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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선생님께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님.  <모래알 사랑>에 글을 적어 주시는 윤구병 선생님
▲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님. <모래알 사랑>에 글을 적어 주시는 윤구병 선생님
ⓒ 송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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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께서 건네주신 책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주신 책에 손수 적어주신 구절을 대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마음이 그 글에 담겨 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번씩 책장을 들춰 주신 글을 읽고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힘을 얻습니다. 그것도 선생님이 말씀하신 상생과 공존의 방법일테지요?

아들 아이는 그 책의 첫 이야기를 읽자마자 변산 공동체를 가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 생활해 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한 아들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리하는지 모르겠네요.

처음 선생님을 문턱 없는 밥집에서 뵈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얼굴 가득 미소 지으시며 내미시는 굳은살 박힌 크고 투박한 손이었지요. 강된장을 넣어 비빈 점심밥을 먹은 후 백초차를 마시며  변산공동체 삶을 들려주시는 내내 저는 엉뚱하게도 선생님의 손을 한번 더 잡아봐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철학을 삶 속에 육화시킨, 노동의 귀중함을 알려준 그 정직한 손이 더없이 빛나 보였거든요.

제가 선생님의 손을 찍어  방송대 홈페이지에 올리고는 “제가 좋아하는 손의 주인공은 바로 변산공동체 윤구병 선생님이시라”고 했더니 방송대의 송찬섭 교수님께서 아래와 같은 덧글을 주셨더군요.

 글을 적어 주는 윤구병 선생 저 정직한 손이 철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 글을 적어 주는 윤구병 선생 저 정직한 손이 철학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
ⓒ 송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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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손만이 아니라 올곧은 머리, 단단한 몸을 가진 분이지요. 참으로 존경하는 분입니다.”

선생님을 뵙고 온 이후  진정한 ‘상생의 삶’이 무엇인지 이따금 생각에 잠겨 보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의 철학우화 <모래알의 사랑>에서 보여주신 대로 자연의 순환을 따라 자기를 사심 없이 내어 놓으며  더불어 사는 것, 권정생님의 동화 <강아지 똥>에서 강아지 똥이 기꺼이 민들레 씨앗의 거름이 되어 민들레꽃을 피워 올린 것, 어린 왕자가 장미의 불평을 다 들어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날마다 맑은 물을 길어 장미를 촉촉하게 적셔주었던 것, 그것이 바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진정한 사랑의 기술이며  비법이라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됩니다.

선생님은 <모래알의 사랑>에 이렇게 쓰셨지요.

모래알의 사랑 윤구병 선생이 쓴 철학우화로 선생의 상생이 철학 정신이 담겨있다.
▲ 모래알의 사랑 윤구병 선생이 쓴 철학우화로 선생의 상생이 철학 정신이 담겨있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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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모래알은 사랑하는 법을 알아냈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잔물결의 힘을 빌려 옆에 있는 모래알들을 그 낯설고 거친 몸뚱이들을 온몸으로 어루만졌다. 살이 닳고 뼈가 부서지는 아픔을 참고 오래오래 어루만졌다.

그렇게 해서 키작은 모래알의 사랑과 열정이 담긴 비가 내리고  멀리 가 있는 키 작은 모래알이 키워 온 사랑이 물과 불이 되어 키 큰 모래알을 흠뻑 적셔주었다고요.

자기를 퍼주는  진정한 상생의 사랑을 배우지 못한 저는 늘 사랑에 목말라하며 가슴앓이를 하곤 합니다. 제게 각인되어 있는 대로 '사랑은 받는 것, 혹은 주고받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반향이 없는 제 사랑(사실은 진정한 사랑이 아닌 이기심일테지만 )에 절망하곤 하거든요.

이 가을, 지구라는 행성에 귀한 생명체로 태어난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철학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신 것만 해도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 들던 걸요.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조화로운 상생의 삶과 존재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임을 편지 형식으로 전해주고 있다.
▲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조화로운 상생의 삶과 존재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임을 편지 형식으로 전해주고 있다.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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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에 제 성을 함께 써 주신 것을 볼 때마다 제가 순환의 고리 속에 아이와 얽혀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 책을 읽으며 늘 다른 아이들과 꼭 같은 모습이 되라고 무언의 강요를 서슴지 않았던 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요.

선생님처럼 트인 사고로 아이의 다름을 격려해주는 사람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1/65억로 온 귀중한 손님인 아이에게 제 생각을 무조건 강요하는 사람은 되지 않으렵니다. 그래야  아들 아이가 선생님이 아들 아이에게 적어 주신 구절처럼 '씩씩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좋은세상 만드는 일꾼'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선생님이 지향하시는 ‘상생의 바람’이 제게도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나 봅니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커다란 폭풍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하니 선생님의 '작은 모래알 사랑'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날을 희망합니다.

선생님  또 뵈올 때 기회가 생긴다면  전 그때도 선생님의 손을 꼭 잡아 보렵니다. 내미는 제 손을 꼭 잡아 주실 거지요? 그 정직한 손에 흘러넘치는 에너지를 나누어 받고 싶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모래알의 사랑/윤구병 철학우화/보리/8,500원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윤구병 씀. 이우일 만화/보리/8,800원



모래알의 사랑 - 윤구병의 철학 우화

윤구병 지음, 보리(2014)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주는 철학 이야기

윤구병 지음, 이우일 그림, 보리(2004)


태그:#윤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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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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