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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서민 후보들은 ‘지금 정치판은 썩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의 경우, 길거리에서 시체를 본 적이 몇 번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숙인이나 주거 문제 등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정치인 중 누구도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못 내놓으니까 울분이 많은 것 같았다.” (인턴기자 김귀자)
 
“서민 후보라고 하지만, 이미 기존 정치인을 닮으려는 것 같았다. 대중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일부 서민 후보들이 신선함을 내세우기보다 유명 정치인과 사진 찍은 것을 내세우는 등 기존 정치판을 흉내내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인턴기자 황승민)

 

“도에 심취한 분이 계셨다. ‘파라다이스를 만들겠다’, ‘내가 신이다’라고 신학적인 말을 하는데, 이걸 그대로 기사화해야 하는 것인지 그의 화법을 풀기가 힘들었다.” (인턴기자 손기영)

 

“한번은 자정께 서울역을 지나다가 노숙자 가족을 봤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나라 복지가 어찌된 것인지….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일주일씩 노숙을 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의 밑바닥도 하나 못 챙기면서, 동북아 시대니 뭐니 챙길 수 있겠나. 하루로는 안 된다. 일주일은 해봐야 한다.” (인턴기자 박상익)

 

거침없는 수다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19일 저녁 7시께 모인 탓에 식사도 변변히 못했을 텐데, 그들의 수다는 적절한 때에 사회자가 ‘컷트’를 해야 할 정도로 쉼이 없었다.

 

방담을 위해 <오마이뉴스> 편집국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6기 대학생 인턴기자 출신인 김귀자, 박상익, 손기영, 황승민 등 4명. '2007대선 마이너리그' 기획에 참여한 이들은 무소속 후보들을 인터뷰해 기사화했다.

 

세상이 서민 후보들을 '언론에 목마른 무명 정치인' 정도로 폄하하는 이 때에 그들이 만난 서민후보들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또한 ‘진짜 서민’인 무소속 후보들과 서로 ‘서민이라고 주장하는’ 메이저 대통령 후보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느낌은 무엇일까.

 

두 시간 동안 대학생 인턴기자 4명은 마이너리그 후보들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냈다. 이들의 수다를 지면으로 중계한다.

 

제1장. 서민 후보들, '돌아이'라고요?

 

 

방담 참석자들은 서민 후보들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대로 '황당한 사람들(돌아이) 집합체'였느냐"는 물음에 동시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이들을 대선 ‘마이너리그’에 뛰어들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손기영(이하 손) “화가 김윤환씨의 경우 굉장히 참신했다. 실제로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서민도 대통령 후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같다. 만약 본격적으로 대선에 나서지 못한다 해도 기탁금 5억원 등 기존 정치 틀을 넘지 못하는 서민 후보의 한계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치있는 후보였다. 서민후보들은 택시기사, 밤무대 가수 등을 업으로 생활하면서 느낀 것이 있을텐데, 그게 정치인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되니까 답답함이 있었던 것 같다.”

 

김귀자(이하 김) “그들의 공약이 허무맹랑해 보이기는 하지만 각자 직업이나 생활 기반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일반인들의 염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기존 정치인들이 참고했으면 좋겠다.”

 

박상익(이하 박) “해저터널을 뚫겠다는 공약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보내보자. 경부운하 만드시고, 그 다음 해저터널 뚫으시라고.(웃음)”

 

“물론 그런 공약도 있기는 했다. 지나친 자기 확신에 차서, 언론이 자기를 노출시켜주기만 하면 이명박 후보쯤은 문제없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그들의 경력과 말 몇 마디만 따서 ‘똘끼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식으로 보도한 데 대해서는 다들 불만을 갖고 있었다.”

 

황승민(이하 황) “서민들의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이용돼야 하지만, 일반인들마저 이들의 정책을 진지하게 보지 않더라. 서민 후보들이 굉장히 미시적인 정책을 내놨음에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서민들이 되레 이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보였다.”

 

하지만 100여명의 서민 후보들 중 옥석을 가리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참신하거나 현장성 정책을 내놓는 이들도 있었지만, 실현 가능성 0%인 주장을 공약이라고 내놓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 대상 선정에서 잘못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허무맹랑한 주장도 많았다. 애초 기획 의도는 ‘생생한 현장의 대선공약을 듣자’는 것이었는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파라다이스가 된다’는 등 공상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차라리 버스 기사를 찾아가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들었다면 더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학력 위조의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었다. 연세대 대학원을 나왔다고 하는데, 학위도 없고 직업을 갖고 있는데 기본적인 자격증조차 없는 사람이 있었다. 예비후보 신청을 통해 서민 후보들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후보 신청부터 꼼꼼히 해야 할 것 같더라.”

 

제2장. 서민 후보들, 2% 부족해

 

 

서민 후보, 민초들의 대선 공약 등 무소속 후보들에게 참신한 구석도 있었지만, 기존 정치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서민 후보라고 하지만, 이미 기존 정치인의 틀을 닮으려는 것 같았다. 대중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서민 후보들은 신선함을 내세우기보다 유명 정치인과 사진 찍은 것을 내세우는 등 기존 정치판을 흉내내고 있었다. 아쉬웠다.” 

