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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알레이쿰 살람 알레이쿰 살람 알레이쿰  살람 살람 살람 살람
움미, 움미 움미
당신에게 평화를, 당신에게 평화를 당신에게 평화를….


문화마당과 학술제가 열린 청주 방송통신대학
▲ 청주 방송통신대학교 문화마당과 학술제가 열린 청주 방송통신대학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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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청주 소재 한국방송대학에서  문화교양학과 주최  '제2회 학술제를 겸한 문화제'가 열렸다. 그 자리에  ‘살람 알레이쿰(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이라크 노래로 무대를 연 사람은 지난 17년간 평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공연을 해 온 홍순관씨다.

그가 뜬금없이  “개미가 다리가 몇 개죠?”라고 묻자 객석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담담한 어조로  작은 것, 아랫것에 눈길이 머무는 시대가 아니어서 그런 질문을 해본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길을 가다가 지네를 만난 개미가 이렇게 물었다. “여보게 지네, 자네는 걸을 때 어느 다리로 첫발을 떼나?”  순간 잘 걷고 있던 지네는 멈칫하면서 어느 발을 떼는지 생각하느라 제대로 길을 걷지 못했다고 한다.

몸이 알아서 하는 것을 물어보면 멈칫 할 때가 있다. "인생에 멈칫하는 순간이 있어야 어디를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고 비로소 내 숨이 들리고, 남의 숨이 들리고, 세상의 숨이 들리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홍순관씨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숨과 세상의 숨이 어떤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자신의 숨소리인 노래로 들려주며 듣는 이들에게 멈춤의 순간, 제 숨에 귀 기울일 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자기의 숨소리로  평화와 더불어 살기를 노래하고 있다.
▲ 홍순관 자기의 숨소리로 평화와 더불어 살기를 노래하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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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꽃이 산의 나무가 가르쳐 줬어요 그 흔한 꽃이 산의 나무가 가르쳐줬어요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고 강아지풀도 흔들리고 있어요 바람에... 음~ 음~ 음~음~
저 긴 강이 넓은 바다가 가르쳐 줬어요 세월의 강이 침묵의 바다가 가르쳐 줬어요 나처럼 사는 건 나밖에 없다고 강아지풀도 흔들리고 있어요 바람에... 음~ 음~음~음~
                                                     -나처럼 사는 건-


‘모든 것이 제 숨을 쉬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며 완성’이라는 그는 아침은 시작의 숨을, 저녁은 휴식의 숨을, 사람은 사람의 숨을, 자연은 자연의 숨을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자 때문에 여자가,  어른 때문에 아이가, 학교 때문에 학생이, 강대국 때문에 약소국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이미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이다.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이제부터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꼬옥 그래야 돼


저것은 6살짜리 어린이가 한 말에 곡을 붙인 것이다. 아이들이 말과 글에 곡을 붙인 것이  진짜 동요다. 아이들 언어 속에는 이 세상을 넘어서는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물어보지 않고 밥 말아주는 엄마는 ‘폭력’이다. 물어보고 말아주는 엄마는 ‘평화’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평화의 숨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 홍순관 가슴 깊은 곳에서 끌어 올린 평화의 숨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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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동요를 부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지구촌은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언어단절은 역사, 문화의 단절을 의미한다. 언어를 깊이 모르면 어머니 나라 정서를 알 수 없다. 이민 역사 100년인 이민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언어 단절은 심각한 정도다.

그들에게 어머니 나라의 정서를 알려주는 것,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 북한과 남한의 어린이들이 자라났을 때 서로 만날 수 있는 언어를 고민하다가 동요야말로 인간의 진짜배기 울음을 끌어 낼 수 있고 연민의 정이  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11살짜리 소년이 지은 동시에 붙인 곡이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말한다.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고. 이라크에서 피는 꽃도, 미국에서 피는 꽃도, 북한에서 피는 꽃도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남한에서 태어나도, 북한에서 태어나도 귀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무대 위의 홍순관씨와  한마음이 되어 동요를 부르고 있다.
▲ 동요를 함께 부르고 있는 청중들 무대 위의 홍순관씨와 한마음이 되어 동요를 부르고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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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거라 강으로 가야지 힘을 내거라 바다로 가야지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일으켜 가거라.
강물아 흘러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추운 날이면 두 볼을 감싸주마. 너무 힘들거든 내게 기대오렴
눈물 나거든 내 품에 안기렴
냇물아 흘러흘러 강으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이며 강으로 가거라.
어기여~~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그는 오늘도 북한에 가서 그곳 어린이들과 손잡고 저 노래를 한 서른 번  불러 볼 꿈을 꾸며 기도한다.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그렇다. 그가 꿈꾸는 대로  진보와 보수, 남자와 여자, 어제와 오늘, 강함과 약함이 함께 가야 평화다. 다 함께 봄이어야 진정한  봄이다.

모두가 제숨을 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음악가.
▲ 홍순관 모두가 제숨을 쉬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음악가.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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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기원을 담은 숨 깊은 호흡을 끌어 올려 건강하게 자기 견해를 밝히며  힘들지만 행복하게 ‘제숨쉬기’를 하는 사람  홍순관,  그는 ‘노래가 사람을 위로할 수 있을까, 역사 속에, 사람 속에,  자신의 노래가 들어 갈 수 있을까?’ 라는 것을 화두로 오늘도 자기만의 숨소리인 노래로 평화를 들려주고 있다.

평화박물관 건립 기금 마련 공연을 15년 간이나 해 온 그가 주로 초대를 받아 간  장소는 대부분 그리 크지 않은 교회들이었다.  안타깝게도 오래 전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심장’을 잃어버린  한국의 대형교회들은 단 한 번도 그를 초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리석은 것이 낫다‘ 는 우직함으로 위로가 된다면 어디든 가서 노래한다는 그의 얼굴은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방송대 문화교양학과는 '문화의 일상화, 일상의 문화화'라는 생각으로 문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으며,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마당을 4번째 기획, 진행해 오고 있다.



태그:#홍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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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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