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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해 왔어요?”
“모르고--.”
“숙제 내준 것을 잊어버렸나요?”
“아뇨.”

 

핑곗거리만을 찾고 있는 준섭이를 바라보면서 난감함을 주체하기 어렵다. 하기 어려운 숙제라면 모른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과제다. 지난 일주일 동안 스스로 한 일에 대한 사항을 점검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어렵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어린이들의 생활 지도를 위하여 <대덕 어린이>라고 하는 책자를 만들었다. 내용을 보면 국가 생활, 개인 생활, 고장 생활, 이웃과 사회생활 등으로 나누어서 실천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런 덕목들을 주별로 또는 월별로 체크하면서 반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학년이어서 간단하게 표시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가훈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기본 생활 10 대 덕목을 실천하고 있는가?
애향심을 실천하고 있는가?
선생님의 가르침을 잘 따르는 훌륭한 제자인가?
독서는 매일매일 실천하고 있는가?
탐구하는 자세로 열심히 학습하고 있는가?
식생활 규범은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가?

 

대덕 어린이의 주요 덕목들이다. 이를 매일 매일 점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별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매주 월요일에 검사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준섭이는 늘 빈손이다. 왜 하지 않았느냐고 하면, 변명만 늘어놓는 것이다. 언뜻 듣기에는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해를 하였다. 그러나 매주 하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결국 늘어놓은 이유들이 모두 다 변명이었던 것이다.


준섭이는 말은 아주 잘한다. 다시 말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아주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히 있다. 문제는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부 시간에도 단 3분을 집중하지 못한다. 관심의 대상이 그렇게 순간순간 변하는 것이다. 하는 일에 이내 싫증을 내고는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준섭이의 책상은 빈틈이 없다. 낙서로 그득 차 있었다.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다시 쓰니, 난감하기만 하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반성문이다. 반성문을 쓰게 되면 개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강요하였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반성문을 쓰는 시간마저도 집중을 하지 못하고 또 책상에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서 불안이 원인이었다. 엄마가 아파서 수술한 것이 아이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는 종교인으로서 사랑과 지성으로 아이에게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 반성문 다 썼는데요.”
“그래? 아주 잘했다. 다음부터는 집중해서 잘할 수 있겠니?”
“글쎄요. 노력해볼게요.”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준섭이를 바라보면서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여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교육은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다. 줄다리기에서 힘을 빼버리면 끌려가 버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아이를 지도할 수가 없다. 아무리 힘들고 넘기 어려운 난관이라 하여도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준섭이를 바라보면서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본다.


태그:#꿈, #주의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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