보관된 결과물로 영구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영업비밀의 보호기간(통상 1년)이 대부분 지난 것으로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 유지성이 결여된다”고 설명.

또 STX중공업은 “이들이 두산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단기간 내지는 비밀리에 자료들을 수집한 것이 아니고, 이들이 수십 년 동안 연구 기술직에 종사하면서 자료들을 그때 그때 업무상 취득.소지하게 됐다”며 “이들이 영업비밀을 빼돌린 적 없다”고 밝혔다.

STX중공업은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침해 사실은 없으며, STX가 추구하는 플랜트 사업방향은 두산중공업과 다르고, 헌법상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두산중공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