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늘(31일)로 대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서울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에는 며칠째 취재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총재, 외출 않고 내내 자택에... 홍사덕과의 약속도 취소

 

하지만 이날 이 전 총재는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집밖을 나서지 않았다. 전날(30일)에도 사적인 오찬 약속 때문에 점심 때 집을 나선 것 외엔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출마선언을 위한 마지막 고심의 시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전 총재는 공개적인 행사 참석을 줄이고 이미 잡혀있던 정치인들과의 약속도 취소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홍사덕 전 의원과의 약속이다. 이 전 총재는 열흘 전부터 홍 전 의원과 이날 만나기로 돼있었으나 취소했다. 측근들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 때문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채관 수행부장은 "기자들이 댁 앞에 와 있고 누구를 만나고 나면 뒷말이 (기사로) 나오지 않느냐"며 "총재가 이번 주에 잡혔던 (정치인들과의) 약속은 모두 취소하셨다"고 설명했다.

 

부인 한인옥씨만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집을 나섰다. 한씨는 아파트 현관 앞에 기자와 맞닥뜨렸지만 외면한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언론의 시선이 부담스런 눈치였다. ‘이 전 총재가 다시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라며 말을 붙였지만 한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재빨리 대기 중이던 차에 올랐다. "자꾸 기자들이 찾아오니 이웃들이 불편해할까봐 걱정하신다"는 게 측근의 귀띔이다.

 

오전 오후 측근들만 '들락날락'

 

이 전 총재는 두문불출했지만, 측근들은 바삐 움직였다. 오전엔 지상욱 박사가, 오후엔 이채관 부장과 이흥주 특보가 자택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모두 "일상적인 방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전 11시께 이 전 총재의 자택을 찾은 지 박사는 "지인이 총재님께 선물(꿀)을 한다고 해서 들른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일정은) 모르겠다"고 답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지 박사의 손엔 쇼핑백과 두꺼운 서류가방이 들려있었다.

 

약 1시간 30분 가량 안에서 머물다 나온 뒤에도 그는 ‘이 전 총재와 출마 여부나 입장 발표 시기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일 때문에 와서 그런 말씀은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만 답한 뒤 입을 닫았다.

 

오후엔 약 30분 간격으로 이채관 부장과 이흥주 특보가 자택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 때문에 들렀느냐’고 묻자, 두 사람은 "매일 찾아뵙는다", "일상적인 보고를 위한 방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가 홍사덕 전 의원을 만나려 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홍 전 의원이 경선 후 인사차 뵙자고 한 것"이라며 "서청원 전 대표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만났던 것"(이채관 부장)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안팎 우려엔 불쾌감... "뭘 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측근들은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두고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했다.

 

앞서 한나라당 초선의원 10여명은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하고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김수한 전 국회의장도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만절(晩節·오래도록 지키는 절개)을 지켜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초선의원들의 회동은) 잘못이라고 본다"며 "이 전 총재가 무엇을 어떻게 한다고 밝힌 것도 아닌데 (당 안팎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입장 표명 시기에 대해선 "예단할 사항이 못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현 상황에 대해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한 고심’이란 표현을 썼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고심 중이신 것"이라며 "지금 정권교체(를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심을 하고 계신 건데, 좀 기다렸다가 입장을 밝히시면 비판을 해도 될 일 아니냐"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선 이명박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불확실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다른 측근은 "출마·불출마의 차원이 아닌 더 큰 차원의 고민을 하고 계신다"며 "좌파정권이 10년간 이 나라를 어지럽혔으니 나라가 앞으로 제대로 가기 위한 길을 생각하고 계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태그:#이회창, #출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