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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지하주차장 뒷정리 다 했어요?"
"아니요, 이제 하려고요."
"화재 원인이 뭐예요?"
"엔진 과열이라고 하네요. 다행이도 그때 운전자가 자동차 안에 있어서 얼른 진압할 수 있었어요."
"정말 그만하기가 다행이에요. 만약 운전자가 없이 화재가 났더라면 얼른 발견하기 힘들었을 텐데."
"아까 내 목소리 무척 떨렸지요?"
"네. 많이 떨려서 더 놀랐어요."

119구급차가 우리 동 바로 앞에 서 있었다.
 119구급차가 우리 동 바로 앞에 서 있었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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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일요일 하루도 평화스럽고 조용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손자가 자전거 타는 것을 쫓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빨래를 걷어 개고 있었다. TV에서는 '동물의 왕국'을 하고 남편은 식탁에 앉아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때 우리집 가까이에서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난 무심코 들려오는사이렌 소리에 "또 어디에서 불이 난 거야?" 혼자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2~3분이나 지났을까? 관리실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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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수사대차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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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02동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 거의 다 꺼진 상태이니 너무 놀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집안에서 답답하신 세대에서는 밖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바로 우리 아파트에 불이 나서 난 사이렌 소리였던 거야' 난 남편에게 "얼른 가스밸브 좀 잠궈" 하곤 나도 보던 TV를 끄고 전기 콘센트도 뽑았다. 그리곤 본능처럼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시간이 오후 5시 40분쯤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다. 층마다 모두 쉬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그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남편과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앞마당으로 나왔다. 그 전날 가족모임에서 저녁을 먹고 사위 차가 지하에 주차한 것이 생각나 딸아이한테 인터폰을 했다. 다행히 사위 차는 아무 일이 없다고 했다.

아파트 앞마당에는 과학수사대차, 경찰차, 119구급차가 서 있었다. 또 아파트 주민들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이 느껴졌다. 남편과 나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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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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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주차장에 뿌려진 소화기 잔해와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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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지하주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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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소화기가 뿌려져 물과 소화기에서 뿌려진 가루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지독한 매연이 눈과 코를 맵게 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자동차들을 하나둘씩 지상으로 옮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를 막고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들어가니깐 지독한 매연 때문에 더 이상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소방관들은 방독 마스크를 하고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우리 부부 말고 여러 사람이 더 있었다. 그들도 들어가려다 냄새가 너무나 지독하게 나서 망설이고 있었다. 마스크도 없이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 생각하고 우리 부부는 그곳을  나왔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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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주차장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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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하 주차장입구로 들어갔다. 그곳은 매연이 덜했다. 그곳이 바로 사고 현장이었는데 연기가 안 흘러 나오는 것이 더 이상했다. 누군가가 그곳의 환기통이 막혀서 다른 입구로 몰려서 그렇다고 한다. 매연이 덜해서 우리 부부는 사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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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CC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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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자동차에도 소화기가 뿌려진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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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이 까맣게 타 버린 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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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맣게 타버린 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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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화재가 난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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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정말이지 아수라장이었다. 사고 차량 근처에 있던 다른 차량의 유리창문, 보닛, 몸체에도 소화기에서 뿌려진 가루로 뒤덮여 있었고 주변에는 물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사고차량 주인이 관리소 직원과 이야기할 동안 몇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더 자세히 찍고 싶었지만 사고차량 주인이 사진 찍는 것을 보면 싫어할 것 같아 그만 찍었다.

엔진이 까맣게 탄 차량의 내부를 보니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다행히 타다만 차량이지만 생각만 해도 끔찍했던 것이다. 그곳에서 잠시 있다가 마무리 이야기를 나누는것을 보고 그곳을 나왔다. 밖까지 퀴퀴하고 지독한 매연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이렇게 지독하니깐 화재 매연을 맡으면 사망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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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는 소방소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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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차량은 그날 어디를 다녀온 후 다시 나가려고 시동을 걸었다고 한다. 바로 그때 시동을 켜는 순간 불이 난 것이라고 했다. 운전자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만약 더 큰 사고로 인명피해라도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그런 반면 만약 사전에 사고차량이 점검을 받았더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엔진 과열로 인한 화재사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닛을 열고 한 번만 훑어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보닛 안에 기름이 흘러 나와도 화재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난 오래된 내 자동차도 걱정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는 있지만 화재차량을 보니 괜스레 염려가 되는 것이다. 내일은 차량 검사를 미리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자동차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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