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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갈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 갈대꽃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갈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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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의 시 '갈대'

순천만을 보려면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용산에 올라야한다.
▲ 무진교 순천만을 보려면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용산에 올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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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포구의 유람선
▲ 대대포구 대대포구의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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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는 파도와 함께 서러운 울음을 토해낸다

순천만 갈대숲에 서면 갈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갈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서걱서걱 울음을 운다. 허허벌판에서 서로를 붙들고 기대어보지만 가눌 수 없는 몸부림으로 울부짖고 있다. 신경림 시인이 노래했듯 어쩌면 갈대가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순천만에 가을이 깊어 가면 갈바람에 하얀 갈꽃이 부대끼며 운다. 하얀 눈물 뚝뚝 흘리는 순천만 갈꽃의 울음소리가 가슴을 파고든다. 사람들은 갈대의 슬픔일랑 알 바 없다는 듯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한 장이라도 순천만의 모습을 더 담아 가려는 욕심일 게다.

순천만 갈대밭은 노을 지는 저녁 무렵의 풍광이 멋지다. 순천만에 어둠이 내리면 갈대는 더 쓸쓸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갈대밭이 시작되는 대대포구에서 탐사선을 타고 갈대밭을 둘러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바다로 이어지는 구부러진 물길을 헤집고 유람선이 푸른 바다를 가를 때면 소용돌이치는 급물살에 갈대는 몸부림이다. 갈대는 파도와 함께 서러운 울음을 토해낸다.

순천만을 보려면 갈대밭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 용산에 올라야한다. 흐드러진 갈대와 S자 물길, 갈대섬이 한 폭의 그림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대대포구의 갈대밭과 농주리 칠면초 군락, 솔섬이 아름답다.

둑길에는 가녀린 코스모스와 청초한 구절초, 키가 큰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순천만 둑길 둑길에는 가녀린 코스모스와 청초한 구절초, 키가 큰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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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대대포구 전경
▲ 순천만 순천만 대대포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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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억새꽃, 갈색의 갈대가 손 흔드는 순천만 둑길

서쪽으로 간다. 둑길을 따라 하구 쪽으로 흘러간다. 둑길에는 가녀린 코스모스와 청초한 구절초, 키가 큰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둑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순천만 둑길에는 하얀 억새꽃이, 오른편 들녘에는 갈색의 갈대가 손을 흔든다. 장산 갯벌에는 목을 길게 뺀 백로 한 마리 한가롭고 오리 떼들의 힘찬 외침이 들려온다. 순천만에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다.

장산 갯벌에는 목을 길게 뺀 백로 한 마리 한가롭고 오리 떼들의 힘찬 외침이 들려온다.
▲ 칠면초와 오리 장산 갯벌에는 목을 길게 뺀 백로 한 마리 한가롭고 오리 떼들의 힘찬 외침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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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 팔짝팔짝 뛰는 갯벌에 찔룩게는 눈자루를 치켜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 찔룩게와 짱뚱어 짱뚱어 팔짝팔짝 뛰는 갯벌에 찔룩게는 눈자루를 치켜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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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외딴집 돌담장에는 기다란 대나무 가로놓여 있고 그물이 걸쳐져 있다.
▲ 바닷가 외딴집 바닷가 외딴집 돌담장에는 기다란 대나무 가로놓여 있고 그물이 걸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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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의 순천만은 그리움이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쫓아 사색의 벌판 순천만을 끝없이 달려보라.
▲ 순천만 갯벌 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의 순천만은 그리움이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쫓아 사색의 벌판 순천만을 끝없이 달려보라.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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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초 붉게 타오르는 장산갯벌. 짱뚱어 팔짝팔짝 뛰는 갯벌에 찔룩게는 눈자루를 치켜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다. 장산갯벌은 갯벌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구 쪽으로 내달려 화포해변을 향해간다. 마을길에는 가을햇살에 벼를 말리고 있다.

갯내음을 맡으며 화포 해안도로를 달린다. 물이 드는 바다에 조각배 하나 바닷물에 넘실댄다. 바닷가 외딴집 돌담장에는 기다란 대나무 가로놓여 있고 그물이 걸쳐져 있다. 구름 속에 숨어든 현란한 빛의 산란. 고요한 바다는 호수처럼 애잔하다.

햇살이 부서지는 가을날의 순천만은 그리움이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쫓아 사색의 벌판 순천만을 끝없이 달려보라. 갈대꽃은 솜털처럼 한없이 피어오른다. 물 빠진 포구, 어선은 갯벌에서 허우적대고 어부들은 고기잡이 채비를 한다. 딴 세상에 온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갈대, #갈대 울음소리, #대대포구 , #화포, #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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