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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기행에 나선 일행들
들꽃기행에 나선 일행들 ⓒ 오문수

 

11월 3일 오후 2시 전교조 여수사립지회 40여 명의 가족들이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의 야생화 탐사와 최병수씨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백야도는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18.5㎞ 떨어져 있다. 원래는 호랑이같이 사나운 사람이 산다 하여 백호도라 불렀으나, 1897년 돌산군 설립 당시 백야도로 개칭되었다. 최고점은 백호산(285m)으로, 산의 정상 부분은 산세가 험하지만 산록부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농경지와 취락이 형성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백호산에 봉수대와 백야산성이 있었고, 말을 사육하던 백야목장이 있었다.

 

최근에 준공된 백야대교를 건너 등산로 입구에 차를 주차하자 지난 여름 태풍에 20m쯤 되는 삼나무들이 산록을 향하여 쓰러져 있어 태풍이 얼마나 강했나를 짐작케 한다.

 

 태풍에 쓰러진 삼나무들
태풍에 쓰러진 삼나무들 ⓒ 오문수

 

지회장인 김태문 교사의 인사말에 이어 야생화 해설가인 장철호 교사의 설명이 시작됐다.  한 교사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보라색 꽃을 가리키며 꽃 이름을 묻자 "향유는 향도 있고 기름을 짜기 때문에 옛날부터 여자들이 말려 목욕물에 넣고 목욕을 했으며 기름은 쌀 5말과 바꿀 정도로 값어치가 있었다"고 한다.

 

길가에 핀 노란 고들빼기, 우리나라 토종인 비목, 팔만대장경 목판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는 산벚나무, 환경의 지표식물이기도 하고 줄기가 하얗게 보이는 국수나무에 이어 일명 멩감나무라 불리는 청미래덩쿨에 대해 설명했다. 청미래덩쿨의 뿌리는 굵고 구불구불 옆으로 뻗어 토복령으로 불리며 성병에 효험이 있고 수은 중독의 해독제로 사용된다.

 

 노간주나무로 열매는 드라이 진의 원료로 쓰인다.
노간주나무로 열매는 드라이 진의 원료로 쓰인다. ⓒ 오문수

 

한편 줄기가 질겨 소의 코를 꿰뚫는 데 사용된 '코뚜레나무'라고도 불리는 노간주나무의 열매인 도송실은 향이 좋아 드라이진의 원료가 된다. 숙성이 되면 럼주가 탄생한다. 한편 노간주나무는 가시가 있어 쥐구멍에 거꾸로 꽂아두어 쥐 퇴치용으로 사용됐다.

 

지름이 5㎝ 이상인 관상용 국화나 10㎝쯤 되는 대국만 보던 탐방객들에게 지름2.5㎝ 정도의 감국은 아주 독특한 꽃이다. 장 교사는 "세계에는 약 2500여종의 국화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280여종이 있으나 감국이 우리나라 토종의 원류"라고 말했다.

 

 감국으로 우리나라 토종 국화이다
감국으로 우리나라 토종 국화이다 ⓒ 오문수

 

톡 쏘는 매운 맛과 상쾌하고 시원한 맛 때문에 향신료로 이용하며 추어탕, 민물고기 요리에 비린내 제거를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초피나무와 산초나무의 구별법은 이렇다. 생김새는 거의 비슷하나 초피나무는 가시가 두 개씩 서로 마주보고 나지만 산초나무는 하나씩 어긋나 있다.

 

산길 양 옆에는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고사성어를 낳은 수크렁이 널려 있다. 수크렁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대부분의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재미난 풀이다. 풀 끝을 한 움큼 잡아 서로 옭아매놓고 친구를 일부러 건드려 쫓아오는 친구가 걸려 넘어지도록 했던 추억의 풀이다.


 

 결초보은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수크렁
결초보은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수크렁 ⓒ 오문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유래한 얘기는 이렇다. 중국 춘추시대, 진의 위무자는 병이 들자 아들 위과에게, 자기가 죽으면 아름다운 후처 즉 위과의 서모를 개가시켜 순사(殉死)를 면하게 하라고 유언하였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정신이 혼미해진 위무자는 후처를 자살하도록 하여 죽으면 같이 묻어 달라고 유언을 번복하였다.

