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오전 국세청에서 열린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전국표 국세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2일 오전 국세청에서 열린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전국표 국세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권우성

"저기 화면을 보시면, 2002년 8월 계약당시 (법인)통장 잔고가 15원이었습니다. 그 옆에 다른 법인통장 잔고는 8만7108원입니다. 대부업체의 고리사채를 쓸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회사가 500억원이 넘는 토지를 서울시와 사업계약을 체결했다면, (국세)청장 입장에서 볼때 이상하지 않은가요?" (이목희 대통합민주신당)


"자료를 분석해보겠습니다"(전군표 국세청장)

 

22일 서울 종로구 국세청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오후 첫 질문자로 나선 이목희 의원은 작심이라도 한듯 목소리를 높였다.

 

내용은 상암동 DMC(디지털미디어시티) 특혜분양 의혹.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한독산학협동단지에 자격이 크게 떨어진 업체에 상암동 땅을 특혜로 분양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이후 해당 부지에 독일대학 유치 약속을 어기고, 내국인을 상대로 오피스텔을 분양해 6000억원대의 수입을 챙기면서 특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이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이 업체의 자격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졌다. 계약당시 통장에 15원에 불과한 자금력을 가진 회사가 어떻게 500억원이 넘는 토지를 서울시로부터 사들일수 있느냐는 것.

 

통장 잔고 15원이었던 회사가 500억 토지 매입 계약 체결

 

그는 이를 위해 해당 법인통장 사본 등을 제시했다. 지난 2002년 8월 법인통장 내역을 보면, 한독산학협동단지의 잔고는 15원 이었다. 또 다른 법인통장에는 8만7108원이 남아있었다.

 

이 의원은 "이런 회사가 500억원이 넘는 토지를 서울시와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세무행정전문가인 청장 입장에선 자금 출처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 않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을까. 이 의원은 계약 당시 이 회사 고위임원이었던 박 아무개 부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사장이었던 윤아무개씨의 주식과 서울시와 맺은 토지계약서를 담보로 명동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렸다. 금액은 1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54억원을 서울시에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이후 2004년초 이 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돈으로 명동 사채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자를 보태 빚을 갚았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돈을 가지고 사장 개인 빚을 갚고, 직원들이 회사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세금 탈루 의혹이 있다"면서 세무조사 여부를 물었다.

 

이에 전군표 청장은 "기업체의 신고상황과 자금 흐름 등을 전반적으로 분석해 봐야 한다"면서 "이후에 (세금) 탈루 혐의가 있다면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업체에 돈 빌리던 업체가 수백억원 기부

 

 지난 해 4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 건설중인 한독산학협동단지 건물들.
지난 해 4월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 건설중인 한독산학협동단지 건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밖에 한독산학협동공단의 기부금 내역에 대해서도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이 내놓은 지난 2005년도 법인통장 내역을 보면, 기부금으로 44억7300만원이 빠져 나갔다. 또 2006년도엔 284억2800만원의 기부금을 공익재단에 기부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년동안 이 회사가 기부금으로 낸 돈이 무려 330억원에 달한다"면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대기업들에도 물어보면, 이처럼 막대한 돈을 기부한 예가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 청장을 향해 "대부업체에 고리 사채를 쓸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회사가 이처럼 큰 금액의 기부금을 낸 경우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전 청장도 "특이한 경우라고 본다"라고 짭게 답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자금조달 능력이 전혀 없는 업체가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하던 때에 서울시에서 토지를 분양받아, 당초 계획과 달리 상가와 오피스텔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이 돈 상당수를 유동화전문회사 같은 서류상 회사와 기부금 등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빼돌린 돈의 상당액이 특혜를 준 집단에게 유입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무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청장은 "이 의원이 제기한 탈세 의혹에 대해선 자료를 검토, 분석해보겠다"면서 "분석한 후에 세금 탈루 의혹이 있다면 세무조사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암동 DMC 의혹#이명박#국세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