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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학교에서 만나."


아침 학교 가는 길 강릉 연곡초등학교 2학년 왕섭이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누나 은희에게 인사를 한다. 은희는 학교버스를 탈 수 있지만 동생은 1시간을 더 기다려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오후에 학교에서 이들 오누이의 인사는 "집에서 보자"다. 학교 공부는 동생이 2시 10분에 먼저 끝나지만 5시까지 시내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누나는 3시 30분에 출발하는 학교버스를 타고 먼저 집에 도착한다.

 

아침 저녁으로 두 대의 학교버스가 다니지만 동생 왕섭이는 탈 수 없다. 40분을 더 기다려 8시 30분 버스를 타면 9시가 넘어야 도착한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만년 지각생', 아침 독서시간에 매일 빠진다.

 

연곡에 살다가 삼산으로 이사온 아름(12)이도 원칙대로라면 신왕 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하지만 연곡초등학교에 그대로 다니느라 학교버스를 타지 못하고 있다. 아름이는 "친구들과 헤어지기도 싫고, 나중에 동창회를 혼자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힘들더라도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겠다"고 했다.

 

학생 태워줬다가 버스기사 시말서 쓰기도

 

이 마을에서 학교 버스를 탈 수 없는 아이들은 모두 18명. 2004년 연곡초등학교에서 신왕초등학교로 학군이 변경되면서다.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학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버스를 태워주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현재 5·6학년은 학군에 관계없이 연곡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학교버스를 탈 수 있지만 저학년은 안된다.

 

그나마 학교 측의 묵인으로 간혹 학교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강릉교육청의 지시로 9월1일부터는 전혀 탈 수 없게 됐다. 더 많은 학생들의 감소를 우려한 신왕초등학교의 문제제기 때문이란다. 버스 기사가 한번 태워줬다가 시말서를 쓰기까지 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한다.

 

학무모들은 연곡초등학교와 5분거리에 있는 신왕 초등학교의 폐교를 막으려는 무리한 행정이 이같은 일을 만들었다고 소리를 높인다.

 

이들이 사는 마을에도 분교가 있었다. 하지만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에 동의하고 복식수업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신왕초등학교로 옮겼다. 그런데 신왕초등학교 역시 학생수가 36명으로 줄어 복식 수업을 하게 됐고, 학부모들은 인근의 연곡초등학교로 다시 전학을 했다.

 

학부모 김영주(46)씨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조건의 학교에 보내려는 것은 모든 부모의 한결 같은 마음" 이라면서 "5분 거리의 큰 학교를 두고 복식수업을 하는 작은 학교에 보내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 마을의 대다수 주민들이 아이들의 주소를 연곡면의 친인척 집으로 옮겼다. 하지만 논밭이 있는 이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 하고 있는 것.

 

학부모들은 부모들에게 잘못이 있으면 부모들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학생들의 학습권과 등하교의 편의를 불모로 잡는 것은 교육청이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학군조정에 대해 자신을 비롯한 당사자인 학부모들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릉교육청 관계자는 "연곡면장, 시의원, 이장 등이 서면으로 동의하고 학부모 60명중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통해 결정했다"면서 "학군이 다른 학생들은 학교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마을 반장을 맡고 있는 반야사 주지 혜청 스님은 "연곡까지 차로 3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어린 아이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다닌다, 길가에 서성이는 아이들을 보면 사고 위험이 커 항상 조바심이 난다"면서 "작은 규모의 학교를 살리려는 학군 조정이 주민들간에 갈등을 만들고 어린학생들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통학을 불모로  다니기 힘들면 작은 학교 가라는 식의 교육 행정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연곡면 삼산리, #연곡초등학교, #신왕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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