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합 민주신당의 경선이 비노주자인 정동영의 승리로 끝났다. 반노주자인 손학규 후보가 2등을 하였고, 이른 바 친노세력은 많은 격차로 3위에 머물면서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이 연합하고 신기남과 김두관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너무도 승부예측이 쉬웠던 졸전이었다

 

1. 전략적 오류

 

이제 별다른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친노세력은 스스로의 전략적 오류를 돌아볼 시기가 됐다. 반드시 필패할 싸움을 시작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며 험로를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 고뇌해야할 시간이 된 것이다. 전략적 오류를 하나씩 돌아보는 것은 후일을 위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첫째, 대의명분을 버린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창당정신은 매우 숭고한 것이었다. 지역구도 극복, 상향식 정당, 깨끗한 정치, 백년가는 정당으로 책임정치 구현등 가장 훌륭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 그런 열린우리당을 대통합 민주신당에 갖다바친 대세추종에 대하여 심각한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준비없이 참여한 것이다. 정동영이 5년내내 준비하고 예행연습을 모두 마친 상태에서 자신에게 잘맞는 구도를 짜둔 상태에서 준비없이 갑자기 참여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바둑에서 호구에 두어 축머리에 몰린 저급한 수였다. 철저히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곳에 왜 참여를 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셋째, 경선룰에 대한 대응부족이다. 반드시 대리접수를 금지시켰어야한다. 대리접수는 곧 여론조사를 빙자한 지지성향 파악과 거기에 따르는 불법동원을 수반하게 되어 있었다. 이미 경선룰에 동의하고 나서 진행중에 문제를 제기한들 국민의 공감을 받기는 어려웠다.

 

넷째, 능력의 부족이다. 예비경선을 세명이나 통과했고, 단일화를 했지만 정작 단일화의 시너지를 전혀 누리지 못하였다. 이슈를 선점하고 부각하는 능력도 없었다. 언론의 노출빈도나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지지멸렬하고 말았다. 센세이셔널한 공약도 제시하지 못하고 경선과정의 불법만을 지적함으로써 네거티브를 주도한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썼다.

 

대의명분도 없고, 준비도 전무했으며, 엉터리룰에 동의하였던 것이 패착이다. 게다가 국민경선을 유리하게 이끌 아무런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뼈저린 패배만이 그들의 앞에 남아있다.

 

2.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만일 그들이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역사란 흘러가는 것이기에 가정법으로 기술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종종 과거에 대한 가정을 두고 추론하는 일이 있다. 단지 호기심에 불과할지 모르나 처절한 회한을 남기는 일이라면 반성하는 의미로 추론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대통합 민주신당에 참여를 거부하고 남아서 열린우리당을 사수하는 선택을 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대통합 민주신당은 민주당과 합당을 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전당대회를 통해서 당해산후 참여를 결정하려 했을 것이다. 친노세력이 그것을 저지하려 하면 저지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 저지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결과는 그리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막지 못했다면 다시 창당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당수는 이탈하여 극소수만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해찬과 유시민 그리고 몇명의 국회의원들이 남았다고 가정하자. 물론 신기남이나 김원웅, 김혁규, 강운태 등이 대선주자로 남았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수호한다는 대의명분이 남는다.

 

그렇게 남은 세력이 경선을 치르고 후보를 선출하였다고 치자. 대통합 민주신당이나 문국현등과 단일화의 한축이 될 수는 있었다. 물론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은 낮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을 소멸시키지 않고 나름의 정치기반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설사 대선에서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대의명분은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 된다.

 

대선이 끝나고 총선을 생각하면 암담한 상황을 마주할 테지만 그러나 책임정치의 원리에 입각하여 국민에게 호소한다면 회생할 길은 있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친노세력의 응집력에 상당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결국 주도적으로 대통합에 앞장선 이해찬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한다. 거기에 휩쓸려갔건 자의적으로 선택을 했건 유시민과 한명숙의 책임 또한 매우 중대하다. 대의명분을 상실하니 지지세력의 동력이 약화되어 처참한 패배를 한 것이다. 이들의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한다.

 

3.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거나 경선은 정동영의 승리로 끝났다. 친노세력의 앞에는 험로가 놓여있다. 당장 경선에 승복여부를 결정해야한다. 그것도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의 경우를 분리해서 보아야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경우 당연히 무조건 승복해야한다. 그것이 그나마 반칙세력으로 낙인찍혀서 영원히 정치판에서 거세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불복하면 곧 바로 이인제나 김민석 그리고 후단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복해야한다.

 

그렇다고 그동안 그렇게 비판하던 정동영을 위해서 선거를 도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일관성없는 태도 또한 지탄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선이 끝나기까지 숨죽이고 당내에서 죽은 듯 지내는 수 밖에 없다. 선거를 도울수도 없고, 경선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으니 당연히 조용히 죽어지내는 것이 상책이다.

 

반면 지지자들의 경우는 전혀 그러한 구속을 받을 필요가 없다. 다른 대안을 찾아서 지지하거나 도울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정당운동을 하거나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지하던 대상들이 설혹 정동영을 도와달라고 하더라도 사실 말을 들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각자의 길을 찾아서 자신의 주장을 펴면 누구도 말릴 수가 없다.

 

첫째, 진보정치의 싹을 키우는 대안이 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여 이 땅에 진보정치의 앞길을 여는 노력을 한다면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측 끝단을 향해 달려가는 한국정치의 균형추를 잡기 위한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길을 선택하리라 본다.

 

둘째, 반한나라당 진영의 집권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다면 정동영을 지지하거나 문국현을 지지하는 선택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정동영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국현에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둘 가능성이 높다. 별로 희망적인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선택의 대안으로 떠 오를 가능성은 있다.

 

셋째, 정치냉소와 외면을 선택하는 길이다. 이제 정치참여는 실패로 끝났다고 판단하여 냉소하고 외면하는 길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선택의 대안중 하나이다. 기권도 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분명히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냉소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매우 선택의 대안이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완전히 자신들의 존립근거조차 부인하지 않는다면 승복외에 방법이 없다. 차후 정치권의 변화를 주시하며 숨죽이고 있어야한다. 그러나 친노 지지자그룹은 다양한 선택을 하며 분화될 것이다. 그들이 분화될수록 위력은 없겠지만 그러한 분화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도 많은 분화를 겪었고, 그 분화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모든 책임은 정치인들이 지고 걸어가야한다. 대의를 잃은 선택의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여서 자신들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하는 바이다. 부디 국민의 외면을 받는 엉뚱한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친노세력#이해찬#신당경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