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탕수수, 옥수수 그리고 콩. 바이오에탄올이 세계적 화두다. 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시대, 석유고갈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에탄올 생산국가인 브라질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 이미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에탄올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석유품질관리원도 내년 8월 바이오에탄올 도입을 위한 연구를 마감한다. 상용화를 염두에 둔 조치다. 그러나 곡물에탄올은 빈곤심화, 노예노동 등 또 다른 차원의 환경·인권문제를 낳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계적 논쟁이 된 바이오에탄올의 명암을 살펴보기 위해 브라질·미국·멕시코 3개국을 현지 취재했다. '곡물에탄올 전쟁, 바이오연료의 명암' 10부작 시리즈 다섯번째 일환으로 대표적인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를 방문했다. 에릭 피카 재생에너지팀 디렉터를 통해 바이오에탄올의 허구에 대해 짚는다. 이번 취재에는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 기후변화팀장이 함께 했다. [편집자말]
그는 "쉐브론, BP, 텍사코 같은 석유회사들이 에탄올시장을 넘보고 있다"며 "바이오에탄올산업도 석유기업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DC 지부 디렉터. 그는 "쉐브론, BP, 텍사코 같은 석유회사들이 에탄올시장을 넘보고 있다"며 "바이오에탄올산업도 석유기업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 장윤선

관련사진보기


"쉐브론·BP·텍사코 같은 석유회사들이 에탄올시장을 넘보고 있다. 최근 효소(박테리아) 기술개발을 통한 특허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이 효소를 통한 특허권을 얻게 되면 에탄올산업에서 석유기업의 독점이 가능해진다. 바이오에탄올산업도 석유기업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 재생에너지팀 디렉터는 걱정과 한탄을 쏟아냈다. 그는 세계 바이오에탄올 시장에서 세계적인 곡물 다국적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석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바이오에탄올이 아닌 새로운 대체연료를 찾아야 한다"며 "바이오에탄올은 옳은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효과가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떻게 하면 대중교통을 활성화할지 고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궁무진하게 대체에너지가 개발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지나친 에너지 소비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바이오에탄올산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창출이 아닌 다른 방법의 대안적 대체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12일 오후 워싱턴DC 본부 사무실에서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지부 재생에너지팀 디렉터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인터뷰 후반부 전문이다.

그는"바이오에탄올이 아닌 새로운 대체연료를 찾아야 한다"며 "바이오에탄올은 옳은 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에릭 피카 지구의 벗 워싱턴DC지부 디렉터 그는"바이오에탄올이 아닌 새로운 대체연료를 찾아야 한다"며 "바이오에탄올은 옳은 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 장윤선

관련사진보기


- 세계인은 석유고갈시대에 바이오에탄올이 가장 대중적인 대체연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초기인데도 많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어떤 대안이 있겠나.
"도요타 같은 경우에는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했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연비·효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하이브리드차 같은 경우에는 CO2 배출량이 기존 가솔린에 비해 적다. 또 바이오매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열병합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환경운동가로서 판단할 때 바이오에탄올산업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바이오에탄올산업은 계속될 것이다. 옥수수산업 로비단체나 정부 당국자들이 '옥수수는 수송연료의 전환기 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미 많은 농민들이 옥수수농사를 짓고 있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셀룰로오스(옥수수 껍질 등 부산물로 만드는 에탄올)를 통한 바이오에탄올 화는 옥수수에탄올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이것도 환경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 ADM 등 다국적기업이 대거 바이오에탄올산업에 진출하는 점은 어떻게 보나.
"이미 ADM과 카길 같은 대형 다국적 곡물기업들이 바이오에탄올 산업에 뛰어들었다.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 이미 에탄올 연구가 시작됐는데, 그 때는 ADM 같은 곡물기업이 50%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부들이 스스로 연합해서 직접 소유하는 방식의 에탄올공장이 많다. ADM 같은 회사의 포션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문제는 쉐브론·BP·텍사코 같은 석유회사들이 에탄올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석유기업들이 최근 효소(박테리아) 기술개발을 통한 특허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수수를 통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과정에 '독특한 효소'를 넣어 더 많은 에탄올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 중인 것이다.

