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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경남 산청 소재 선영을 참배한 뒤 아버지의 무덤을 살펴보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13일 오후 경남 산청 소재 선영을 참배한 뒤 아버지의 무덤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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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후보가 선영에서 고향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선영에서 고향 마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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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아들’이 대통령 후보가 되어 아버지의 묘소를 참배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13일 오후 고향인 경남 산청 단성면 입석리를 찾았다. 권 후보는 2002년 11월 29일 16대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선영을 참배한 뒤 5년만에 다시 찾은 것.

선영으로 출발하기 전 권 후보는 창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 소감을 피력했다.

“아버지 묘소를 오랫동안 찾지 못했다. 당내 문제나 국회 활동으로 명절에도 찾지 못했다. 성묘도 못했는데, 아버지 묘소를 찾아서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말씀도 드리고 노동자 농민 서민의 후보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하겠다.”

권 후보는 이날 오전 창원에서 출발해 남해고속도로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거쳐 고향으로 향했다. 창원에서부터 산청까지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경찰 차량이 안내했다. 산청 단성면 소재지와 선영 아래 도로변에는 산청농민회에서 내건 환영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선영에는 집안 어르신들이 나와 제물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 후보의 아버지 묘소는 평범했다. 묘소의 주인공이 누구라는 사실만 알 수 있는 한자 몇 자가 적힌 작은 상석이 하나 있었고, 무덤 봉분은 낮았다.

권 후보는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린 뒤, 부인 강지연씨와 같이 절을 했다. 진주에 사는 여동생 권정순(58)씨가 가족들과 함께 와 있었다. 권 후보는 여동생의 손을 잡으면서 “왔어”라고 짧게 말했다.

권 후보의 선친 묘소는 한 차례 이장했다. 권 후보 스스로 이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권 후보의 선친 묘소 이장은 여느 정치인들이 이른바 명당을 찾는다며 옮긴 것과 다르다.

권 후보의 선친은 권우현. 한국전쟁 때 좌익 활동을 했다. 권 후보는 스스로 홈페이지 등에서 ‘빨치산 아들의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고 ‘자백’해 놓았다. 그의 선친은 지리산 일대 빨치산 토벌 때 마을에 내려왔다가 사망했다.

권 후보는 “사실 아버지는 언제 돌아가셨는지 정확히 모른다. 처음에 무덤이 길거리에 가묘로 있었는데, 뒤에 사회가 안정이 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권 후보의 선친 묘소는 한 차례 이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음복하고 돌아서는 권 후보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 쪽을 바라보면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권영길 후보가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선영을 참배했다.
 권영길 후보가 2002년에 이어 두번째로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선영을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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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후보가 부인 강지연씨와 함께 아버지 묘소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부인 강지연씨와 함께 아버지 묘소 앞에서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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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의 아들이란 꼬리표 달고 커"

-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해방 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다. 특히 농촌에서 교육이 급선무라고 여겨 학교를 세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다. 마을에 있던 입석초등학교를 세우고, 학생을 모집하는데 힘을 보탠 분이다. 전쟁(6․25)이 터지고 나서 저는 부산으로 갔다. 아버지께서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좌익 활동을 하시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빨치산 활동을 하다 지리산 일대에서 토벌이 있을 무렵, 우리가 살던 마을에 내려왔다가 돌아가셨다.”

- 아버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좌익 활동을 하셨나?
“무슨 직책인지는 모르지만 중심적인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안다. 얼마전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았다. 우리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분이 있는데, 그 분의 아버님이 저희 아버님 때문에 목숨을 구했다고 하더라. 최근 어느 행사장에서 그 분을 만났더니, 그 분이 저를 만나서 꼭 할 말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희 아버지가 내준 통행증을 받고 그 분의 아버지께서 목숨을 구했다고 하더라.”

-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도 열렸는데, 한국전쟁 때 비극을 안고 있는 집안으로서 느끼는 심정은?
“이념 대립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다. 국가적인 상처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볼 때도 정말 숱한 비극을 안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한국에서 조금만 들어가 보면 비극적 가족사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는 이념대립으로 인한 비극은 없어야 한다. 더구나 전쟁은 영원히 없어야 한다. 대립을 넘어서 진정한 화해가 있어야만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남북이 공존 공생 공영할 수 있어야 한다.”

