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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동창회 친목행사장에서 침묵시위에 나선 안양지역시민환경단체
 서울대총동창회 친목행사장에서 침묵시위에 나선 안양지역시민환경단체
ⓒ 안양환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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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동창회는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희귀식물이 서식해 평소 일반 관람이 엄격히 제한되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관람이 일체 금지되고 있는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에서 식사와 음주를 동반한 친목행사를 결국 치뤘다.

서울대총동창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출발, 관악산을 등반한 뒤 관악수목원에 도착해 수목원 정문으로 내려오는 좌측에 있는 넓은 광장에서 동문과 가족 2천여명이 준비한 음식과 맥주, 소주 등을 들며 각종 이벤트 행사를 가졌다.

더욱이 서울대 관악수목원측이 식생 보호를 이유로 평소 이곳을 탐방하는 학생, 일반시민들에게는 음식물 반입조차 일체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날 행사장에는 대형 LPG가스통과 화기를 설치하고 협찬업체에서 제공받은 음식을 끓여 제공하는 현장이 목격됐다.

반입이 금지된 관악수목원 행사 현장에 설치된 취사도구
 반입이 금지된 관악수목원 행사 현장에 설치된 취사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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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 안양지역 9개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은 이날 오전 12시 관악수목원 정문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스스로 세운 원칙을 무시한 특권적인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행사를 개최하지 않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을 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번 행사는 반환경적일 뿐 아니라 규정을 어긴 특권적 행사다. 서울대 동문들은 무슨 권리로 취사와 음주까지 진행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비상식적이고 관행적인 특권의식의 발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안명균 사무국장은 "서울대학교는 수목원의 식생 보호를 위해 관련규정 준수를 외치면서 자신들은 특혜성 행사를 29년째 지속하고 있다"면서 "관악수목원을 자기 집 마당처럼 사용하는 서울대 총동창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길용 상임의장도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수목원에서 규정에 어긋난 친목행사를 갖는 것은 서울대 총동창회의 특권의식이 빚어진 결과로 본다"고 비판했다.

2천여명이 참석한 서울대총동창회 관악수목원 친목행사
 2천여명이 참석한 서울대총동창회 관악수목원 친목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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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총동창회의 관악수목원 친목행사가 문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6년으로 환경운동연합은 서울대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2006년 10월 14일 동문가족행사를 관악수목원에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총동창회측에 항의공문을 보내 행사중단을 요쳥했었다.

당시 서울대총동창회측은 "2007년부터는 장소변경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서울대 총동창회측은 작년의 약속을 뒤집고 금년에도 서울대 관악수목원에서 총동문회 가족 친목행사를 개최했다.

취사용 가스통을 설치하고 협찬받은 음식을 끓여 나눠주는 현장
 취사용 가스통을 설치하고 협찬받은 음식을 끓여 나눠주는 현장
ⓒ 안양환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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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관악수목원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우신 교수(관악 수목원장)는 이날 현장을 취재한 MBC-TV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가 소유하고 서울대가 가꾼 수목원을 서울대 구성원인 동문을 위해 1년에 한 번 개방하는 것은 무난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후 서울대 총동창회 친목행사가 열리고 있는 현장으로 이동해 행사 중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행사장을 돌며 침묵시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총동창회 행사 관계자들과 옥신각신 말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악수목원은 희귀식물 1700여종과 8만여그루의 수목이 식생하고 있어 식물보호 차원에서 탐방 목적으로 안양시 만안구청을 통해 출입을 허가받은 일반인과 서울대수목원을 통해 단체예약한 어린이집, 유치원 학생이나 환경교육단체 등의 연구 견학만 허용한다.

이같은 일반인의 탐방도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되면서 그나마 닫혀있던 공간이 열린 것으으로 이들도 주류는 커녕 도시락과 음식물 등의 반입은 물론 혹여나 식생 식물이 없어질까 대형 가방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행사 참석자들을 태워갈 30여대의 관광버스들이 관악수목원에서 안양예술공원쪽으로 줄 지어 서있다.
 행사 참석자들을 태워갈 30여대의 관광버스들이 관악수목원에서 안양예술공원쪽으로 줄 지어 서있다.
ⓒ 안양환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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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발달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매우 민감하다. 또 자고로 숲은 작고 큰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그 숲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들풀들은 인간의 행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욱이 지난 40여년동안 희귀한 수목을 살리고 가꾸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으며 그로인해 수도권 주민들은 등산길과 하산길에 능선을 타고 넘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인내해 왔다.

