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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신 17주째인 아내가 25일 저녁 닭갈비를 먹고 싶다고 해서 3살짜리 아들과 처제와 함께 닭갈비집으로 갔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닭갈비 집. 홀에는 4개의 불판이 있고 의자에 앉을 수 있는 불판도 너댓 개 있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홀로 올라갔습니다. 4개의 빈 자리 중 한군데 앉았습니다.

세살배기 아들이 의자에 얌전히 앉아있을 리 만무하니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홀로 들어갑니다. 3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바로 옆 1m 정도 떨어진 옆자리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3명이 소주잔과 더불어 열심히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습니다. 담배연기가 날아들자 아들녀석은 콜록콜록.

문제는 아내였습니다. 담배연기만 맡으면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민감한 아내. 담배에 대한 아내의 민감함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결혼의 첫째 조건이 저의 금연이었습니다. 제가 담배를 끊었다, 피웠다, 아니 몰래 피웠다 들키기를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는 믿음이 깨졌다며 울고 불고 난리치고, 아이를 제게 떠맡기며 한밤중에 울면서 산속으로 뛰쳐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회사 가서 몰래 담배 피울 거면 아예 회사를 다니지 말라고…. 담배에 대한 아내의 입장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선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다시 식당 이야기로 돌아와서, 바로 옆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마땅히 이 식당 안에 '금연'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 있으면 닭갈비를 먹는 내내 담배연기를 같이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닭갈비를 안 먹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용기를 내었습니다. 원래 싫은 소리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밥을 제대로 못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내는 둘째 임신중인데 계속해서 담배 연기를 마시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죄송한데, 저기 담배 좀…."

용기를 냈다고는 하지만 자신감이 없어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리고는 담배 연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을 표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아내의 임신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 여하튼 정중하게 부탁을 하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세 남자는 조용히 담배를 껐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린 아이도 있고 해서…."

바로 옆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라 좀 멋쩍기도 하고 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하튼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뭔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 명의 학생 중 한 명이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기 자리도 많은데(의자있는 불판), 여기(홀) 와서 담배 피운다고 그러네."

앗, 당황스러운 이 상황. 중얼거리는 학생을 쳐다보았습니다. 얼굴에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이 사태를 어떻게 넘어가야 하나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공간, 당연히 우리 식구가 들을 걸 뻔히 알면서도 그 학생은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낸 것입니다. 일부러 들으라고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도 가만히 앉아 닭갈비가 목에 넘어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기요, 담배 때문에 저희한테 뭐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의자 있는 데로 가면 아이가 가만 있지 않아서 홀로 들어온 거구요. 그리고 아까는 말씀 안 드렸는데, 아내가 둘째 임신중이라 담배연기를 마시면 안될 것 같아 부탁드린 겁니다."

 금연 푯말이 안붙어 있더라도 식당에서는 가능하면 담배를 안피우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입니다. (사진은 지인의 흡연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기사와는 관련 없는 자료사진임)
 금연 푯말이 안붙어 있더라도 식당에서는 가능하면 담배를 안피우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입니다. (사진은 지인의 흡연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기사와는 관련 없는 자료사진임)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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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 못마땅해 하던 대학생은 약간 퉁명스럽게 "알았어요"하고는 담배를 들고 혼자 식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태는 이렇게 수습됐지만 닭갈비를 먹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아마 그 대학생들, 특히 못마땅해 하던 그 학생도 편치 않았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도 한때는 담배를 즐겼고, 닭갈비 먹으며 소주 한잔 곁들이면서 피우는 담배맛, 그 즐거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담배를 피우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술이 들어가면 무척이나 당기는 흡연의 욕구를 잘 알기에 그들에게 정중하게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입니다.

금연이 확산되고 또 추세인 현 시점에서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현실, 이에 대해 흡연자들의 '흡연의 권리'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것을 떠나 흡연에 대한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규모가 작은 식당이라 흡연구역, 비흡연구역 설정이 안 됐다 하더라도, 다닥다닥 붙은 비좁은 자리에서 담배를 피워대면 옆에 있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일반적인 상식과 보통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흡연자들)이라면 그러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식당 밖에 나가서 피우고 들어오는 배려심과 작은 센스를 발휘한다면 흡연자, 비흡연자 모두 유쾌한 마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혹시,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외식 갔는데 담배 연기가 자욱해 그냥 발길을 돌려보신 적 있나요? 그런 경우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담배 #금연#식당#흡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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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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