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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이다. 17대 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권 삼수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대선 정국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다. 또한, 최근 불거진 전 삼성그룹 고위 간부의 양심고백을 통한 ‘삼성 비자금’ 의혹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게다가 곧 있을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열쇠를 죄고 있는 김경준의 귀국은 또 한 번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7일 “지난 10년간은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의 근간과 기초가 흔들리고 법질서가 실종 되었다. 이번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며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출마의 근본 이유로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을 강조했다. 대북 강경 노선을 표방한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법무팀장)는 최근 “삼성그룹이 수조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검찰, 정치, 언론,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에 뇌물을 주며 관리하고 있다”는, 이른 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함으로써 전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와 민변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의혹관련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뇌물 검사’로는 안 된다며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동영·권영길·문국현 후보는 최근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나아가 대선과 관련해 ‘부패 세력’과 ‘반부패 세력’의 대결을 주장하며 ‘반부패연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가서는 각기 입장 차이가 드러나 성사 여부가 미지수다. 복잡하게 얽힌 형국이다.


하지만 간단하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매듭을 찾아 풀면 된다. 그 출발은 특검제 합의이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길 수 없다. 김 변호사는 검찰 최고급 간부에도 뇌물이 갔다고 했다. 검사 40여명의 명단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재경부와 국세청 등 정부와 언론계 인사 등에 대한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의 엄정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특검제를 도입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의석은 국회 과반을 넘는다. 의지만 있다면 ‘삼성왕국’에 대한 철저한 해부가 가능하다. 작은 것부터 출발하자.


다음은 ‘반부패연대’이다. 이회창 후보는 부패정치인의 상징이다. ‘차떼기당’의 오명을 남기고 정계를 떠났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삼성 비자금’은 대선과 총선 등 정치권에도 뿌려졌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명박 후보 역시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친기업’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 BBK 주가 조작 의혹은 부패경제의 단면이다. ‘반부패연대’는 세 후보 간의 작은 차이점은 뒤로 하고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대의를 우선해 성사시켜야 한다. 누가 덜 깨끗하고 더 깨끗한가가 아니라 ‘썩을 대로 썩은’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후보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필수 요소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대선정국이지만 40여일 앞 둔 지금, 분화된 진보개혁평화세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개약진으로는 이를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다. 개인과 실리를 추구하는 부패세력에 맞서 대의와 명분을 앞세워 반부패세력, 진보개혁평화세력의 연대연합을 통해 대선 승리를 일궈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삼성 비자금’ 특검 도입을 시작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공조할 사안은 많다. 역사의 진보를 위한 각 진영의 실천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참말로>에도 실립니다.


태그:#대선, #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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