그러함에도 수천명의 인원이 숲속에 모여 요리를 하며 이벤트 행사를 하는 것은 어처구니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번 학교시설물을 학교 동문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안된다고 이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특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15일에도 산림청이 주최하고 서울대학교와 녹색문화재단이 주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제1회 숲에on 국민숲길걷기대회'가 서울대를 출발해 관악수목원까지 이어지는 7㎞구간에서 진행되자 숲 전문가들로 부터 숲을 파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바 있다.

서울대총동창회 행사 관련 KBS-TV 뉴스 보도
 서울대총동창회 행사 관련 KBS-TV 뉴스 보도
ⓒ 인터넷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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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저녁 MBC-TV 뉴스데스크는 서울대 동창 '특별대우' 보도를 통해 "관악 수목원은 서울대가 사람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곳인데 동창들은 이곳에서 음식도 해먹고 술도 마셨다"며 "서울대 재정은 대부분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지요"라고 꼬집었다.

MBC-TV는 현장을 취재한 관악수목원의 행사장 그림을 보여주면서 "잔디밭의 조리 기구에서 음식이 끓고 사람들이 줄지어 음식을 기다립니다. 소주와 맥주 같은 술도 쌓여있습니다. 오늘은 규정을 어기고 서울대 동창회원들을 입장시킨 겁니다"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서울대인의 기상을 채우자!", "채우자"며 술잔을 부딪힌다.

KBS-TV도 "수목원 한켠에서 우동국물 끓이기가 한창입니다. 바로 옆엔 LP가스통이 버젓이 서있습니다. 평소엔 수목원 반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술까지 나눠줍니다"고 현장 그림을 보도한 가운데 관련 기사에는 비난과 옹호성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어떤 곳인가
관악수목원앞에 설치된 안내문
 관악수목원앞에 설치된 안내문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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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속 수목원으로 설치된 서울대 관악수목원은 안양시 석수동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인 삼성산·관악산 기슭에 지난 1965년 문을 열었으며, 수목원의 식생 보호를 위해 지난 40여 년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해 왔던 '비밀의 화원'이다.

각종 희귀식물과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이 갖춰진 이 수목원은 전체면적 1501㏊(454만평)중 수목원 조성면적만 15㏊(4만5천평)에 이르고 1700여종 8만 그루의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주요 시설로는 수목원 중앙로, 단풍길, 진달래길, 야생초화 관찰로가 있다.

서울대측은 수목과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입구에 철문을 설치 차량과 인원의 통제를 하고 학술적인 목적으로 사전견학·신고를 한 단체나 학교 등 외에는 출입을 차단해 왔다.

하지만 안양예술공원에서의 진입이 철저히 통제된 대신 신림동, 과천 방면에서 등반을 한 등산객의 하산은 자유로웠으나 이 마저 식물보호 차원에서 지난 2002년 철조망을 치고 4km의 우회등산로를 개설하여 예약 탐방객 외에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목원 탐방 목소리가 높자 안양시의 노력과 서울대측의 협조로 다행히 지난 2005년 4월22일을 기해 일반인들에게 부분적으로 개방됐다. 수목원 입장을 위해서는 입장 희망일 일주일 전에 관악수목원(학교)과 만안구청 건설과(개인·단체)에 신청해야 가능하다.

관악수목원 탐방은 일반적으로 오후 1시30분부터 4시30분 사이에 신청자 모두가 한꺼번에 입장하고 오후 6시까지 퇴장해야 하며 지정받은 숲안내자의 안내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 특히 주말과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식물보호차원에서 입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관련 서울대 농대 관악수목원 입구의 안내판과 홈페이지(http://arbor.snu.ac.kr/)입장자 유의사항에도 토·일요일, 공휴일(국경일)에는 휴원하며 애완동물, 식물·곤충채집도구, 자전거, 운동기구(공,라켓등), 알콜음료(주류), 도시락을 포함한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한다 고 명시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관악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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