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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미있는 드라마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태왕사신기> <이산> <왕과 나> 등 사극들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띕니다. 책에서만 봤던 딱딱한 역사를 소재로 했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들을 볼 때면 종종 대선 후보들이 떠오르고, 자꾸만 대선 후보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께 몇 가지 질문을 해보고자 합니다.

 

임금의 곁에는 적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대선 후보들께서는 상대방 후보나 상대방 진영,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이 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어떻게든 끌어안고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변을 하기 전에 정조 대왕을 다룬 <이산>의 한 장면을 소개해 드릴 테니, 설명을 다 듣고 대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주 짧으니 잘 들어주십시오.

 

영조가 이산(훗날 정조)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임금의 곁에는 적이 있어야 한다."

 

다시 묻겠습니다. "대선 후보들께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 상대방 후보, 진영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 역시 답하시기 전에 <이산>의 한 장면을 소개해 드릴테니 잘 듣고 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조는 어린 이산(훗날 정조)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임금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이산은 자신이 책에서 배운 그대로 무난한 답변을 하지만 영조는 계속해 고개를 젓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일정한 시일까지 알아오라고 말을 합니다. 어린 이산은 답을 알 수 없어 끙끙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산이 내탕금을 자기 멋대로 썼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집니다. 이에 분노한 영조는 이산에게 자초지종을 묻습니다. 억울하게 청나라로 끌려갈 뻔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이산이 돈을 썼다는 사실을 안 영조는 매우 흡족해 합니다. 영조는 전에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해 이산이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답을 추궁하지 않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답은 영조가 채제공과 나눈 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은 내가 낸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던 듯하구려."


"예. 임금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래. 임금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을 위하는 마음이다. 세손이 비록 자신은 그 답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스스로 행동을 통해 그것을 보인 것이지."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대선 후보들께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한 스스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왕이라는 자리에 눈이 멀면 백성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선 후보들께서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고, 또 어디까지 바라보시면서 대권을 향해 뛰고 계시는 것입니까?"

 

 

이번에는 광개토왕을 다룬 <태왕사신기>에서 한 장면을 빌려오겠습니다. 담덕(광개토왕)은 적은 수의 군사로 백제성들을 단숨에 점령하고, 난공불락이라던 관미성까지 고구려의 영토로 만듭니다. 그러나 도움을 요청했던 고구려 호개군이 담덕을 도우러 오지 않자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백제군들이 성을 수복하기 위해 관미성쪽으로 다가온다는 소식을 듣자 관미성 안에 있던 고구려군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현재 관미성으로 향하고 있는 백제군이 5000천명에 불과하나, 그들 외에 지원병들이 잇따라 올 경우 2~3000명의 병사가 전부인 고구려군으로서는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구려군이 이것을 걱정하지만 담덕은 그들에게 자신 있게 한마디 합니다.

 

"지원군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는 아신은 현재 백제왕과 권력을 다투는 입장에 있습니다. 지금 백제왕은 그런 아신을 도우러 오지 않을 것입니다. 고구려군들과 싸워서 전력의 손실을 입기 바랄 것입니다."


"그래도 관미성은 백제의 심장과도 같은 곳인데요."


"그래도 오지 않습니다. 한번 왕이라는 자리에 눈이 멀면 백성들은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요."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과연 지금 무엇 때문에 대선을 향해 뛰고 계시며, 대선 후보들에게 국민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요?"

 

대선 후보들보다 삶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제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대선 후보님들을 대신해 답변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어리석은 백성인 저 역시 대선 후보들이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디 대선 후보들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앞에 했던 질문을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쯤 자신에게 진지하게 다시 한 번 물어보아 주시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바라는 작은 소망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극 대사 가운데 제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세세한 표현은 달라졌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빗나감이 없게 썼습니다.


태그:#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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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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