- 홈페이지를 보니 ‘빨치산 아들의 꼬리표’라고 밝혀 놓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연좌제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 수가 없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살아가면서 연좌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법적 연좌제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서 무형의 정신적 연좌제에 시달렸다. 항상 끊임없이. 이 땅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고, 목숨조차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도 있었다. 꼬리표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반대로 북쪽에도 그런 사람이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화해를 해야 한다. 다시는 뒤에서, 숨어서 고통 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권영길 후보가 진주에 사는 동생 권정순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가 진주에 사는 동생 권정순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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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후보의 친척이라고 한 권재우(72)씨는 “우리 집안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왔으니 영광이다. 대통령이 꼭 되었으면 한다. 더 열심히 노력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동생 권정순씨는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오빠가 무엇보다 어렵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두 할머니, 권 후보 손잡으며 "열심히 해라"

산청향우회전국대회가 13일 오후 산천재 아래 강변에서 열렸는데, 권영길 후보가 연단에 올라 인사말을 한 뒤 할머니가 나와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권 후보 옆에 서 있는 최구식 의원이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며, 그 옆에 김재경 의원은 인사말을 계속하고 있다.
 산청향우회전국대회가 13일 오후 산천재 아래 강변에서 열렸는데, 권영길 후보가 연단에 올라 인사말을 한 뒤 할머니가 나와 손을 잡으며 인사하고 있다. 권 후보 옆에 서 있는 최구식 의원이 이 광경을 보고 있으며, 그 옆에 김재경 의원은 인사말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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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향우회 전국대회에 참석한 권영길 후보가 이강두 의원(가운데)과 이재근 산청군수(왼쪽)와 나란히 앉아 있다.
 산청향우회 전국대회에 참석한 권영길 후보가 이강두 의원(가운데)과 이재근 산청군수(왼쪽)와 나란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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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권영길 후보는 산청군 시천면 산천재 밑 강변에서 산청향우회전국연합회 주최로 열린 ‘산청향우회 전국대회’에 참석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향사람들을 만나 인사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500여명이 운집했는데, 권 후보가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나라당 소속 이재근 산청군수와 한나라당 소속 이강두(거창함양산청), 최구식(진주갑), 김재경(진주을) 의원도 함께 했다.

사회자는 선거법 규정 때문이 권 후보를 산청 출신의 국회의원으로 소개했다. 이강두 의원은 권 후보에 대해 “대통령 하겠다고 야심차게 출발하고 있는 분”이라 소개했으며, 권 후보와 같이 연단에 올라 축사를 한 최구식 의원은 “대통령 후보 옆에서 인사하니 저도 급이 좀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두 할머니가 연단 앞으로 나와 권 후보의 손을 잡으면서 반가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할머니는 “네 어머니도 잘 안다. 잘 될 것이다”고, 또 다른 할머니는 “너도 오늘 보니 많이 늙었네. 그래 열심히 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들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한동안 놓지 않으려고 했다.

이날 식전 행사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른 한 가수는 “평소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권영길 대선 후보, 선전하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남명 조식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며 학문을 닦았던 산천재를 이재근 군수의 안내로 둘러보기도 했다.

오전 '창원 공무원 한마음 전진대회'에도 참가

권영길 후보는 13일 오전 창원종합사격장 운동장에서 열린 '창원시 공무원.가족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권 후보가 손석형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장과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정영주 창원시의원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
 권영길 후보는 13일 오전 창원종합사격장 운동장에서 열린 '창원시 공무원.가족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권 후보가 손석형 민주노동당 창원시위원장과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정영주 창원시의원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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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권 후보는 창원종합사격장 운동장에서 열린 ‘2007 창원시 공무원 가족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 박완수 창원시장 등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한 권 후보는 “공무원과 가족은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 올해는 비오는 날이 더 많았는데,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날 마음껏 즐기고, 멋진 행정을 보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이날 저녁에는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열린 ‘가족 한마음 대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권영길 후보는 이날 하루 종일 국회의원 지역구인 창원과 고향인 산청을 밟으면서 지역구민과 고향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었다.
▲ '빨치산 아들' 권영길 후보, 선영 참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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