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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헤어지고 나서 전주 갤러리아 웨딩홀로 향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국민대성공대장정 전북대회’를 취재하기 위해서다. 말이 취재지 그냥 현장의 모습을 스케치하는 마음으로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발길을 옮겼다. 대회 한 시간 전인데도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라며 통제를 한다.


지금까지 사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연설 현장을 가본 적이 없다. 뜨거웠던 92, 97, 2002년 대통령 선거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지만 유세 현장엔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그다지 열기도 밋밋한 올해 대통령 선거 취재차 현장을 방문하려 하니 괜히 어깨가 쑥스러워진다.

 


그 쑥스러움을 모면하기 위해 동료에게 함께 가자고 했다가 ‘그런 곳에 왜 가냐?’는 대꾸에 말을 집어넣어야 했다. 하기야 그 친구에겐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도 같다. 큰 관심을 가진 인물도 아닌 사람의 연설을 들으러가자고 했으니 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태권도진흥 특별법’ 통과를 바라는 무주군민의 바람을 담은 현수막을 들고 몇몇 사람들이 서있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의 연설에선 ‘태권도진흥 특별법’에 대한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웨딩홀 입구에선 스무 명 남짓이 푯말을 들고 ‘대통령 이명박’을 연호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이미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행사장에 올라갔다. 행사장은 3층 예식장이다. 이미 1000여석에 가까운 자리가 꽉 찼다. 사람들 면면을 살펴보았다. 젊은 사람은 그다지 눈에 뜨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나라당 전북도당위원장의 지휘 아래 태극기를 흔들며 이명박 후보를 연호했다. 이명박 후보가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까진 아직 30분 정도 남았다. 도착에 앞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제노키드’라는 그룹의 댄스공연이 이루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어떻게 왔냐 하니 중학교 1학년인 이OO 양은 조퇴하고 왔다고 한다.


2시 30분. 사람들의 연호에 함께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위시한 김덕룡 의원, 강현욱 전도지사 등과 함께 휠체어를 밀고 입장했다. 색다른 풍경이다.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은 익산 하이테크 대표인 탁경률씨다. 그는 하반신 마비를 안고 있는 장애인이다. 군에 있을 때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장애인이 되었으나 지금은 사업으로 성공했다 한다. 이런 탁경률 사장을 이 후보가 휠체어를 밀고 온 이유는 아마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하겠다는 생각에서 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연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공약은 없었다.

 


기자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한 젊은 여성이 이명박 후보의 사진을 찍고 나서 악수를 나눈다. 구면인가 싶어 그 여성에게 몇 가지 물었다. 24살의 그 여성은 대학생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명박 후보의 뭐가 좋으냐 하니까 그냥 좋다고 한다. 정책은 아느냐고 물으니 ‘잘 몰라요.’ 한다.

 

이 여성뿐만이 아니었다. 21살의 대학교 1학년인 친구에게 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고모 따라 왔는데 이명박 후보가 청년실업을 해결해 줄 것 같다고만 한다. 이 후보의 정책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물으니 역시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의 연설이 시작됐다. 1시간 30분의 시간 중 1시간은 내빈 소개와 초대인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30분 정도 이명박 후보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명박 후보에 앞서 강재섭 대표는 ‘개성공단이 중요하냐? 새만금이 중요하냐?’며 우회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된 후 개성공단을 방문한 정동영 후보를 꼬집었다. 언제부터 한나라당이 새만금에 그토록 애정을 가졌는가 싶었다.

 

 

이 후보는 "10년 동안 한나라당을 지켜줘서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다"란 말로 인사말로 시작했다. 이 후보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새만금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전북에 오면 새만금 이야기만 하고 간다고 하던데 이명박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북의 정치인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새만금은 팽개쳤다고 비난하면서 “새만금을 나 외에 누가 할 수 있을까.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신만이 새만금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은 새만금을 세계적 협조 하에 국제적 프로젝트로 성공시킬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새만금특별법’이 한나라당의 비협조로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구체적 프로젝트도 내놓지 않았다.


연설이 끝나자 몇 몇 사람들에게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40중반의 한 여성은 ‘믿는 사람이니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추진력도 있잖아요.’ 한다. 대운하에 대해서 묻자 ‘우리나라 물류비용 많이 들잖아요. 그거 하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잖아요.’ 한다. 그러면서 ‘자세히는 몰라요.’ 한다.

 

익산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오정석(51세) 씨는 “새만금을 해결해 줄 것 같아서요. 농업 문제도 해결해 줄 것 같아서요.” 한다.  그에게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 많이 아느
냐고 물으니 역시 모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명박 후보의 정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막연히 잘 해줄 거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가 오늘 연설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엇을 실현하겠다는 말이 없어도 말이다.

 


태그:#이명박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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