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글날'과 같이 특정한 날이 되면 각종 미디어에서는 해당뉴스와 방송 프로그램을 쏟아내게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 한글날은 좀 예외인 듯하다. 신문과 인터넷 등에서는 '한글날' 관련한 각종 이야기와 기획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반해 유독 TV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한 손을 다 꼽기에도 부족한 숫자뿐이다.

우선 TV편성표에서 눈에 띄는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으로는 MBC의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KBS에는 <정재환의 한글사랑>이 있고 레귤러 프로그램으로는 KBS1의 <한글날 특집 - TV책을 말하다>와 KBS2의 <한글날 특집 - 상상 플러스>등이 전부로 파악된다.

교육방송 EBS와 서울방송 SBS에서는 '한글날'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단 한편도 방송하지 않았다. 상업방송인 SBS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공익채널인 EBS 교육방송조차 '한글날'을 기념하고 그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기회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많이 아쉽다.

MBC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은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신문에 소개되었다. 보도 내용의 중심에는 최재혁(46) 아나운서가 있다. 최재혁 아나운서가 매년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곁들여서 왜 그가 한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것을 프로그램화 하고 있는지를 함께 보도하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던 국내 지상파 4개사 중 유일하게 특집다운 내용을 방송하는 MBC가 있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다고 하겠다. 물론 KBS1의 경우는 방송사중 유일하게 <제 561돌 한글날 기념식>을 중계 방송했다. 이 점 역시 관련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공익채널 KBS의 당연한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쯤에서 2007 한글날을 기념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MBC 최재혁 아나운서가 기획하고 제작한  MBC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를 보자.

MBC한글날 특집 다큐 -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
 MBC한글날 특집 다큐 -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
ⓒ MBC

관련사진보기


이 프로그램의 주요 소재는 인도 구자라트 지방의 '구자라트문자', '쌍어문양', 일본의 '신대문자', '이세신궁유물', '신사의 신대문자', 김수로왕의 비가 가져왔다는 '파사석' 등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체 내용은 인도의 구자라트 문자나 일본의 신대문자와 우리의 한글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지난 1996년 케이블TV 중앙방송(Q채널)에서 '한글 그 비밀의 문'이라는 두 편의 연작 다큐멘터리로 한글의 창제와 기원 그리고 각종 유래설에 관해 조명했었다. 그 시리즈 중 1편인 '아히루 문자의 비밀'의 내용에서 다뤘던 소재는 일본의 신대문자, 이세신궁(伊勢神宮) 유물관련, 인도 구자라트 문자, 인도 아유타국에서 시집온 김수로왕의 비 허황옥이 가져왔다는 '파사석탑', 그리고 쌍어(双魚)문양, 자방고전(字倣古篆) 문제 등이다.  이런점에서 MBC의 2007년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은 많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MBC한글날 특집다큐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 _ 캡쳐화면
▲ 일본의 신대문자 MBC한글날 특집다큐 미스터리 한글, 해례 6211의 비밀 _ 캡쳐화면
ⓒ MBC

관련사진보기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이 김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오면서 가져왔다는 파사석으로 만튼 탑_파사석은 인도의 아요디아 지역에서 존재한다._MBC 한글날 특집 방송 화면 캡쳐
▲ 파사석탑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이 김수로왕과 결혼하기 위해 오면서 가져왔다는 파사석으로 만튼 탑_파사석은 인도의 아요디아 지역에서 존재한다._MBC 한글날 특집 방송 화면 캡쳐
ⓒ MBC

관련사진보기



특히 최재혁 아나운서 개인의 지극한 한글사랑이라고 하는 이해 할 수 없는 이유를 포함해서 이 같은 방송을 제작방영하는 것은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전파낭비'가 아닌가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든다. 여기에 더해 이번 MBC의 한글날 특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황당했던 내용은 바로 일본의 신대문자를 소개하면서 도쿄의 한 서예학원 원장을 등장시켜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생각을 일본 신대문자의 허구성을 일반화 하기 위해 인용했다는 사실이다.

신대문자를 한국으로 전했다고 주장하는 안도 겐세츠 _ MBC 한글날 특집 방송 화면 캡쳐
 신대문자를 한국으로 전했다고 주장하는 안도 겐세츠 _ MBC 한글날 특집 방송 화면 캡쳐
ⓒ MBC

관련사진보기


도쿄의 한 신대문자 서예학원의 원장이 자신은 전생에 남자였고 1500년 전에 일본의 신대문자를 가지고 한국으로 갔는데 그것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한글이라는 주장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을 일본 신대문자의 허구성과 긴밀히 연관시키면서 이러한 사실을 통해 결국 일본의 신대문자 연구자들은 근거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는 구성형식은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이 같은 논리의 주장은 오히려 특집 다큐멘터리가 아닌 한 번 보고 웃을 수 있는 쇼 오락 프로그램의 한 꼭지로도 부족한감이 있다. 이런 내용을 특집 다큐멘터리의 소재로 활용한다는것 자체는 본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자질을 의심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일본의 신대문자와 우리 한글이 일본인들 주장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내용을 소개하려고 했다면 그 이후에 소개되었던 '타쿠미야신사'의 목판유물 탁본으로도 충분했을것이다. 즉 그들이 주장하는 1000년 이전부터 유물로 전해진다는 신대문자가 적힌 목판물을 탁본해 봤더니 그곳에서 '카타가나'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천년이전의 목판유물이라고 주장하는 목판의 탁본에서 발견된 일본어 가타카나_MBC 한글날 특집 방송화면 캡쳐
▲ 신대문자가 적힌 유물의 탁본 천년이전의 목판유물이라고 주장하는 목판의 탁본에서 발견된 일본어 가타카나_MBC 한글날 특집 방송화면 캡쳐
ⓒ MBC

관련사진보기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아나운서가 한글날 국무총리상까지 받게 된 특집 다큐멘터리였기에 더욱 아쉽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더욱 아쉬운 점은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보편적 내용을 그대로 답습했고 심지어 10여년 전 케이블TV를 통해 제작되어 방송되었던 내용과 소재를 고스란히 옮겨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제작협찬을 한 기업이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국내의 수 없이 많은 독립제작사들이 프로그램 제작비에 허덕이고 좋은 기획안조차 실제로 프로그램화 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아쉬운 경우라 할 수 있다.

한글날 거의 모든 방송사의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많은 공공기관과 관공서들이 한글을 외면하고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리포트를 쏟아냈다. 리포트를 보면서 정작 자신들의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고민은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년 한글날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특집 프로그램들이 기획되고 방송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 다큐멘터리 정보카페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신대문자, #한글날, #방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