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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풍금소리에 이끌려 유치원 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한참 수업중인데, 텃밭으로 안내하는 화살표를 따라 교실 뒤로 살짝 들어가보았습니다. 어머, 그런데 보랏빛 제비꽃이 보기 좋게 피어서 창문을 가리고 있습니다.
 
 이걸 누가 다 가꾼 것일까. 배추 밭, 무 밭, 들깨 밭, 옥수수 밭도 있습니다. 어머 세상에 감나무에 감이 탱글탱글 열려 있습니다.
 
 감나무는 한 그루이지만, 감은 정말 탱글탱글 많이 열렸있습니다. 이 감은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일까. 한 알 한 알 행복한 미소를 짓는 동그란 하늘의 얼굴 같습니다.
 
 갑자기 유년의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온 착각에 나는 살짝 감을 하나 땄습니다. 그런데 그만 선생님의 외침에 머쓱해서 볼이 빨개진 아이처럼 데면데면 웃으며 물었습니다.
 
 "어머, 선생님, 이 채소밭을 아이들이 직접 가꾸었나요 ?"
 "그럼요. 여름내 물도 주고 거름도 주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어요."
 
 
 
 문득 바슐라르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넘쳐나는 유년시절은 시의 씨입니다." 이 말처럼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미래 시의 씨를 가득 가진 셈일까요? 요즘은 유치원부터 영어공부에 전념한다는데, 언제 이런 텃밭을 가꿀 시간이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유치원 분홍반 담임 선생님은 우리 유치원은 주로 자연 학습, 자연탐구 속에서 생활의 지혜를 일깨우는 수업에 주력한다고 하네요. 
 
 대개 엄마들이 낮에 직장에 나가면 아이들은 유치원으로 등교하고, 엄마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도 하교시키는 우리 동네 유치원에 이렇게 멋진 교육이념을 가진 선생님이 있었다니 말입니다.  
 
 
 
 
 아기자기 올망졸망 구석구석 흙이 있는 곳은 모두 씨앗을 뿌려 온통 채마밭 속에 싸인 우리 동네 유치원… 그동안 별 생각없이 지나쳤는데 이렇게 알뜰살뜰 아이들을 챙겨서 자연교육시키는 선생님들은 여선생님이었습니다. 하긴 유치원은 남자 선생님이 잘 없지만 말입니다.
 
 수업시간이라서 많은 말을 나누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고 자연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터득해 나가는 자연학습 프로그램으로 유치원을 경영한다는 말에 사뭇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습니다.
 
 한 달에 몇 십만원의 영어 고액 과외를 하고, 해외의 유치원에 보낸다는 학부형이 많은 이 시대, 안 좋은 소문에 익숙해 있던 유치원에 대한 개념과는 달라서, 잠시 딴 나라의 유치원에 온 듯, 너무 신기해서 아이들이 수업중이라 사진만 많이 찍어왔습니다.
 
 그런데 자꾸 뇌리에 보랏빛 제비꽃 생각이 나고, "사람의 장래 번영 여하는 어렸을 적의 놀이를 보고 맞힐 수 있다"는 인도 속담이 생각나고 그러네요. 틀림없이 우리 동네 유치원 아이들은 자연의 고마움에 답하는 인물들이 줄줄 나올 듯한 생각이 듭니다.

태그:#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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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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