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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현 대법관)가 25일 5.31지방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중대(60) 경기 안양시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자 직무를 잃은 신 시장이 안양시민에게 남긴 말이다.

 

이날 대법원 1호 법정 방청석에는 신중대 시장의 일부 측근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대법원의 상고 기각 판결 소식을 안양시에 즉각 전달하자 신중대 안양시장은 '인사드립니다' 제목의 퇴임 인사문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신중대 시장은 "한눈팔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온 32년의 공직을 마감하게 됐다. 전국 제일의 살고싶은도시 안양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아온 재직 9년을 생애의 큰 보람으로 알고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가슴속 깊이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신 시장의 퇴임 인사문은 "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는 말로 끝맺었다.

 

 

신 시장,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만 기억해 달라"

 

신 시장은 오후 5시30분 6급이상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작별을 고하는 약식 퇴임식을 갖고 이어 안양시청 브리핑룸에도 잠시 들러 안양시 출입 기자들과 만남도 가졌다.

 

시청 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신 시장은 "지난 9년간 63만 시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만 기억해 달라"며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한 단풍구경도 가보겠다"고 심경을 내비칠땐 끝내 잠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안양시청 출입기자들과 인사에서는 삼덕공원 조성사업, 수암천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아트시티, 공공예술, 유유박물관, 식물원 등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일들에 대해 나열하며 "지난 7.8.9월은 정말 바쁘게 지냈다. 앞으로도 그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이 잘 진행되도록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신 시장은 "딴데가서 살 것이 아니다"며 안양에서 계속 살 계획임을 밝히고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정치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0여년 남은 나머지 생애 정치적으로 살아갈 생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이 들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하고 어렵게 일어선 신 시장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브리핑룸을 나선후에는 시청 홀에서 안양시 간부공무원들, 시의회 의원들, 기자들과 기념사진 촬영후 부인과 함께 시청사를 떠났다.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는 안양시가 신중대 시장의 퇴임식을 오후 5시30분 시청 강당에서 갖는다고 발표하자 "당선 무효 판결을 받은 사람이 무슨 퇴임식이냐"며 강력 반발했으나 '떠나는 사람 마지막 인사까지 막지 말자'는 의견속에 퇴임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안양시, 민선시장 2명 모두 '중도 낙마' 오점

 

신 시장은 대법원 판결로 '5.31 지방선거' 당시 ▲공무원들을 동원 선거운동 기획참여 위반 ▲유사기관 설치금지 위반 ▲행사개최 금지 위반 ▲선거후 답례금지 위반 등 4개 주요 혐의중에서 ▲행사개최금지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신 시장측은 최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 논란이 불거지며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고 이례적으로 공개변론 결정을 내린 제주지사의 경우처럼 상고심 판결에 일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고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왔었다.

 

행정고시 18회(1975년)로 정통 행정관료 출신인 신중대 시장은 1999년 이석용 前 시장의 중도하차시 당시 부시장으로 재직중 3.30 보궐선거에 출마해 민선 2대 시장으로 당선되고 2002년 6.13 지방선거 재선,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3선 시장에 당선됐다.

 

특히 신중대 시장은 2002년 7월부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장, 2003년 12월부터는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장, 2006년 7월이후 전국시장군수협의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장직은 2월, 전국시장군수구청협 대표회장직은 6월에 바통을 넘겼다.

 

내무부, 시장.군수를 두루 거치는 행정 경륜을 바탕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찬사와 '서기'라는 엇갈리는 평가속에 거침없는 상승가도를 달려온 신 시장은 지나칠 정도의 일에 대한 욕심과 업무추진 과정에서 독단적인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공무원노조의 메세지를 제대로 읽지 못해 선거법 위반이라는 자충수에 발목이 잡혀 불명예 퇴진함으로써 민선 4기 들어 중도하차한 첫 3선 자치단체장이 되고 그의 이력에 씻기 힘든 오점을 남기게 됐을뿐 아니라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됐다.

 

무엇보다 안양시는 민선 초대시장이던 이석용 전 시장에 이어 신중대 시장도 중도에 시장직을 박탈당하고 하차해 민선시장 2명 모두 중도 낙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안양시 권한대행 책임 맡은 박신흥 부시장

 

대법원 판결로 안양시 행정은 박신흥 부시장의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가고 재판결과 통지서를 받게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안양시장 재선거를 오는 12월19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루며 후보자 등록기간도 대선과 같은 11월 25∼26일이다.

