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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청문회는 집요하게 묻는 사람과, 대답 하느라 진땀 흘리는 사람이 있어야 '제 맛'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11일 오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작은 청문회-문국현을 검증한다'는 싱거웠다. 물이 잔뜩 들어가 싱거운 김치찌개에 밥 비벼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긍정적으로 본다면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에겐 '아직' 의혹이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평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이날도 그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오히려 링에 오른 권투 헤비급 챔피언처럼 자신감이 넘쳤다.

 

게다가 이날 김영춘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탈당과 함께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문 후보에겐 기쁜 소식이었다. 문 후보는 "유능한 김 의원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렸다"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밋밋한 청문회는 '인간 문국현'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그만큼 흥미있는 이야기 꺼리가 많지 않다는 걸 반증하기도 한다. 게다가 그와 경쟁을 펼치는 사람들이 나서 까칠하게 캐묻는 자리도 아니었다. 그래서 '청문회'보다는 인간 문국현을 알려주는 '설명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날 질문자로는 황희만 MBC 논설위원, 최영태 회계사 그리고 장유식 변호사가 나섰다. 승부를 가리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승자는 세 명을 혼자 상대한 문 후보였다. 그렇다고 질문자들이 패배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들은 마땅히 물어야 할 것들을 모두 물었다.

 

이날 나온 질문의 핵심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문국현, 정말 이명박 이길 수 있어?"
"재산 137억 너무 많은 거 아냐?"
"문국현 이미지와 20억 도곡동 렉슬 아파트는 안 어울리는데?"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날 청문회를 정리해본다.

 

#1. "문국현, 정말 이명박 이길 수 있어?"

 

"미국 선거에서도 기업인들이 자주 나서는데, 대부분 실패했다. 우리나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도 실패했는데, 도대체 왜 출마를 결심했나."

 

황희만 MBC 논설위원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한 것"이라며 이렇게 첫 질문을 던졌다.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언급하며 길게 답했다.

 

"이명박 후보도 경제인 출신이다. 그런데 그가 이끌었던 회사(현대건설)는 망했거나, 그의 주장대로 (BBK) 사기를 당했다. 왜 그가 하는 사업마다 실패하나. 그리고 왜 그렇게 본인과 친인척들의 부정 의혹이 많은가.

 

국민은 기업형 정부를 만들 수 있는 기업형 리더를 필요로 한다. 나는 자산 30조가 넘는 킴벌리클락의 북아시아 총괄사장이었다. 세계 여러 지도자들과 직접 협력한 세계 속의 경영인이었다. 그리고 24년 동안 사회개혁 운동을 하며 어떤 정치인보다 많은 일을 했다. 이제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바치려고 한다. 그래서 나섰다."

 

또 황 논설위원은 "선거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는데, 정말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방송사와 신문이 나에 대해서 충분히 보도를 해준다면, 아니 이명박 후보의 20분의 1이라도 나를 보도해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11월 말에는 내 지지율이 20~30%로 올라 이 후보와 1위를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2. "재산이 137억?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문 후보의 총 재산은 약 137억원 정도다. 현재 살고 있는 강남 도곡동 렉슬 아파트를 포함한 부동산이 21억원이고, 75억원에 이르는 유가 증권을 갖고 있다. 

 

문 후보는 "나는 대학원에서 투자 관리와 회계를 공부한 증권 전문가"라며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대부분은 포스코와 삼성전자인데 그동안 값이 많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문 후보는 "법을 어기게 될 것 같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최근에 지은 전원주택 말고는 부동산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킴벌리클락 북아시아 총괄 사장을 하면서 연간 대만에서 약 200억원, 중국에서 800억~9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냈다"며 "그 결과 몇백억원대의 스톡옵션도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문 후보는 "두 딸은 아버지가 유명한 회사 사장인데도, 월급 120만원 안팎의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보통의 젊은이"이라며 "친인척들에게 숨겨놓은 재산은 없고, 장인 장모도 삼풍 아파트 하나 가진 것 밖에 없다"고 밝혔다.

 

#3. "문국현 이미지와 20억 도곡동 렉슬 아파트는 안 어울리는데?"

 

"일부러 서민처럼 보이려고 하지 않겠다. 깨끗한 부는 아름답다. 고 유일한 회장은 1조원 가까운 재산을 모았지만 사회에서 존경을 받았다. 서민 흉내 내기보다는 부동산 값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20억원이나 하는 도곡동 렉슬 아파트에 사나?"라는 질문에 문 후보는 당당하게 답했다. 일부러 서민 흉내 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문 후보가 도곡동 렉슬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하면 "정말?"이라며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문 후보와 어울리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끌어들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이명박 후보 같은 사람들이 집값을 워낙 많이 올려놔서 그렇다. 회사와 가까워 94년에 산 아파트였다. 당시 재건축 대상 아파트였는데, 이렇게 값이 올라갈 줄 몰랐다. 내 돈은 7억원 정도 들어갔는데, 20억원 가까이 올랐다."

 

이밖에 문 후보는 "대선에서 떨어져도 절대 유한킴벌리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월간조선> 10월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이미 책은 다 팔렸지만, 우리나라도 '징벌적 배상'이란 제도를 만들어 나중에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많은 불쾌감을 나타냈다.


태그:#문국현,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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