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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님이 양보해주시길 부탁합니다."

 

11일 오전 7시 40분께,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박근혜 전 대표였다. 김 의원의 최고위원 경선 출마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고뇌 끝에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강창희·전여옥 의원의 사퇴로 생긴 최고위원 2석을 놓고 오는 12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경선을 벌일 예정이었다.

 

'친 이명박' 진영에서는 전재희 의원이, '친 박근혜' 진영에서는 김무성·김학원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혀 친박 의원 간 표 대결이 예상됐었다.

 

박 "주위서 걱정 많다, 양보해달라" - 김 "그 말도 맞다, 알겠다"

 

그러나 이날 박 전 대표의 전화로 김 의원은 결국 후보에서 사퇴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이날 김 의원에게 "경선에서 저를 도왔던 두 분이 대결해 우리끼리 싸우는 것 같은 모습이 보기에 안좋다"며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김 의원께서 (박)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하셨고 저와도 더 가까운만큼 이번 경선에서 양보해주시길 부탁 드린다"며 최고위원 선거 출마 포기를 설득했다.

 

박 전 대표의 사퇴 제안 배경에는 당에서 그간 충청권 출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행정복합도시법 논란 때도 법 통과를 주도하고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서 피습 직후에도 대전을 먼저 찾아 유세를 하는 등 충청권을 신경써왔다.

 

박 전 대표의 말을 묵묵히 듣던 김 의원은 고심 끝에 "그 말도 맞다, 알겠다"라며 그 자리에서 박 전 대표의 뜻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김 의원도 심경이 편치만은 않다. 친박 진영의 의원들 다수가 "최고위원직에 우리 입장을 대변할 분이 한 분은 계셔야 한다"며 김 의원을 후보로 밀었고, 고민 끝에 출마 결심을 한 까닭이다.

 

김 의원, 휴대전화도 맡긴 채 잠적

 

김무성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직접 설득을 하니 결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아니냐"며 "어렵게 출마를 결심했는데 결국 중도에 포기하게 돼 본인도 괴로운 심정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 지도부에도 충청권 배려 차원에서 지명직·선출직 최고위원을 한 석씩 배려해주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는 등 조율을 시도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불만도 표시했다.

 

현재 김 의원은 "지방에 가겠다"며 휴대전화도 보좌관에게 맡긴 채 국회를 떠난 상태다.

 

김 의원의 출마 포기에 친박 진영에서도 아쉽다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한 의원은 "우리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할 분은 김무성 의원 밖에 없다"며 "이렇게 돼 뭐라고 말하기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12일 전국위원회에서는 전재희·김학원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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