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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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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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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과학실에서 신춘이(42·과학) 교사를 만났다. 그는 경기도 안양 비산동 한 중학교 과학 교사다. 기자는 신춘이 교사가 안양 교육청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읽고 취재를 결심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교무회의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실명으로 당당하게 게시해 놓았다.

평교사가 교육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

보기 드문 일이다. 평교사 입장에서 근무하는 학교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실명으로 게시한다는 것이.

신 교사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은 '직원회의 때 발표할 내용을 미리 교장에게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 있느냐?'는 질의다. 9월 중순경 교무회의 때, 그는 차등성과급 폐지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담은 홍보물을 동료 교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회의가 끝난 후, 그는 교감에게 불려가 질책을 받아야 했다. 발표할 내용 미리 허락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신 교사는 항의했다. 자유롭게 의사개진 해야 할 회의 시간에 발언 내용을 미리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감이 미리 허락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전교조(전국 교원노조) 단체교섭안 문구다. 교섭안 문구에 ‘교원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홍보게시판을 학교장이 지정하는 장소에 설치 이용토록 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교감은 신 교사의 행동을 전교조 홍보활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교섭안 내용은 게시판을 이용해 홍보할 때 지정된 장소에서 하라는 것일 뿐 직원회의 때 발언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 교섭안에는 직원회의 때 발표할 내용을 미리 학교장에게 신청한다는 문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다.

10월 15일 직원회의 시간에는 미리 허락을 구했지만 교감은 허락하지 않았다고 신 교사는 설명한다. 또, 이틀후인 17일에도 다음 회의 때 성과급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으나 교감은 불허했다.

신 교사는 답답한 마음에 안양 교육청 홈피에 직원 회의때 발언내용 미리 교장, 교감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느냐는 질의를 넣게 된 것이다.

안양교육청에서는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양교육청 관계자는 25일 전화 통화에서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아 답변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 현재 답변을 하기 위해 사례를 조사 수집하고 있다고 안양교육청은 설명했다.

전교조 안양과천지회는 전교조 활동에 대한 제지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장윤호 전교조 안양과천지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정식으로 안양교육청에 항의 공문을 접수시키고 필요하다면 경기도 교육청에도 항의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검정 양복 검정 넥타이 차림으로 출근하기도

교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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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사의 교직경력은 20년이고 이 학교에 부임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는 그동안 근무했던 다른 학교에 비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 분위기가 굉장히 딱딱하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어요. 그동안 근무했던 학교에 비해서도 굉장히 딱딱했어요. 회의가 아니라 부장들의 업무전달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경청만 합니다. 저도 사실 지금까지 성과급 얘기 딱 한번 했고 그 전에는 한 마디도 안 했습니다.”

작년 10월 말부터 2월까지는 교사들이 교장 교감에 대한 집단항의 표시로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상복) 차림으로 출근했다고 전한다. 또 총 63명의 교직원 중 30명이 올해 들어 다른 곳으로 전출했다. 이유를 묻자 신 선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교장 말투 하나하나가 사람 가슴을 후벼 팝니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 면박도 주고요.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청소함도 열어보고 때로는 수업을 중단시키기도 합니다. 아마 그래서 견디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교사들이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학교 분위기가 교육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교사들 문화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창의성 교육이 될 수 있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신 교사의 주장에 대해 이 학교 교장과 교감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안아무개 교장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하기에 미리 발언내용을 말하라고 한 것 뿐"이라면서 "회의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다 보니 교사들이 할 말 못한다고 주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안 교장이 볼 때는 교사들이 충분히 자기 의사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 #신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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