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술자리의 대화, 모두 진실일까? (자료 사진)
술자리의 대화, 모두 진실일까? (자료 사진) ⓒ 오마이뉴스 조경국

술자리 수다는 남자나 여자나 차이가 없다. 탄력이 붙으면 여자들에 비해 오히려 남자들 수다가 훨씬 더 세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재미있게 구사하는 김명호(가명·39)씨 수다는 사투리만큼이나 재미있다.

김씨 고향은 경남 사천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직장을 구해 몇 년간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횟집을 차리면서 경기도 안양에 오게 됐다. 같은 마을에 살면서 오다가다 몇 번 마주친 것이 인연이 되어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술에 관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술 때문에 겪은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경험이 안주로 등장 한 것. 경쟁하듯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토크쇼에서 연예인들이 서로 질세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 이날 모인 술꾼들도 머리를 쥐어짜며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대로 익었을 무렵  김씨의 화려한 말발이 빛을 발했다. 다른 이야기들은 그의 말에 모두 묻혀 버렸다.

술 좋아하는 심씨가 술에 덴 사연

1980년대 중반 경남 사천(당시 지명 삼천포)에 심치곤(가명·36)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김씨는 그 당시 읍내 시장에서 규모가 꽤 큰 슈퍼마켓을 운영했다.

성격은 낙천적인 편이다. 성격이 낙천적이다 보니 두루두루 대인관계가 좋아 사업도 곧잘 되는 편. 그러나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술이다.

그날도 일찌감치 점포를 정리하고 술집으로 향했다.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읍내에서 점포를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들끼리 친목회를 빙자(?)해서 술 마시는 날이다. 비슷한 연령대가 모여 있기에 술자리도 편안하고 말도 잘 통한다. 술 좋아하는 심씨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그런 자리다.

주거니 받거니 술이 몇 순배 돌아가면서 취한 사람이 한 두 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술자리를 끝낼 시간이 된 것이다. 술 좋아하는 심씨는 아쉬운 마음에 마음 맞는 사람들 몇 명과 2차를 갔다.

장소는 지구대(당시는 지서라 불렀다) 부근의 작은 맥줏집이었다. 가을이었지만 비교적 날씨가 포근했기에 맥줏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평상에서 다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렇게 시작한 술자리는 새벽녘까지 이어졌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술을 다 먹고 난 다음의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된 것. 심씨집은 읍내에서 약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농촌마을이었다. 새벽녘에 버스가 있을 리 만무했고 택시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심씨는 당시에 꽤 유명한 '스텔라'라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택시 잡기를 포기한 심 씨는 자가용을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과감하게 시동을 걸었다.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 새벽녘에 대도시도 아닌 사천이란 지방도시에서 검문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했다.

손에 익숙한 운전대를 조심스럽게 돌리며 심씨는 무사히 집까지 왔다. 심씨는 자신의 능수능란한 음주운전 솜씨를 스스로 대견해 하며 편안히 잠이 들었다.  숙취 때문에 눈도 잘 떠지지 않는 이른 아침, 심씨는 전화 한 통을 받은 다음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부리나케 밖으로 뛰어나갔다.

“보소, 순찰차를 훔쳐 가면 우짭니까! 빨랑 끌고 나오소, 퍼뜩 안오면 집으로 찾아 갑니데이”

마당으로 뛰어나간 심씨 눈은 놀란 토끼 눈처럼 커졌다. 앞 마당에 경찰들이 범인 잡을 때 타고 다니는 순찰차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던 것. 그 날 새벽에  읍내에서 끌고 온 자동차는 심씨의 애마 ‘스텔라’ 가 아니라 경찰들이 타고 다니는 순찰 차 ‘스텔라’ 였던 것.

지서 앞에 서 있는 순찰차를 만취상태였던 심씨가 자기 차로 착각하고 끌고 왔고 경찰들은 부근에 서 있던 김씨 차 넘버를 추적하여 김 씨 집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이 얘기를 끝으로 남자들의 기분좋은 술자리 수다도  마무리 됐다. 술에 취해 본의 아니게 경찰차 도둑이 된 심씨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전한다.

경찰들이 어이가 없어서 그냥 봐 주었다는 얘기도 있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는 얘기도 있다.

“진짜냐? 실화냐?” 라고 묻는 말에 횟집 김씨는 “진짜다. 형 친구 이야기다” 라고 대답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이 얘기가 ‘실화’ 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술에 취하면 정말 그럴 수 있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안양news.net)뉴스(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