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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오프닝 거리극에서 여성들의 비파무 행진
 개막 오프닝 거리극에서 여성들의 비파무 행진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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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이 지역공동체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왔다. 이른바 '커뮤니티 아트'로 통하는 공공미술의 새로운 유형이 예술작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재생시키고 공공의식을 형성시킴을 목적으로 진행된 경기도 안양 인덕원 공공미술프로젝트가 결과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아트인시티 안양 인덕원 공공미술프로젝트 결과보고展' 개막행사가 연극인 이철성씨가 연출하는 거리극과 주민들이 출연하는 작은 동네 영화제를 시작으로 열렸다. 아카이브 전시는 오는 13일까지 '인덕원 미술관'을 비롯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가 2회째인 '아트인시티' 사업은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미술을 보급하자는 취지로 문화관광부 주최, 공공미술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전국 11개 지역에서 첫 사업을 추진했으며, 올해에는 15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인덕원 뒷골목이 변했어요
 인덕원 뒷골목이 변했어요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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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극으로 진행된 행사 첫날 오프닝은 새마을운동 복장을 입은 아저씨가 연막 소독기를 내뿜으며 마치 축하 연기를 동네에 휘날리면서 등장하는 '기억의 연막'에 이어 선녀복장을 한 여성들의 비파무와 취타대, 연이어 난데없는 연탄 리어카까지 등장했다.

또 행사장인 동네놀이터에서 작가들이 펼친 '상투자르기'와 '인터뷰 퍼포먼스'에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반평수레의 주인공이었던 동네 어린이들과 작가들이 함께 펼친 '아무거나 밴드'의 공연 등으로 계속됐다. 행사는 어둠과 함께 놀이터는 축제판으로 변해갔다.

우리 동네 영화제 '인덕원 영화제'에서는 비디오 아티스트 박준식 외 여러 아티스트의 지원으로 동네 상가 사장님들이 직접 광고에 등장하는 홍보 동영상 상영회 및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실험영상과 비디오아트 작품 등이 상영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그동안 동네 골목에서 상인들과 주민들에게 따끈한 맛있는 커피를 나누며 동네 이야기꽃을 피웠던 '바그다드 카페'가 등장해 마지막 커피를 나눠 마셨다. 또 예쁘게 꾸며진 놀이터 정자에 쌓인 강냉이와 뻥튀기는 관객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특히 동네 아이들을 위한 단편 애니메이션과 인덕원프로젝트의 전체 과정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쇼가 상영됐다. 낯익은 골목길 상점의 주인아저씨, 아주머니가 화면에 등장하자 한바탕 폭소가 터지는 훈훈하고 유머스러운 에피소드가 많았던 작업이란다.

3개월간 반평수레 주인공이었던 어린이들의 '아무거나 밴드'
 3개월간 반평수레 주인공이었던 어린이들의 '아무거나 밴드'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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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월식(작가, 계원대 겸임교수) 예술감독은 "지난 3개월간 골목길에서 때로는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형이자 동생으로 술 친구겸 벗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는 자식처럼, 주민들과 하나 되는 과정이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침체된 변두리 상가의 커뮤니티 회복과 늘 문화적으로 충만할 수 있는 동네 만들기로, 지역에 대한 자긍심 회복과 정주 의식의 형성에 목적을 두고 지난 3개월간 진행해 온 '아트인시티 안양 인덕원 공공미술프로젝트'는 어떤 일들을 벌여 왔을까.

인덕원프로젝트가 펼쳐진 곳은 어디일까
 인덕원프로젝트가 펼쳐진 곳은 어디일까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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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들의 에너지 돋보인 수레학교

변두리 상가의 걸어다니는 학교 '수레학교'는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관계망 회복 프로젝트 중 가장 핵심적인 프로그램으로 시끌벅적 요란스러운 동네 아이들의 에너지를 만들어 냈으며 정서적 교감대가 공공의 접점들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평이다.

수레학교에서는 동네에서 버려진 생활 물품을 주어다 자신의 집을 하이브리드 조각처럼 꾸미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수업, 권투선수로서 사각의 링 위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인생을 불사른 전 세계 챔피언 도전자의 인생이야기와 다이어트 특강도 진행됐다.