 

이와관련 안양 동안구선관위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공무원은 60일전까지 그 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재선거의 경우 후보자 등록기간인 11월 25-26일 이전에 그 직을 사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안양시는 대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경기도에 권한대행 체제 이행을 보고한 뒤 선거관리위원회에 시장 퇴직을 통보할 예정으로 특별한 변동이 없는 현재 부시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박신흥(54) 부시장이 12월 재선거 전까지 권한대행을 맡게된다.

 

박신흥 시장 권한대행은 서울 양정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중퇴한 뒤 1984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 경기도 법무담당관, 하남시 부시장, 광주시 부시장, 경기도 제2청 기획행정실장, 경기도 환경국장, 남양주 부시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12월 안양시 부시장(지방이사관)으로 부임,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된 박 권한대행은 신중대 시장과 함께 기소돼 벌금형을 확정받은 공무원 징계와 신 시장 퇴임에 따른 후유증 등 공무원 조직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조직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5일 부시장 취임사에서 "경쟁력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몇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직구성원 모두의 잠재된 힘이 응집될때 솟구칠수 있는 것이며 경쟁력의 근원인 창의력도 부드럽고 유연한 조직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었다.

 

또 "경애와 신의를 바탕으로 안양시 공직자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시민들도 공직사회에 신뢰를 보내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조해 권한대행으로써 안양시정을 어떻게 끌고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양시장 재선거, 12월 대선과 동시 실시

차기 시장, 당신은 시민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있습니까?

신중대 안양시장이 10월 25일부 대법원의 당선무효 확정으로 시장직을 상실함에 따라 안양시장 도전을 노려왔던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안양시장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수면위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5.31선거 당시 출마가 예상됐던 박원용(58) 동안구청장, 무죄 판결에 이어 명예회복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필운(53) 전 부시장 등이 강력하게 거론된다.

 

또한 5.31선거에서 신 시장과 경선을 치뤘던 안기영(44) 전 도의원, 한나라당 만안당원협의회 정용대(51) 운영위원장, 시의장을 두차례 역임한 4선의 이양우(60) 시의원, 이석원(50) 중앙당 부대변인 등이 한나라당 예비주자로 자천타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한나라당 안양 동안갑 조직책 선정을 중앙당이 대선 이후로 연기하고 4명의 인물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 조직책 신청 인물중에서 안양시장 도전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5.31선거에 출마했던 이승민 변호사(42), 강득구(44) 현 이종걸(안양 만안) 의원 보좌관, 전 시의원인 조용덕(43) 당원협의회장, 전 시의원으로 지난 8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들어간 이상인(43) 행정관, 임채호(48) 전 시의원, 최대호(48) 필탑학원장 등이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동당에서는 강현만(42) 전 만안위원장, 정성희(47) 현 안양시위원장, 이재남(44) 씨, 민주당에서는 김규봉(52) 메리카코리아나 사장이 거론되어 온 인물이다.

 

이외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안양출생으로 서울대출신의 거물급 인사로 알려진 이용경(64) 前 KT 대표이사가 중앙당 낙점에 따라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시민사회에서는 법무법인 시민 대표 김남준(45) 변호사의 출마를 권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그동안 자천타천으로 고개를 내밀며 이름 알리기 여론몰이를 해왔다는 점에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눈치보기가 본격 선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나 17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린 재선거라는 점에서 정당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양시 행정은 신중대 시장의 낙마가 예상되어 왔음에도 1700여 안양시 공직자들이 흔들림없이 집행해 오면서 제 역할을 다해 왔기 때문에 부시장 대행 체제에서도 63만 안양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일단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안문제로 표류중인 구 경찰서 부지 등 시유지 활용문제와 광명시와의 불협화음과 난항을 겪고있는 광명납골당 사안, 하수종말처리장처리장 문제 등 지역쟁점 사안과 각종 민원은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기 전까지 당분간 계속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일각에서는 차기 시장은 '시민의 의견을 듣는 시장'이 '시민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책'과 '비전있는 유연한 리더십'으로 소통하는 시정을 펼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다수 시민이 납득하고 수긍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시장재선거, #공직선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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