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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인간사의 오래된 명제를, 찢기고 바랜 선거포스터는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인간사의 오래된 명제를, 찢기고 바랜 선거포스터는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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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망덕한 권력자들이 고단한 농투성이들을 어떻게 짓밟았는지, 대추리는 보여주었다.
미국이 원하는 일이라면 제 나라 농민의 목숨도 팽개쳐 버릴 수 있다는 걸, 국방부는 제 이름에 먹칠을 하며 보여주었다. 그 이름도 찬란하구나, '나라 지키는 부서'여.

나라님의 윽박질에 마을이 거덜나고 있을 무렵, 초라한 흙집 담벼락에 붙은 희미한 두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바 정치 포스터였다. 선거철이면 번호표를 달고서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허나 시효가 지난.

누군가 떼다 만 듯한 그 얼굴들은 눈코입이 없거나, 있다 해도 간신히 애꾸눈을 뜬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위로 흙먼지가 내려 앉아 그들의 얼굴은 더욱 창백했다. 천상병을 잠시 변주하자면, 그들의 얼굴에선 '나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고요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긴, 그들은 스스로 풍화하기 전에 국방부의 삽날에 짓이겨 사라질 운명이기도 했다.

바야흐로, 때 되면 찾아드는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가,
권력을 향한 질주이건, 돈을 향한 질주이건, 또는 표를 향한 질주이건,
그것은 결국 삶을 전제로 한 것인데,
생각해 보니, 삶은 마침내 죽음에 대한 명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죽은 뒤에 영혼이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는지는 모르겠으나,
썩어 문드러진 육신이 흙으로 향한다는 것쯤은 지렁이도 아는 일일 게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인간사의 오래된 명제를,
찢기고 바랜 선거포스터는 홀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농부가 농사를 잘 짓고,
노동자는 땀흘려 노동하고,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우리네 상식일진대,
어찌하여 정치인이 정치를 잘하는 것은 몰상식이 되어 온 것일까.

허나 죽으면 그만이다.
의원 나으리는 천년 살고, 대통령 각하는 만년 사는 세상은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도, 뒈지면, 흙되리'에 몸을 붙이고 산다.

그러므로,
기호 1번부터 수십 번들아,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 것들아,
살았을 때, 정치 좀 잘 하라.
이제는, 몰상식을 뒤엎어 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사진과 글은 '정보공유 라이센스 2.0'에 따라 개작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복제를 허락합니다.



태그:#대추리, #선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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