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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기분 좋으신 날은 이렇게 혼자 나무쌓기 놀이를 합니다.


"이까짓거 궁민학생들이나 각꼬 노는거. 나 안 해!!"라고 하시다가도 기분이 좋으시면 슬그머니 상자를 끌어 당겨서 이렇게 나무토막을 쌓습니다.

 

새참으로 사과를 깎아 드렸는데 방에 다시 들어와 보니 작품(?)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상품화된 이런 제품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크기가 똑같아서 여러가지 모양새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대안학교 학부모께서 제가 나무토막을 톱으로 자르고 사포로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는 글을 읽고는 이것을 보내 주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것인데 너무 아까워 남을 주지 못하고 몇 년째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 했습니다. 나무의 감촉과 향이 참 좋습니다.

 

어머니와의 합작품입니다. 어머니가 좀 쌓아 놓으신 것을 제가 계속 쌓아올린 다음 척추운동 나무봉을 세웠더니 어머니는 잔뜩 겁을 먹고 넘어간다면서 피하셨습니다.

 

그 위에 다시 호두알을 안 굴러가게 조심스레 올려 놓았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십니다.

 

이유는 이것입니다. 이 나무토막 탑의 기초가 불안한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수제비해 주실 때 쓰라고 제가 둥근 나무토막을 깎아 드렸는데 그 밀대 위에 쌓아 올린 것입니다.

 

낮은 쪽은 나무토막을 세우는 식으로 해서 점점 수평을 맞춰가는 놀이였는데 어머니가

실수를 하긴 했어도 제가 제안한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오늘 또 혼자서 놀이를 시작하셨습니다.

 

보통 솜씨 아니고서는 이렇게 쌓기가 싶지 않습니다. 고도로 집중하시는 어머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내가 달려들었습니다. 마구 쌓아 올렸습니다. 어머니가 '어이구. 어이구'하면서 감탄을 계속 하셨습니다. 급기야는 제일 위에 쟁반을 올려놨습니다. 나는 '우와~'했는데 어머니는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면서 뒷방 화장실로 도망갔습니다.

 

쟁반 위에 또 로마의 원형경기장 같은 건축물을 쌓았습니다.

 

어머니가 뒷간에서 오줌 누다가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오줌 묻었다며 옷을 내게 던져 주시고는 깨끗한 옷을 갈아입고는 독서를 하십니다.

 

어린이 책 '원효대사'라는 제목인데 원효대사가 어린시절 무덤가에서 뭔가를 깨닫는 이야긴데 어머니가 책을 읽다 말다 하시면서 무덤 이야기. 죽음 이야기를 하시네요.


태그:#치매, #나무토막,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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