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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갛다. 한 입 베어 물면 빨갛게 입술이 물드는 것은 물론 얼굴색조차 빨갛게 변할지 모른다고 엉뚱하게 걱정을 해야 할 만큼 빨간색이다. 그러면서도 한입 베어 먹고 싶다는 생각에 꿀떡 침을 삼킨다. 침이 다 넘어가기도 전에 다시 입 안 가득 군침이 고이니 맛난 것들은 굳이 맛보지 않아도 때깔과 감각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때깔만 고운 게 아니다. 새콤달콤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 오감이 마비될 만큼 맛나 보인다. 단맛에 꿀맛뿐 아니라 싱싱함과 깊은 맛으로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니 자극되는 오감에 저절로 눈이 감길 듯하다.

 

지난 27일 오후, 11번째 사과축제가 열리고 있는 충주 공설운동장,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저런 프로그램들도 재미있지만 눈길을 끄는 건 행사장 둘레에 진열된 사과들이다. ‘사과축제’라는 타이틀이 말해주듯 행사장 주변은 온통 사과다.

 

ⓒ 임윤수


사과를 담아 놓은 쟁반에 금, 은, 동이라고 써진 노란색 리본들이 달렸다. 품평회에서 금상, 은상, 그리고 동상은 받은 사과들인가 보다. ‘금’이라고 써진 사과나 ‘동’이라고 써진 사과, 이런저런 리본조차 달리지 않은 사과일지라도 한 입씩 베어 물면 달콤한 맛이 주르르 흘러나올 것 같다.

 

금, 은, 동의 진짜 주인공은 농부의 손길

 

축제장에서야 사과가 리본을 달고 있지만 리본의 진짜주인공은 그토록 때깔 나고 맛나 보이는 사과를 농사지은 농부의 가슴이며 손길이다. 꼬박 일 년 동안, 작년 이맘때부터 남들보다 더 쏟아 부은 땀의 결실이다.

 

나뭇가지를 전지하고, 동파를 입지 않도록 겨울채비를 하느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늦가을과 겨울을 보낸 농한기에 대한 자연의 보상이다. 밑거름을 주고, 병충해를 방제하며 보낸 고달픈 시간이 여물어 낸 작은 결실이며 하늘이 보내는 칭찬임이 분명하다.

 

농부가 흘린 땀 한 방울, 농부가 내뱉던 한숨소리는 사과를 빨간색으로 익혔고, 하루에도 수십 번을 오가던 종종걸음은 달콤한 맛으로 숙성시키는 양념이었다.

 

ⓒ 임윤수

사과를 들여다보는 사람들마다 목젖이 움찔거리는 것으로 봐 다들 ‘저놈의 사과 한 입 베어 먹었으면 하고’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빨간 사과만 있는 건 아니다. ‘골덴데리샤스’라는 이름표가 달린 사과는 이름만큼이나 금색이다.

 

사과는 사과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널리 알려진 사과국수, 사과즙으로 반죽을 한 시루떡, 송편과 부꾸미는 물론 정과도 보인다. 뭐든지 한 입 먹으면 입맛은 물론 영혼까지 달콤해 질만큼 맛깔스러운 모습이다.

 

새콤달콤한 사과를 닮아서 그런지 가을 들녘의 나무들도 빨간색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단풍나무는 더없이 노랗고 빨간색이니 지나가는 가을 색은 너무 빨갛고 정열적이다. 얼굴 노래지고 입술 빨개지도록 가을 한번 열정적으로 보내 볼까?


태그:#충주사과, #가을,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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