또한, 배달전문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동네 칼국수집 사장님과 함께하는 만두 만들기 등 일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활문화를 지역민들이 직접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행위를 통하여 도시 변두리 지역민들에게 공동의 문화적 기억을 선사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지역의 상가 사장님들과 지역민들에게 상실된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 이들에게 강사라는 사회적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지역민 스스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공공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동네 아이들의 에너지가 돋보인 수레학교
 동네 아이들의 에너지가 돋보인 수레학교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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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학교에 참여한 동네 꼬마 녀석들
 수레학교에 참여한 동네 꼬마 녀석들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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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기막힌 커피를 선사한 바드다드 카페

인덕원 '바그다드 카페'는 수레학교에서 제작된 수레가 일주일에 세 번씩 카페가 되어서 인덕원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들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여러 가지 오브제들과 음식들 또한 공공미술의 다양한 접촉 면을 만들어가는 리서치 과정의 일환이 되었다.

고창선, 최진성, 윤종필 작가가 각각 카페의 마담이 되고, 하루는 런던식, 하루는 파리식, 또 하루는 전주식의 에스프레소, 라떼, 카페알롱제, 한국의 전형적 배달 다방의 커피 맛을 지역민들에게 선사하면서 지역민들과 인덕원에 담긴 담론들을 함께 나누었다.

인턱원프로젝트 소개 리플렛
 인턱원프로젝트 소개 리플렛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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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커뮤니티 만들어간 우리 동네 사진관

우리 동네 사진관, 사진동아리 활동은 사진을 매개로 동네 커뮤니티의 관계망 회복을 도모하고자 했던 작업이다. 사진작가 김대남의 개인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촬영 및 현상 인화까지 직접 진행한 DIY 사진수업에 관양동 주민들과 상가 상인들이 직접 참여했다.

이들은 가족사진 및 이웃사진 찍기를 통해 서로와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높이고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인덕원 사람들展', '태도가 교육을 만났을 때展' 등 사진전시회를 열며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사진에 담는 값진 결실을 만들어 갔다.

또 영정사진 찍기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지역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과 역할에 대한 공공의 의제 만들기도 시도했으며, 우리 동네 사진관에 참여한 주민들은 앞으로도 동아리모임을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갖기로 했다는 것은 가장 큰 성과로 보여진다.

사진작가 김대남씨 스튜디오에 전시된 주민들의 얼굴
 사진작가 김대남씨 스튜디오에 전시된 주민들의 얼굴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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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을 찍는 동네 할아버지
 영정 사진을 찍는 동네 할아버지
ⓒ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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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과 상점이 새롭게 바뀌었어요

'DREWING IN SIDE'는 인덕원 지역의 상가와 골목에 등장하는 선(線)들. 기존의 거리에 무질서하게 자리 잡고 이미지들 중 몇 가지를 작가들의 조형적 언어가 담긴 드로잉들로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역으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웰빙드로잉 유형으로 선보였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골목길 주택가 담벼락에 어지럽게 가로지르는 가스관에 색색의 옷이 입혀졌다. 예산 관계로 한 건물을 택해 벽면의 먼지와 오물을 씻어내고 있는지 없는지 그려진 것인지 알듯 모를 듯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그림도 그려졌다.

주택가 담벼락의 까스관에 색을 입히다
 주택가 담벼락의 까스관에 색을 입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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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건물에 그려진 벽화 그림
 골목길 건물에 그려진 벽화 그림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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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TREET'는 텍스트 중심의 간판을 작가들의 이미지로 채워진 쇼윈도우와 애니메이션처럼 꾸며지는 쇼윈도우 작업, 놀이터 전체의 정자와 벤치를 꽃방석처럼 바꾸는 작업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작업은 상인들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필요했던 결과물이다.

'달리는 행복'은 작가주의적인 태도를 결합한 작업으로 종이박스와 박스테이프를 이용한 헐렁한 질감을 통해 변신을 꾀한 트럭을 목격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던 우스꽝스러운 이 자동차는 TV에도 방영되는 등 지역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아름다운 꽃 무뉘로 단장된 동네놀이터 벤치
 아름다운 꽃 무뉘로 단장된 동네놀이터 벤치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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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호프집 유리창에 작품으로 그려넣은 주인장의 얼굴
 골목길 호프집 유리창에 작품으로 그려넣은 주인장의 얼굴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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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감으로 변신을 꾀한 동네 통닭집 차량
 새로운 질감으로 변신을 꾀한 동네 통닭집 차량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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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원 미술관'은 상가 건물의 지하를 임대한 동네 미술관으로 '인덕원 사람들展', '사진 동아리 회원展', '문화예술교육 매개자展' 등 사진동아리 및 주민, 아티스트들의 크고 작은 전시회가 개최됐으며, 이번 프로젝트 결과물인 '아카이브展'이 열리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인덕원 미술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같은 관양동 골목길에 자리한 사진작가 김대남의 개인 스튜디오에서는 영정사진으로 찍은 동네 노인들과 주민 등 240여 명의 얼굴들을 대형 벽면에 부착된 흑백사진을 통해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인덕원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공공예술적인 가치’를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 그 결과는 아직 미지수나 골목길과 어린이놀이터 등 현장에서 마주친 동네 아이들과 상인들의 표정에서 지난 3개월간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것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낮 풍경과 밤 풍경이 다른 곳, 안양 인덕원프로젝트
[인터뷰] 김월식 예술감독 "동네 공공미술 1-2년 갖고는 턱도 없다"
김월식(계원대 겸임교수) 예술감독
 김월식(계원대 겸임교수) 예술감독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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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역 인근의 관양동 일대 뒷골목과 상점 등에서 40여 명의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 아이들이 지난 7월부터 시작한 '2007 인덕원프로젝트'는 '주민참여형 공공미술'이다.

