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5일 천주교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 현직 최고위직 검찰 간부도 있다고 폭로했다. 앞줄 맨 오른쪽이 김용철 변호사.
삼성 비자금 비리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5일 천주교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 현직 최고위직 검찰 간부도 있다고 폭로했다. 앞줄 맨 오른쪽이 김용철 변호사. ⓒ 남소연

검찰이 수사하면 삼성의 비리가 낱낱이 파헤쳐질까. 삼성그룹 전직 임원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달 29일부터 2주간에 걸쳐 폭로한 '삼성 비리'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간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민변 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 고백한 '삼성 비리' 전체에 대한 검찰조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대검에 제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달 29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또 여러 언론지면을 통해 폭로한 삼성 비리의혹 전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5일 밤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내일(6일) 오후 2시 민변 강당에서 삼성 비리의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며 "기자회견 직후 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6일 제출되는 고발장을 통해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삼성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의 그룹 지배권 승계과정에서의 불법성', '검찰 및 정치권 등 각계 불법 로비실태', '명의도용을 통한 불법 계좌 운용' 등의 수사를 촉구할 전망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주간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삼성 관련 비리의혹은 ▲ 임원 명의 차명계좌를 통한 불법 비자금 조성 ▲ 이건희 회장의 로비지시 문건 ▲ 에버랜드 재판부에 30억 로비 및 증인조작 ▲ 현직 고위급 검사들의 불법 로비자금 수수 명단 ▲ 삼성의 거액 회유 시도 ▲ 이건희 회장 아들인 이재용 전무의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등이다.

 

"자료 더 내놓으라는 것은 검찰 자존심 깎는 행위 아닌가"

 

검찰은 그동안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내용만으로는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비춰왔다. 시민단체가 직접 고발장을 접수하지 않는다면 수사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간접적으로 피력해왔다.

 

김경수 대검 공보관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문제에 대해 "개인간 차명거래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추가로 발표하거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고발한다면 수사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범죄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김 공보관은 김용철 변호사가 '떡값 검사명단'을 공개했을 때도 상당한 불쾌감을 전달했었다. 삼성이 구조본 차원에서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 간부 40명~80명에게 추석이나 설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1년에 10억 원씩 썼다는 폭로를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공보관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노림수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검찰의 문제점을 폭로하려면 구체적인 명단부터 공개할 일"이라며 "왜 로비대상 검사에 대해서는 명단 공개를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핵심 관계자는 "평소에 인지수사 잘하던 검찰이 왜 '삼성 비자금' 수사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극적인지 모르겠다"며 "고발하지 않으면 수사할 수 없다거나 더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의 자존심을 깎는 행위 아닌지 역으로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현직 검사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고 배웠던 사법연수원 시절을 잊었냐"고 반문한 뒤, "돈의 하수인이 되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했던 한 선배이자 후배, 동료검사였던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묵살해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찰의 존재의미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5일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A4 25쪽 분량의 방대한 반박자료를 냈다. 삼성은 이 자료를 통해 임원 1000여명의 차명계좌를 동원해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국제수준의 회계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삼성이 분식결산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는 단언이다.

 

또 김 변호사가 제출한 '회장 지시사항'도 식사자리에서 이건희 회장이 자유롭게 한 말을 차후에 참고하기 위해 정리해놓은 것을 마치 거창한 로비지침이나 되는 것처럼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가 밝힌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삼성측은 "김 변호사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 근무할 당시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사전 양해를 얻어 개설해 사용한 것"이라며 "김 변호사는 퇴직 이후에도 매년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을 제공받아 자신이 대신 납부해 왔기 때문에 이 돈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진실공방'이 치열해지게 됐고, 그 1차 방어전을 검찰조사로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삼성으로부터 불법 뇌물을 받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특검을 통해 삼성비리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법안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검찰 내부에 '수사본부'를 마련해 공명정대한 수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재용 전무#김용철 변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