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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로써 미풍양속(美風良俗)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 시대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케케묵은 상투적 표현쯤으로 생각해온 이 표현에 의외로 깊은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여기서 말하는 풍(風)은 상류사회의 문화를, 속(俗)은 하류사회의 문화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상류사회와 하류사회의 구분은 권력과 경제력 등에 의해 나누어지며 대부분의 경우 하류사회는 상류사회의 문화를 동경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형성해간다고 합니다.(이러한 경향은 국가간에도 나타나며 이 경우 상류사회는 선진국에 해당되며 하류사회는 후진국에 해당되어 문화적 사대주의를 낳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표현에서 보면 상류사회의 문화에는 미학적 관점의 아름다움이, 하류사회의 문화에는 건전함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즉, 이 표현의 핵심을 나름 요약하자면, 인간 사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상류사회의 문화는 하류사회를 건전하고 밝게 이끌어야 하는 의무감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물론 모든 문화에는 그 나름의 동등한 가치가 있겠지만, 오늘날 많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명품 구입에 자부심을 느끼고, 소위 말하는 짝퉁이 범람하는 것을 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상류층 문화에 대한 동경심이 유독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 소득은 2만 불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한민국 경제의 엄청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한민국이 이미 실질적인 선진국 수준에 들어섰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이 과연 2만불 시대에 걸맞게 형성되어 있는 것일까요? 소수가 아니라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스스로를 선진 국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매일 다니는 도로를 살펴봅시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야 될 인도(人道)에 오토바이가 빵빵거리며 설쳐 되고, 횡단보도에서 조차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우선 통행권을 가지며, 운전자들은 위급한 환자를 호송하는 앰뷸런스의 사이렌을 듣고서도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들로는 대한민국이 국민 소득 2만불 수준의 문화를 가졌다고 보기 힘듭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왜 자신들이 마땅히 누려야 될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들은 지금 보다 더욱 더 많은 경제개발이 이러한 것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전체 문화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경제 발전의 실질적인 수혜자들이 그들 몫의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지, 대한민국의 경제가 지금보다 몇 배 더 성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즉, 대한민국 경제가 4만불 시대가 되었을 때 문화 수준은 어쩌면 2만불 수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항상 경제 성장과 문화 수준이 어울리지 않는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소위 말하는 상류층들이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킨다든지 사회복지에 힘쓴다든지 하는 우리 사회의 건전한 문화 형성에 혼신의 힘을 바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금까지 해온 짓거리들은 탈세, 편법 경영, 노동력 착취, 준법정신의 해이, 도덕적 문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돈 자랑, 집 자랑, 차 자랑 등의 천박한 행동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이러한 문화 형태는 오늘날 빚을 내어서라도, 살인을 해서라도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한 행색을 하면 알아준다는 의식을 하층사회에까지 심어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전체 문화를 전형적인 천민 자본주의 문화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한 국가의 선진화를 이야기할 때 단순한 물질적 부의 많고 적음으로 논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고도 정치나 도덕적, 종교적으로 한계를 가진 국가들을 보고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이 4만 불, 심지어는 10만 불 시대가 되더라도 상류층의 건전한 문화와 이들을 견제해야 할 정치적 지도층들의 도덕적 의지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항상 부유한 후진국으로 남는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여태껏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는 인구의 5% 밖에 되지 않지만 경제 발전의 풍요로운 밥상을 차지하고 나머지 국민들에게 그들이 먹고 흘리는 부스러기들을 먹이려 했던 이들과 이들만을 통한 경제성장을 옹호해온 정권들의 협박을 꾸준히 받아오고 있습니다. 국민들 또한 재벌들의 밥상이 더욱 더 풍성해져서 좀 더 많은 부스러기들을 내심 흘려주기를 기대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들 재벌들 위주의 경제 발전을 내세우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논리에 너무 깊이 길들여져 있습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산업 기반의 선진국형 미래를 내다 보지 못하고 개발독재식 시멘트 처바르기 형태의 경제 발전을 내세우며, ‘복지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는 협박성(脅迫性)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어느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여전히 막강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울며 겨자 먹기식 정서를 다분히 반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시기가 와도 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그 대선 후보의 복지관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공허한 공약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엄청난 수준의 경제 발전이 이루어지더라도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빈약하고 천박한 수준의 문화적 혜택 밖에는 누리지 못하며 또 다시 복지를 빙자한 재벌 위주의 더 큰 맹목적 경제 발전에 희생양으로 남는 악순환에 빠질 것을 쉽게 예측하게 합니다.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동네 개천 공사와 몇몇 전시행정(傳示行政)에 미혹(迷惑)되어 자신들이 낸 세금의 훨씬 많은 나머지 부분들은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알지도 못하며, 난생처음 맛보는 제대로 된 정치를 통한 문화적 혜택이라 착각하는 소박한 문화 수준의 국민들에게 이제는 참된 문화적 혜택을 체험하게 해야 합니다. 먼저, 더 이상 대한민국 상류층들의 천박한 문화가 대한민국 전체를 물들이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하며, 경제 발전의 혜택이 골고루 분배되도록 해서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배고픈 국민들이 훌륭한 문화를 창조해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면 소수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보다 더욱 더 우수한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에 기반한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 국가간 주도권 싸움은 우수한 문화를 가진 국민들이 내뿜는 창조적 지식 산업에 의해 좌우될 것입니다. 어디 선진국에서 거대한 공장을 짓고 매연을 내뿜어대는 짓거리들을 합니까? 이미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하루 세끼 식사에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민들이 하루 네끼 식사를 원한다는 것이 아니라, 당대(當代)의 경제성장에 걸 맞는 품위 있는 식사를 원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또한, 이 메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성장 원동력의 주체들인 국민들로서 당당한 주문이며 앞으로의 더 큰 경제성장을 위한 에너지원(energy原)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무분별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선진국형 실질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지도층의 도덕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수준#도덕성#지도자#경제성장#지식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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