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임 못 지면 애완동물 키우지 마라’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이 제목을 보면서 난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정 기르고 싶으면 일단 빌려서라도 길러본 후에 결정하라!”

사실 처음 애완동물을 기를 때는 마냥 귀엽기만 한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애완동물을 누군가에게 받거나 살 때는 새끼일 때 받는 경우가 많아 정말 귀엽다. 그러나 막상 기르기 시작하면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어떻게 아느냐고? 바로 얼마 전 내가 그랬다. 언젠가 친구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문을 열자 마자 두 마리의 강아지가 맹렬한 속도로 나에게 돌진하더니 마치 돌고래처럼 펄쩍 펄쩍 뛰며 반겨주는 것이 아닌가.

친구 집에서 본 귀여운 안나의 모습
▲ 귀여운 안나 친구 집에서 본 귀여운 안나의 모습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나를 처음 보는 것인데도 이렇게 반겨주는 것을 보니 뿌뜻했다. 마음 속으로는 역시 강아지들에게도 '내 첫 인상이 좋아보이는구나' 하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물론 착각이었다. 정말 험상궂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다 그렇게 맞이해준다고 했다.

어쨌건 그 후에도 몇 번 친구네 집에 놀러갔고 강아지들의 재기발랄함과 귀여움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데리고 와서 같이 살고 싶을 정도였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중국은 10월 1일을 국경절이라고 하여 일주일간 쉰다.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당연히 긴 연휴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바빴던 나는 한국에 들어갈 계획이 없었고, 덕분에 친구 집을 지키던 두 마리 강아지와 같이 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강아지 키울 기회를 잡다

“얘네들 소파 올라가고, 여기 저기 오줌 싸고, 똥 싸고, 목욕 안 시키면 냄새 배기고 힘들텐데, 괜찮겠어? 동물 병원에 맡겨도 되는데.”

친구는 누누이 강아지를 집에서 기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담스러우면 동물 병원에 맡기겠다고까지 했으나 내가 극구 만류했다.

“내가 말야. 어려서부터 개를 몇 마리를 키웠는데! 걱정마!”

귀여운 강아지들과 일주일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나는 무턱대고 무조건 내가맡으마 하고 호언장담을 해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어려서부터 강아지를 키운 것은 분명 맞다.

그러나 그 강아지들은 집에 들어와 키우지 않았고, 늘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이었다. 뿐더러 밥도 어머니께서 주었고, 배설물도 어머니께서 치우셨고, 가끔 시키는 목욕은 아버지께서 하셨다.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 강아지와 논 것 이외에 내가 강아지를 길렀다고 말할 만한 그럴 경험은 전무한 셈이었다.

허나 강아지를 맡을 때 그런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그저 강아지들을 내 집으로 데려와 같이 장난치고 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친구가 한국으로 떠나고 난 중국에 남아 강아지들과 설레는 첫 날을 맞이하였다.

“안나야!”

황희 정승이 검정 소, 누렁 소 중 누가 더 잘 일하냐고 묻자 농부가 황희 정승에 귓속말로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록 짐승이지만 자기가 더 못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겠냐는 것이다. 참 교훈적인 이야기다. 그렇지만 실생활에서 그러기가 쉽던가?

난 데려온 두 마리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더 마음에 들었다. 이름은 ‘조안나’. 전하는 이야기로 식성이 대단히 좋고 약간 어리버리하다고 한다. 생긴 것도 꽤 귀엽게 생겼다. 무엇보다 가끔씩 보았던 영화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그 눈빛을 재현할 수 있기에 더욱 귀여웠다.

신기하게도 이름을 부르자 안나가 뛰어왔다. 그러자 같이 데려온 또 한 마리 강아지가 안나 뒤를 따라 내게로 왔다. 이 녀석 이름은 꽃님이. 사람으로 치면 새침하고 얌전하지만 내숭녀 기질이 있어 다소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개도 내숭을 떨었던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둘 다 암컷이었다. 어린 시절 성질 있는 수컷 강아지에게 물려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귀여운 녀석들. 강아지들과 놀고 나다 보니 평소보다 배가 더 고팠다. 냉장고를 뒤졌으나 그리 맛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 눈에 뜨인 것이 바로 백설기였다. 꽁꽁 얼었으나 프라이팬으로 구우면 될 것 같아 요리를 시작했다!

애절하게 바라보던 안나에게 주었으나 안나 역시 거부했다.
▲ 다 타버린 떡 애절하게 바라보던 안나에게 주었으나 안나 역시 거부했다.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나름 소금도 뿌리고 참기름도 뿌려 고소한 냄새는 나기 시작했다. 맛있는 냄새에 미소 짓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아래를 보았다. 부엌 문 밖에는 먹성 좋다고 소문난 안나가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얘네 점심에 딱 밥 한 끼만 줘야 해. 안 그러면 똥 냄새도 지독하고 오줌이랑 똥도 많이 싸.”

그 때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 이미 밥을 주었다. 더 이상 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의 그 애절한 두 눈을 닮은 눈을 하고 바라보는 안나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야, 지들은 사람이라고 삼 시 세 끼 다 제 때 챙겨 먹으면서 강아지는 하루에 한 끼 주는 거 너무 심한 거 아냐. 사람들이 말이야.”

심지어 하루에 한 끼 밖에 안 준다는 친구를 탓해가며 안나에게 떡을 주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말하면 냄새와 달리 떡이 다 타버린 데도 이유가 있었다. 한 끼 밖에 안 준다고 친구를 욕했으나 사실 다 탔다고 개에게 주는 나도 사실 칭찬받을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떡을 굽는 동안 안나는 내내 저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 먹을 것을 갈망하는 애절한 눈빛 떡을 굽는 동안 안나는 내내 저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 양중모

관련사진보기


그래도 저리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 보는데 내 어찌 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참을 수 없는 동정심이 밀려와 안나에게 떡을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리 먹성 좋다는 안나가 냄새를 몇 번 맡고, 혀로 몇 번 핥더니 먹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무언가 울컥 하는 것이 가슴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참았다. 그래 내가 먹기 싫은 것은 개에게 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먹을 것이 있으면 개들에게도 넉넉한 마음으로 먹을 것을 주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도 그것이 일주일간 두 마리 강아지와 내가 벌인 처절한 전투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2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강아지 아무나 키우는 거 아닙니다!



태그:#강아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