이들이 효소를 통한 특허권을 얻게 되면 에탄올산업에서의 석유기업의 독점이 가능해진다. 바이오에탄올도 석유기업의 지배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썰렁하다. 가격이 일반 가솔린에 비해 싸지 않고, 워싱턴DC에서 오로지 한곳 뿐이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와 일부러 주유할 일반 사람들은 많지 않다.
▲ 미 워싱턴DC 유일의 E85 주유소. 썰렁하다. 가격이 일반 가솔린에 비해 싸지 않고, 워싱턴DC에서 오로지 한곳 뿐이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와 일부러 주유할 일반 사람들은 많지 않다.
ⓒ 장윤선

관련사진보기


바이오에탄올, 옳은 길이냐 그른 길이냐

- 구체적인 징후가 있나.
"대부분의 석유회사들이 대학 연구소와 함께 효소 연구를 하고 있다. BP는 버클리대학에 5억 달러를 투자해서 효소연구를 벌이고 있다. 아이오젠은 캐나다 회사와 함께 공동 개발 중이다. 물론 지금은 모두 R&D 수준이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기업들이 바이오에탄올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유는 여기서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탄올은 점점 커지는 시장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다국적기업의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는데, 바이오에너지에 어떤 비전이 있겠나.
"바이오에탄올이 아닌 새로운 대체연료를 찾아야 한다. 바이오에탄올은 옳은 길이 아니다. 지구온난화 방지에 대한 효과가 과장돼 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대중교통을 활성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나친 에너지 소비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바이오에탄올산업을 통한 경제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 미국과 브라질은 물론 일본·중국·한국 등까지도 너도나도 바이오에탄올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왜 이런다고 보나. 국제적인 트렌드인가.
"첫번째 이유는 바이오에탄올산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시장이 형성돼 있다. 브라질은 사탕수수를 통한 에탄올을 판매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팜유를 만들어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판매한다. 문제는 이것들을 생산하는데 국제적인 환경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앵글은 보조금을 많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각국이 많은 양의 농업보조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에탄올산업이 펑펑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환경생태는 물론 브라질에서는 인권문제까지 발생시켰다. 노예노동 등. 또 미국은 옥수수와 콩 생산에 큰 농업보조금을 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과잉생산한다. 미국에서 과잉 생산된 옥수수 수출로 인해 주변국가의 농산물 가격을 하락시켰다. 심각한 가격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같은 곳은 지나치게 저평가됐던 국제옥수수가격이 정상화되는 거라고 주장하던데.
"앞으로 더 많이 옥수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옥수수 수출량이 줄었기 때문에 멕시코에서 또르띠야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갑작스러운 옥수수 가격의 상승은 다른 곡물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 바이오에탄올 문제를 지나치게 경제논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 미국의 바이오에탄올 산업에도 인권문제가 있나.
"환경법률안(CLEAN AIR ACT)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처럼 노예노동 같은 것은 없지만 오염된 물로 인해 심각한 인권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미국 옥수수농사가 한창 진행 중인 중서부지역에서는 물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 평소보다 빨리 물이 고갈되면 땅이 황폐화될 우려가 더 많다."

- 바이오에탄올산업으로 인한 제2의 환경파괴를 막으려면 NGO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바이오디젤과 에탄올은 이미 글로벌 마켓에 진출해 있다. 전 세계의 교역대상이다. 에탄올산업으로 인해 더 많은 환경파괴를 낳지 않도록 NGO가 정부정책 결정에 건강한 영향을 끼쳐야 한다. 이대로 가면 매우 심각한 수준의 환경문제를 낳을 수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추출산업이기 때문에 환경과 인권문제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옥수수에서 에탄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기업의 지배가 확대되면 노예노동 같은 노동인권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지난달 11일 오후 미 워싱턴DC 코네티컷 애비뉴에서 만난 그린피스 활동가들. 이들은 바이오에탄올 도입 반대 등의 거리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바이오에탄올이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린피스의 강력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난달 11일 오후 미 워싱턴DC 코네티컷 애비뉴에서 만난 그린피스 활동가들. 이들은 바이오에탄올 도입 반대 등의 거리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바이오에탄올이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린피스의 강력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 장윤선

관련사진보기



"바이오에탄올산업 팽창에 따른 국제 환경단체의 공동행동 필요"

- 바이오에탄올산업 팽창에 따른 환경단체들의 국제공동행동도 필요한 것 아닌가.
"전 세계 NGO가 바이오에탄올산업 중단을 위한 공동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에너지는 모두 좋은 것이라는 환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바이오에너지산업 성장에만 몰입돼서는 안 된다."

- 부시 미 대통령은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에탄올동맹도 맺었다.
"잘 아는 것처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역사상 최악의 환경대통령이다. 그가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에탄올동맹을 맺은 것은 세계를 대상으로 '나도 환경을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그린워시'다. 또 부시 미 대통령이 2017년까지 360억 갤런의 에탄올을 생산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실수다. 지금까지도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짧은 기간 안에 에탄올 생산량을 5~6배 증가시킨다는 건가. 현실가능성도 없지만 말이다."

- 바이오에탄올정책을 둘러싼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차이는 있나.
"아쉽게도 별 차이 없다. 미국 아이오와주는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주다. 서로 표 때문에 경쟁하는 주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모두 정치적인 중요성 때문에 바이오에탄올정책을 안고 가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탄올은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진정한 대안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바이오에탄올, #쉐브론, #지구의 벗, #그린피스, #대체에너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