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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강원도 원주에서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어 가을나들이 겸 남편과 동행을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집을 나서면서부터 도로엔 수많은 차량의 물결로 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차창 밖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가을빛에 마음을 빼앗겨 정체가 되어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시내를 벗어나니 산과 들은 더욱 장관이다. 오늘은 끼어들기를 해도 신경이 곤두서거나 거친 말이 튀어나오질 않는 걸 보면 가을이란 계절은 인간에게 풍요와 여유를 안겨줌이 분명한 것 같다.

 

양팔 벌린 허수아비가 낱알을 떨어내고 꺼칠하게 논바닥에 누워 있는 볏짚을 지키고 있다. 가을풍경에 취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원주, 신시가지에 있는 웨딩홀에서 청춘남녀가 부부로서의 백년가약을 맺는 자리에 증인의 한 사람으로 축하를 보내고, 내친김에 치악산으로 향했다.

 

산 입구부터 무르익은 가을 향이 물씬 풍긴다. 자루에 담긴 진한 주황색의 단감, 동글동글한 단 호박,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찰옥수수 산으로 향할수록 가을빛은 더욱 선명하다. 스쳐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까운 풍경을 담으려고 달리는 차 안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오~ !


신의 손길이 아니고서야 어찌 저리도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사방 온 천지가 울긋불긋, 흐르는 계곡물도 가을햇살과 바람을 머금고 오색을 토해내려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오가는 인파에 어깨를 부딪치며 산 중턱 구룡사에 다다르니 가을과 어우러진 기와지붕이 더욱 고색창연하다. 

                                   

무대의상을 갈아입고 관객들 앞에 선 배우마냥 가을 산은 한껏 뽐을 내고 다양한 포즈로 서 있다.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계절, 찬사에 인색한 점잖은 이도 절로 탄성을 지른다. 관광객들은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서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파란 하늘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마치 황금빛 드레스를 걸치고 블루카펫 위를 거니는 듯 눈이 부신 그 모습에 지는 해도 넋을 잃고 잠시 서산에 머문다.

 

갈바람에 낙엽 비는 내리고 수많은 사연을 담은 발자국들은 그 위에 낙관을 찍듯 흔적을 남기고 돌아들 간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을 다해 자신을 불태우는 자연을 통해 삶의 값짐을 배운다. 빨간 단풍, 노란 은행잎, 적갈색의 떡갈나무, 사철 푸른 솔잎처럼 인간에게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을진대 난 어떤 색깔일까~?

 

치악산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유명한 횡성 한우 맛을 보기 위해 횡성한우플라자란 곳에 갔다. 주차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자동차로 보아 손님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식사를 하기엔 아직 이른 시각인데도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단다.

 

순번대기표를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가 어릴 때 보았던 소 장신구며 농기구, 그리고 누런 황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호출신호를 받고 북적이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안내된 자리에 앉았다.

 

직원이 권해주는 꽃등심 2인분을 주문하여 굽는 동안에도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횡성한우에 대한 입소문이 자자할까 큰 기대를 하며 먹기 좋게 적당히 익은 고기를 상추에 싸서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해 본다. 육질은 부드러운데 맛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일까~ 다 먹도록 별다른 맛이 느껴지질 않는다.

 

내게 있어 가을은 맛으로 느끼는 계절이 아닌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계절인가보다.


태그:#가을풍경, #치악산, #단풍나무,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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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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