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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정동영 후보가 1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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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날부터 '속도전'을 펼쳤다. 정동영 후보는 시장 방문으로 대선 후보 일정을 시작했다.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에도 ‘몽골 기병’을 표방하며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곧 이어 정 후보는 국립 현충원과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당산동 중앙당사를 찾아가 당직자들을 격려하는 '기동전'을 펼쳤다. 대선이 불과 60여일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후보로 선출된 그로서는 빠른 속도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의 1 대 1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청계천 식구' 정동영이 40년만에 다시 찾은 청계천 평화시장

정동영 후보는 16일 새벽 5시 30분에 동대문 평화시장의 통일상가를 방문해 상인들을 만났다. 평화시장 방문은 재래시장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 후보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자 경선 공약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서울대 재학중인 20대 때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만든 옷을 청계천 평화시장에 납품하며 세 동생을 건사했다. 그 때 '청계천 식구'였던 소년가장이 40년만에 여당 대선 후보가 되어 다시 찾은 것이다.

그는 전날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6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가장'이 되어 18살에 모친과 함께 상경해 판잣집에 살면서 옷을 만들어 동대문 평화시장에 내다 팔아 먹고살았다"고 술회했다. 그래서 서민들의 눈물과 고달픈 삶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얘기였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 3월 역대 통일부장관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해 즉석에서 한 북한 여성 근로자의 재봉틀에 앉아 여성용 팬티를 능숙하게(?) 재봉하는 솜씨를 과시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개성동영'의 재봉질 정동영 후보는 지난 3월 역대 통일부장관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해 즉석에서 한 북한 여성 근로자의 재봉틀에 앉아 여성용 팬티를 능숙하게(?) 재봉하는 솜씨를 과시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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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 후보는 지난 3월 임동원, 박재규 장관 등 역대 통일부장관들과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즉석에서 한 북한 여성 근로자의 재봉틀에 앉아 여성용 팬티를 능숙하게(?) 재봉하는 솜씨를 과시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픔과 애환이 배어있는 웃음이었다.

범여권의 대표 주자로서 지지율 50%대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이 후보와의 1 대 1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내부의 과제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과제다.

두 가지 과제는 각각 전-현직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다. 정 후보는 15일 후보지명 수락연설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제3기 민주정부'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10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성과와 공은 그것대로 발전시키고 한계는 극복함으로써 지난 10년 씨 뿌리고 밭 갈았던 열매를 딸 것"이라며 "그 열매를 4800만 국민께 골고루 나눠드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후보 수락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가 끝나면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께 감사 전화를 드리고 기회가 되면 찾아 뵐 생각이다"면서 "저는 국민정부·참여정부의 적통성을 가지고 있는 후보라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협력을 얻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의 협력을 얻고 싶다”고 도움을 청했다.

내부의 과제는 당내 화합과 상처의 치유

정 후보에게 주어진 내부의 과제는 당내 화합과 상처의 치유다. 더 구체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노(親盧) 세력과의 화합이다.

이번 경선에서 친노의 대표주자로 출마한 이해찬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며 "모든 앙금을 털고 12월 승리를 위해 전진하자"고 호소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앙금없는 화합을 강조했지만 그는 친노 주식회사의 '바지사장'일 뿐 '오너'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15일 오후 신당의 후보로 확정된 정 후보의 전화를 받았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10여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당선을 축하한다, 앞으로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고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통령 후보 사이에 이뤄진 10여분간의 통화 내용치고는 무척 짧고 앙금이 묻어 있다.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는 노 대통령도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정 후보는 지난 4월 27일 노 대통령과의 단독회동을 통해 정치적 결별을 고했고 6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면서 노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 그래서 이날 정 후보가 먼저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걺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풀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정 후보의 당선을 축하면서도 '상처의 치유'를 주문함으로써 일단 두고 보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 또한 수락연설에서 "창당 후 두달 동안 치열하게 경쟁했고 상처와 분열이 생겼다"며 "이제 치유와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치유와 통합의 대상에는 노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결국 노 대통령과 정 후보가 동시에 ‘치유와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일단 두 사람간 관계 복원의 실마리와 공감대는 연결된 셈이다. 다만 정 후보가 공언한 만큼 빠른 속도로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지는 미지수이다.

외부의 과제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

정 후보가 풀어야 할 외부의 과제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것이다.

이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메시지와 물밑 조정이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한나라당과의 1대1 구도를 만들라" "대통합이 안 되면 나중에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당 경선이 진행 중이던 9월 말에는 '신당+민주당+문국현 후보 단일화'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15일 저녁 정 후보가 전화를 걸어 당선 인사를 하자 "TV로 연설을 잘 봤다, 잘하더라, 앞으로 잘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최경환 공보비서관을 통해 "신당이 원만하게 후보 선출을 마무리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범여권 후보 문제는 국민여론을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입장에서는 ‘국민여론을 살피라’는 원론적 얘기지만 문국현의 ‘문’자가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스런 일이다. 정 후보는 오는 20일 김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다. 그 자리에서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제3기 민주정부’의 적통성을 가진 후보로서 단일화 우위론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 및 그 방법'에 대해 묻자 "141명 의원이 하나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민주개혁평화세력의 범주에 들어가는 모두가 힘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사와 요구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국민의사와 요구'는 DJ가 말한 '국민여론'과 일맥상통한다.

정 후보는 그러나 "여권 한편에서는 문국현 후보의 속도 조절론, 자기중심의 단일화 이야기도 있는데 단일화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냐"는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오늘은 좀 전에 말씀 드린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는 정동영-문국현-이인제 세 후보 중 누구도 '단일화 방법론'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은 여론조사뿐이다. 다만 대선 레이스에 뒤늦게 출발한 문국현 후보 진영이 일정한 여론 지지율을 얻을 때까지 시간 벌기로 최대한 단일화 시점을 늦추는 지연 전략인 반면에 정 후보 진영은 초반부터 상대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를 내 최대한 격차를 벌임으로써 포기하게 하는 속도전 전략이다.

정동영 후보가 후보지명 수락연설에서 이명박 후보와의 1 대 1 텔레비전 토론을 제안한 것도 문 후보의 속도 조절론에 맞서 문 후보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속도전을 전개함으로써 문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거전을 이 후보와 1 대 1 양강구도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따라서 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당분간은 각계각층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잘 듣는 큰 귀를 가진 '그레이트 리스너'로서의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과 소통하고 화합하는 '통합의 리더십'과 '서민가정 지킴이'를 표방한 정 후보는 조만간 ‘그랜드 비전’을 발표해 이명박 후보와의 대립각을 세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정동영, #노무현,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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