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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는 '2007 대선 토론회'를 개최한다. 대선을 불과 2달여 남짓 앞 둔 상태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모색키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밀기 위한 토론회라는 비난과 함께 매년 대선철만 다가오면 연례행사처럼 개최한다는 냉소도 뒤따른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목정평 상임의장 이근복 목사는 "청년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통합신당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선 과정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기독교적 가치가 뭔지 고민하고 만들어 내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대선을 앞두고 의무감에서 개최된 토론회라는 인상을 준 측면도 있지만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화에서 피폐해진 민중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선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 후보나 정당을 밀기 위한 토론회는 아니지만 반 한나라당이란 큰 윤곽은 그려져 있다"며 "한나라당 후보가 좋다 싫다를 떠나 대운하, 교육문제 등 추진하는 정책에서 기독교 운동이 추구했던 것하고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에큐메니칼 진영 내 원로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민주신당파'와 젊은 목회자들을 축으로 한 '민주노동당파' 간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의견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라며 "기독교 운동이 소중하다고 모두 생각하는 분들인데 늘 5년마다 대선 때문에 분열할 필요가 없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내놓고 오해가 있었던 것을 풀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목사는 "교회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때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기존의 가진 것들을 유지 및 확대하려고 하니까 사람들에게 이상한 집단으로 인식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목사와의 인터뷰는 15일 오후 한민족평화선교연구소에서 진행됐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특정 정당이나 후보 밀기 위한 토론회 아니다."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대선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어떤 입장을 갖고 대선을 볼 것이냐를 정리하는 자리다. 특정인 지지 여부를 떠나 대선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될 기독교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어떤 후보가 기독교적 가치를 구현해 낼 수 있는지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각 단체들에게 논찬과 제언을 부탁한 것은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어떤 일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찾아보기 위함이다."

 

-일각에선 특정 후보나 정당을 밀기 위함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목정평쪽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미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니까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
"청년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 통합신당 쪽으로 몰아가기 위함은 아니다. 사실 교회가 대선국면에 집착하는 것은 보기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교 운동을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고 그 가운데 대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모색키 위함이다."

 

-또 나오는 비판은 이번 토론회가 의무감 즉, 대선을 앞두고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따라 연례행사처럼 이뤄진다는 말도 나오는데.
"사실 그런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못 박진 못하겠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다르다.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화에 따라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때문에 누가 당선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번 대선이 이런 길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천박한 경제제일주의로 피폐해진 민중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올바른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대선 때마다 에큐메니칼 진영 분열할 필요 있는가"

 

-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키 위한 토론회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소위 에큐메니칼 진영에선 반 한나라당이란 큰 윤곽이 그려진 것 아닌가.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독교가 추구하는 하나님 나라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 후보는 위험하다. 괜히 싫다 좋다를 떠나 한나라당 후보가 추구하는 정책을 봐라. 대운하부터 교육문제 등등 기독교 운동이 추구했던 것하곤 차이가 많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반 한나라당 정서)가 생기는 것이지 개인의 좋고 나쁨은 아니다."

 

- 말이 나왔으니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에큐메니칼 진영에선 목정평을 중심으로 한 원로 목회자들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미는 모양새다. 반면 젊은 목회자를 축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보며 과연 이 두 정당이 기독교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의견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 이 문제를 덮어놓는 것이 아니라 터놓고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뭐가 우려되고 문제가 되는지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대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일 뿐이다. 모두 기독교 운동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인데 늘 5년마다 대선 때문에 분열할 필요가 없다. 이번 토론회가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두 정당이 과연 기독교적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선 완벽할 순 없다고 본다. 두 정당 모두 기독교적 가치관을 부분적으로 갖고 있다. 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기독교적 가치란 무엇인가.
"정의, 평화, 창조질서 보존 등이다. 현재는 민중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양극화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천박한 경제지상주의 속에서 신음하는 민중들의 삶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기독교적 관점을 내세우다 보면 세상과 오히려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진 않는가.
"정의, 인권, 평화 등을 추상화 해버리면 세상과 소통이 불가능해질 것이지만 현실적인 가치들로 만들어 내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정의라면 노동자가 일한 만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받지 않고 동일 임금을 받는 것이다. 평화는 남북한이 핵 문제를 넘어 경제협력을 진행해가며 종전을 통한 평화구축 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기독교가 지지하고 목소리를 낸다면 세상과 소통이 불가능할 것 같은가."

 

-진보교회도 마찬가지지만 보수교회는 정치권을 압박하는 목소리를 많이 낸다. 이 가운데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목소리도 많은 게 사실이다. 교회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때 필요한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특권의식은 군사정권 시절 형성됐다. 정통성이 없는 군사정부를 밀면서 보수진영은 특혜를 많이 받아 특권의식이 형성됐다. 민주화된 정치체제에선 특권을 보장받지 못하니까 손해의식과 불안감 등의 작용으로 현 집권당에 합리성이 상실된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한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나누고 섬기는 기본자세를 갖게 된다면 천박하게 정치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자꾸 기존의 것들을 유지 및 확대하려고 하니까 무리수를 두게 되고 불필요한 발언을 일삼아 사람들에게 이상한 집단으로 인식된다."

 

"이명박 장로의 경제지상주의, 기독교 정신에 위배"

 

-현재 교회 내 대다수 교인들은 이명박 장로의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보나.
"현실적인 삶이 어려운건 사실이다. 청년 실업자가 넘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무조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날 경제 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망각하는 말이다. 경제제일주의 가치관이 과연 기독교 정신에 부합되는가. 도대체 예수 믿는 사람이 뭐냐. 믿는 사람을 달라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경제만이 제일이라고 외치더라도 우리는 예수의 삶을 본받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로선 경제적 부의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또, 기독교인들이 경제지상주의에 빠진 사회적 가치관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때 사회는 건강해진다고 본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세상의 움직임에 휩쓸려 경제 대통령을 찾는다면 우리 사회는 또 질곡으로 빠질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기독교인이 정신 차리고 내가 왜 기독교인인지 물어봐야 할 때다."

 

-이번 2007 대선이 갖는 의미를 평가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디로 나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성장만 외치는 성장 지상주의로 갈 것이냐, 아니면 서로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또, 남북 화해 무드가 새로운 대결구도로 빠질 수 있는 기로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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