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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가을 여행 가요.”
  “그래?”
  “우리 가족 모두가 시간이 나잖아요.”
  “어디로 갈까?”

 

  식구가 다섯뿐이지만, 함께 여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꼭 약속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이 모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문제는 장소였다. 내장사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고 고창의 모양 성제에 가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다섯 식구의 의견 일치도 쉽지가 않았다.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이상 기온으로 올해 단풍이 예년과는 달리 많이 늦어진다고 하였다. 예년 같은 10월 21일이면 내장사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여져 있을 시기였다. 그런데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창의 모양성제로 정하였다. 국화 축제와 함께 다양한 행사들이 있다는 정보에 고창으로 정해졌다.

 

  출발하는 아침.


  하늘은 그렇게 푸르고 높을 수가 없었다. 비가 내려서 갑자기 추워졌던 날씨도 한결 풀려 있었다. 가족 여행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였던가. 날씨가 맑으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승용차에 다섯 식구가 타니, 꽉 찼다. 뒷자리는 대개 비워 있었는데, 가족이 모두 타니 든든하였다.

 

  금구 인터체인지를 통해 호남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막힘없이 달리는 고속도로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녹두장군 휴게소에서 맛있는 음식도 사먹었다. 여행에 있어서 간식을 먹는 재미 또한 여행의 또 다른 맛이다. 정읍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와 고창으로 향하였다.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들녘의 모습이 풍요로움으로 넘쳐나고 있어 보기가 좋았다.

 

 고창에 들어서자 우회도로를 타고 국화축제장으로 향하였다. 미당 서정주 선생님이 나고 자란 고창읍에서 축제장이 벌어지고 있어 의미가 크다. 게르마늄 온천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이기도 한 방장산 기슭의 정기를 머금고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방장산은 신선이 살고 있다는 곳으로 전해지는 곳으로 방장산가로도 이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화 축제장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는데, 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고 있었다. 국화와 사람 꽃이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은은한 가곡이 울려 퍼지고 있는 가을에 국화에 취하는 즐거움은 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꽃향기에 취해 오랜 지기를 만난 듯 웃음으로 대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국화 축제장을 나와 모양성으로 향하였다. 모양성은 단종에 축성된 성으로서 사적 제 145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성곽의 모습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적이다. 성안에 복원된 다양한 건물들이 찾는 이의 마음을 잡고 있었다. 특히 수문군 재현 행사가 펼쳐지고 있어 볼거리가 아주 풍성하였다.

 

  성문 앞 동리 국악당 마당에서는 오거리 당산제가 시연되고 있었다. 오거리 당산제는 매년 정월 보름날 풍년과 안정을 기원하는 당산제다. 고창 사람들이 동부와 서부로 나누어서 힘을 겨루고 음식을 나눠 먹는 아름다운 우리 전통 민속놀이인 것이다. 축제를 빛내기 위하여 그 놀이를 재연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연등을 앞세우고 긴 줄이 따라가면서 풍물에 맞추어 진행되는 놀이가 그렇게 흥겨울 수가 없었다. 오거리 당산제에 참석하고 있는 분들을 보니, 모두가 고창에 거주하고 있는 어른들이어서 더욱 더 의미가 있었다. 보여주기 위한 놀이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어서 더욱 더 돋보였다.

 

  모양성에는 각종 체험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가마니 짜기를 비롯하여 군복 입어보기 그리고 옥살이 체험 등 다양한 내용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 보는 축제에서 직접 참여하고 해볼 수 있는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찾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었다. 4일 동안 이루어진 모양성제의 마지막 날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축제에 즐기다 보니, 배가 고팠다. 먹을거리 장터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돌아서는데, 아쉬움이 컸다. 고인돌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있었지만, 모두 다 참석할 수는 없었다. 제한된 시간으로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가족이 가을 축제에 참여함으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즐거운 가족 가을여행이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고창에서


태그:#가족, #여행,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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