“인덕원 인근의 동네는 낮 풍경과 밤 풍경이 매우 다른 것이 특색이다”는 안양시 공무원의 말처럼 평촌 신도시 인근이지만 문화·복지에 대한 기반시설이 부족해 상대적 문화적 소외를 겪어온 곳으로 주거환경이 대부분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이다.

네온사인이 찬란한 인덕원 사거리 대로변 안쪽의 뒷골목. 이곳은 과거 많은 술집과 여관으로 향락지구라는 명예(?)를 안고 살았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2차 산업들(미용실, 해장국집, 중국음식점, 부동산 등의 상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골목길에 지난해부터 젊은이들이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때로는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동네 골목길에 낯선 설치미술 작품들을 설치하고 골목 귀퉁이 건물 지하에 미술관을 열고 아예 본거지를 차렸다.

당시 경기문화재단이 소외된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한 공모사업으로 600만원을 지원받아 펼친 작은 사업을 통해 동네에 일어난 자그마한 변화로 무미건조한 일상이 전부일 것 같은 골목에 미술이 파고들면서 활력이 넘치고 조금씩 표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는 작가들이 각자의 작업으로 삭막한 잿빛 건물의 상점 윈도우에, 올망졸망한 골목길에 파격적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고,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도시 안에 사는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 삶을 바꾸고 뒷골목을 '거리미술관'으로 변신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 같은 노력은 적지않은 성과를 거둬 공공미술추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공공미술시범사업 '아트인시티 2007'에 선정돼 6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한 '인덕원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그 속에 담긴 어려웠던 점과 보람에 대해 기획자 김월식 예술감독으로부터 들어본다.

- 사실 공공미술 작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인가
"배관파이프 17곳, 우편함 10곳, 간판 바꾸기, 한 건물을 선정해 전체 이미지를 바꾸는 작업, 동네 놀이터 단장 등 곳곳에 변화가 있고 이번 프로젝트는 외면적인 작품 만들기가 아닌 교육에 치중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 인덕원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소감을 말한다면?
"주민들은 간판 전체를 바꾸어 주었으면 하는 것 등 너무 커다란 것을 요구하는 데 이를 합의점 찾기가 어려워 사실 좌절도 많이 했다.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 같다. 지난 4개월간 만나면서 주민들도 조금 인식을 한 것을 확인하는 데 끝나게 되어 너무 아쉽다."

-그다지 변화가 없어 보이는 데 대한 생각은?
"공공미술이 크게 변화시킨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시설의 리모델링이나 간판이 바뀌는 등의 변화는 심볼을 만드는 것이고 이번 프로젝트는 워크샵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다. 개인적으로도 공공미술은 주민들과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모이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람이 있었다면?
"사진동아리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동네 공동체 커뮤니티를 하나 만들었다는 점과 강사들이 큰 경험을 했다는 점이 보람이 아니었나 싶다."

-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홍보인 것 같다. 그렇게 알려도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상가라는 점을 간과했다. 상인들 협조와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모인다는 것 자체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 이 동네에서 계속 작업을 하실 생각인가?
"앞으로 물질(금전)이 들어가는 것보다는 커뮤니티에 대한 생각, 타지역의 아이디어를 접목해 아이디어를 짜내 개인적으로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싶다."

-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총괄적으로 말한다면?
"동네에서 주민들과 공공미술 작업을 함에 있어 1-2년 갖고는 턱도(어림)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솔직히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기도 꺾였다. 어디서 경험할 수 없는 큰 공부를 많이 했는데 더욱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점을 느꼈다."


문의: 인덕원 미술관 (011-348-0126)
아트인시티 경기안양 http://cafe.naver.com/2007artga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공공미술, #인덕원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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