 

“참신한 맛이 떨어졌지만, 대선 후보로 나오겠다는 사람들에게 사회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 반대 여론에도 ‘무조건 한다’는 식으로 가고 있는데, 그런 모습이 서민 후보들에게도 보였다. 자기 확신만큼 타인과 의견을 나누는 사회성도 있어야 하는데...(웃음)”

 

“서민 후보를 만나면서 든 의문이 ‘왜 유독 대통령에만 나오려고 하는가’였다. 그들이 진심으로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으로 정책을 만들어보고자 한다면, 대통령 외에도 할 것이 많지 않나. 예를 들어, 가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면 가수협회장 등에 나오면 되지 왜 대통령에 출사표를 내느냐는 거다. 취재가 끝난 뒤 든 생각이었지만, 서민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상 자신을 알리고자 예비 후보에 등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다.”

 

“무엇보다 ‘과연 많은 무소속 서민 후보들 중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한 명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기탁금 5억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과연 대선 기간 동안 이명박, 정동영 후보 등과 같이 포스터에 걸릴 사람이 있겠나 싶었다. 기존 정치의 벽은 높고 견고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동의한다. 진짜 서민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정말 답이 안 나오더라. 안 그래도 무소속 후보들이 만든 연대에서 단일 후보를 내는 방안을 내는 등 움직임이 있더라.”

 

인턴기자들에게 인터뷰 또한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한 사람을 두어시간 만나 그에 관한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이 이들의 양심을 건드리기도 했다.
 
“서민 후보의 공약을 논리적으로 따질 수도 없었고, 한두 시간 만남으로 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쓴다는 것이 어려웠다. 그 분들의 불평대로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양심상 찔렸다.”

 

“서민 후보들이 언론에 드러날 기회가 없어서인지, 취재를 위해 연락했을 때 ‘감사하다’고 인사하더라.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말이 너무 많았다.(웃음) 질문을 하면 동문서답식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말을 끊어야 하는데, 후보들의 나이가 부모님 연배라 함부로 끼어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릴 때 기자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정치인 장기표씨 인터뷰 제목이 ‘그는 왜 대통령 선거에 나올까’라고 섹시하게 나와서 곤란하더라.(※편집자주-해당 제목은 편집부가 선택했다) 그 제목을 애초부터 쓰고 싶었지만, 본인도 (대통령에) 당선 안 될 것을 의식하는 것 같은데, 본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 제목을) 대놓고 쓰기가 쉽지 않았다.”

 

제3장. 이런 대통령, 나와주길 바래

 

매일 언론을 통해 유명 대통령 후보들의 소식을 접하고, 동시에 현장에서 서민 후보를 직접 만난 이들은 이번 대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른바 ‘후보체험 극과 극’을 한 이들에게 대선을 물었다.

 

“대통령 선거에 나온 사람들이 거시적인 정책을 많이 내놓는다. 대통령 일이라는 것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고, 유시민 의원이 내놓았던 ‘공수부대원에 의한 멧돼지 생포’ 공약을 비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유 의원이 MBC TV 프로그램 ‘느낌표’에서 만난 한 농촌 할머니와의 작은 약속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약속이라고 실천하겠다는 뜻이었는데, 곡해했던 것이다. 당장은 황당무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 후보들이 이런 미시적인 정책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번은 자정께 서울역을 지나다가 노숙자 가족을 본 적이 있다. 별별 생각이 다 들더라. 이 나라 복지가 어찌된 것인지….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일주일씩 노숙을 해봤으면 좋겠다. 한국의 밑바닥도 하나 못 챙기면서, 동북아 시대니 뭐니 챙길 수 있겠나. 하루로는 안 된다. 일주일은 해봐야 한다.”

 

“좋네. 기탁금 5억원에 플러스 노숙 일주일 하면 되겠다.(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이 넘어야 할 산은 유권자들의 무관심. 눈앞의 취업난을 뚫어야 하는 이들에게 청와대의 새 주인은 머나먼 이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인턴기자들의 논의는 대학생의 정치 무관심으로 옮아갔다. 

 

“무엇보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인데도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 되레 미국 대선 등 국제정치에 더 관심을 갖는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이명박 후보만 언론에 나오자 ‘박근혜 후보는 왜 갑자기 안 나오는 것이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 ‘낚시글’을 올리면 댓글을 통해 소통이 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TV 토론회 등을 마치고 ‘문국현 후보 좋지 않나요’라는 글을 하나 올리면, 댓글을 통해 호불호를 알 수 있다. 논쟁이 뜨거운 편이다.”

 

“대학에서 거대 담론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이제는 대선 후보들이 피부에 와닿는 실용적인 정치를 하고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취업난, 양극화 등 우리들의 문제를 정치권이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국정 이념이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마이너리그 , #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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