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4일 오후 4시 57분]

 

2001년 김경준씨의 옵셔널벤처스가 주가조작으로 횡령한 자금 중 일부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학동문이 운영하던 회사를 거쳐 LKe뱅크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이 4일 나왔다.

 

이는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 대금이 BBK로 전부 유입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되는 것으로, 2002년 검찰이 이 후보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다는 점을 의식해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옵셔널벤처스가 2001년 10월16일 오리엔스캐피탈(이하 오리엔스)에 입금한 54억원은 같은 날 LKe뱅크에 송금됐다"며 이 돈이 궁극적으로 이 후보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에 제출된 검찰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옵셔널벤처스는 2001년 7월30일과 10월16일에 각각 50억원과 54억원, 총 104억원을 오리엔스에 송금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그해 10월16일 오리엔스로 보낸 50억원은 같은 날 LKe뱅크 계좌로 고스란히 빠져나갔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오리엔스는 96년 1월 이 후보의 대학동문 조모씨가 설립한 해외펀드회사로서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는 BBK 및 LKe뱅크와 같은 건물 같은 층(삼성생명 17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엔스에 있던 50억원이 LKe뱅크에 입금됐을 당시 이 후보는 LKe뱅크의 대표이사직을 이미 물러난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의 50억원으로부터 법적·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사에 결원이 생기면 임시주총을 통해 새로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LKe뱅크는 이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정체불명의 외국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러나 LKe뱅크의 정관과 지분 구조를 볼 때, 오리엔스의 50억원은 이 후보가 실질적으로 소유·지배했던 LKe뱅크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으로 달아난 김경준과의 소송 때문에 LKe뱅크의 지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오리엔스에 있던 50억원을 LKe뱅크로 입금한 사람이 최근까지 이 후보의 경선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모씨라는 것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이씨는 2000년 5월부터 LKe뱅크에서 이명박 대표이사의 비서로 일하다가 이듬해 7월 옵셔널벤처스로 직장을 옮겨 주식 주문을 허위로 입력하는 업무를 맡았던 인물.

 

그런 이씨가 외견상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오리엔스의 자금을 자신이 있던 회사로 보내는 일을 맡았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씨는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된 뒤 "몸이 안 좋다"며 선대위 일을 잠시 그만두었다가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오리엔스는 2001년 9월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의했는데, 이로부터 약 40일이 지난 후 회사 계좌가 옵셔널벤처스와 LKe뱅크사이의 '수상한 돈 거래'에 이용된 것도 당사자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정 의원은 "검찰은 '옵셔널벤처스의 횡령자금 384억원중 104억원이 오리엔스에 들어갔다'고 밝혔지만 이 후보 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리엔스에는 47억원만 투자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검찰이 주가조작 관련사들의 자금 흐름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옵셔널벤처스가 오리엔스에 보낸 104억원이 "BBK로 모두 흘러들어갔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달리 BBK(47억원)와 LKE뱅크(54억원) 등에 '골고루' 배분됐다는 것이 정 의원이 내린 결론이다.

 

정 의원은 "만일 오리엔스에 있던 돈이 LKe뱅크에 입금되지 않았다면 BBK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정 의원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물증을 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정봉주 의원이 억지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이 후보가 관계를 청산한 이후에 김경준의 사기 행각 가운데 벌어진 일들을 마치 이 후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억지를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후보가 김경준 사업을 청산한 것은 2001년 4월 18일이고, (오리엔스가) LKe뱅크에 54억원을 보냈다는 시점은 같은 해 10월 16일"이라며 "사업 관계를 청산한 후에 김경준이 LKe뱅크 통장들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것은 이 후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리엔스로 흘러간 54억원도 옵셔널벤처스 직원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착각해서 잘못 진술한 것이 인용되고 있다는 것이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이진영씨에 대해서도 "(이씨를 포함해) 옵셔널벤처스 직원들은 김경준이 시키는 대로 입출금을 했을 뿐이라고 우리 검찰과 미 검사의 증인심문에서 진술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경준 측의 도움이 없으면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계좌 자료를 어떻게 구했냐? 통합신당이 김경준과 내통하고 각본도 같이 스고 있다는 우리의 판단에 더욱 확신이 든다"며 자료 출처에 대한 정 의원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태그:#김경준, #이명박, #오리엔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