 

위무자가 죽은 뒤 위과는 정신이 혼미했을 때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서모를 개가시켜 순사를 면하게 하였다. 후에 위과가 전쟁에 나가 진의 두회와 싸워 위태로울 때 서모 아버지의 망혼(亡魂)이 나와 적군의 앞길에 풀을 잡아매어 두회가 탄 말이 걸려 넘어지게 하여 두회를 사로잡게 하였다. (출전: 두산백과사전)

 

갈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는 참나무 6형제이다. '참'자가 들어가는 나무는 쓸모가 있는 나무란 뜻이다. 내력을 보면 신발에 깔았다는 신갈나무, 참나무 중 졸병이라는 졸참나무, 떡을 싸는 데 사용했다는 떡갈나무, 굴피집 재료로 사용했다는 굴참나무, 왕에게 진상했다는 뜻에서 상수리나무로 조상들이 이름을 지을 때 다 의미를 두었다.

 

 백호산 정상에서 본 백야대교
백호산 정상에서 본 백야대교 ⓒ 오문수

 

백호산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고 최병수씨와 약속한 시간에 맞추기 위해 산을 내려오는 데 밭에서 고구마 캐는 농부들이 보였다. 힘이 부쳐 도시에 사는 아들들을 불렀다는 86세의 할아버지가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할아버지 다리가 놓여 좋지요?"하고 묻자,
"좋은 건 하난디 나쁜 건 열개나 돼, 차타고 와서 섬에 있는 돌, 꽃, 나무까지 다 가져가부러. 글고 쓰레기만 놔두고 가. 고대구리도 금지해서 고기도 못잡게 해, 섬사람들이 웬만한 고기는 다 사묵어야 해."

 

 

 고구마를 캐다 쉬고 있는 할아버지
고구마를 캐다 쉬고 있는 할아버지 ⓒ 오문수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의 개발이 보존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에 대한 숙제를 던져준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순천에서 환경에 대한 강의를 마치고 4시 반까지는 도착하겠다던 최병수씨가 늦어지자 일행은 집안으로 들어가 녹차와 과일을 내놓고 담소를 한다. 심심한 아이들은 폐교가 되어  풀밭으로 변한 운동장으로 갔다.

 

 폐교된 운동장에 매놓은 염소를 신기해 하며 쳐다보는 도시 아이들
폐교된 운동장에 매놓은 염소를 신기해 하며 쳐다보는 도시 아이들 ⓒ 오문수

풀이 무릎까지 자라 염소들의 풀밭으로 변한 운동장은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다. 도시에 살다 책에서만 보던 염소를 본 아이들은 염소를 따라다니며 신기해 한다. 한 아이가 "코가 벌렁벌렁해요, 눈이 네모로 이상해요"한다.

 

강의가 늦어져 약속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최씨를 칼국수 집에서 만났다. 음식을 기다리며 환경과 사는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대추리 이야기며 솟대며 궁금한 듯 질문이 끝이 없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는 어린이들의 질문을 받기로 했다. "왜 미술을 했으며 그것도 하필 설치미술을 했는가"에 대한 얘기와 환경에 대한 궁금증을 캐묻는 데 5살짜리 서연이의 질문이 걸작이다.

 

 환경과 미술에 관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최병수씨
환경과 미술에 관한 아이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최병수씨 ⓒ 오문수

"아저씨 얼음으로 펭귄을 만들면 손이 안 시려요?"
"으응, 처음에는 손이 시렸는데 손을 비벼서 손을 따뜻하게 해서 펭귄을 만들었다."

 

저녁이 되자 가을 찬바람에 옷깃을 여몄는데 아이의 순수함에 가슴이 더욱 따뜻해진다. 들꽃기행의 소감을 묻자 초등학교 5학년인 김현도군은 "등산이 좋았고 꽃에 대해 많이 알게돼서 좋았다"고 한다. 금값만큼이나 비싸다는 요즘 배추김치를 맛있게 담가 재첩과 쭈꾸미를 곁들인 칼국수가 더욱 맛있다.

 

손님들이 많아 식사가 늦어져 저녁 약속이 있는 일행의 애를 태웠지만, 저녁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항구의 바닷물위에 비치는 불빛을 바라보며,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이심전심을 나누는 일행들의 가슴 속에서 가을밤이 더욱 빛난다.

덧붙이는 글 | SBS와 남해안신문 및 뉴스365에도 송고합니다 


#들꽃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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