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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라는게 가끔은 묘할 때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안'에 있는 사람들 못지 않게 '밖'에 있는 사람들도 돌아가는 사정을 잘 본다는 것입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에 북한 인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한국 대선에 있어 가장 확실한 정보력을 과시할 수 있는 미국 측도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이명박과 문국현 양자와 '면담'을 가졌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북한 인사'들의 발언을 주시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국현'을 연계시킬만한 키워드가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방문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만족스러울 리가 있겠느냐"면서 문국현 예비후보를 '범여권 단일화 대상'으로 언급한 것, 딱 하나뿐입니다.

 

하지만 발언 자체의 뉘앙스가 의미심장하긴 했습니다. 게다가 통합신당의 예비후보 3인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상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전화를 통해 "경선 판이 깨져서는 안된다. 완주해서 (경선을) 완성해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받고 이해찬 예비후보에게 전달하면서, 3자는 다시 모이게 됐습니다. '선거귀재'로서의 영향력이나 현 정권과 통합신당의 명분상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통합신당의 후보 3인은 서로 지나치게 할퀴고 물어뜯으면서 서로가 적잖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특히나 정동영 캠프를 향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던 이해찬 예비후보, 하지만 모바일 투표에서도 3위였다고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14일로 예정된 '원샷 경선'에서도 승산을 보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물론 모이긴 모였습니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서로가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세 예비후보 모두 저마다 약점이 있으며 '마이너스 이미지'도 있습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선점한 '경제 프레임'을 확실하게 깰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도 어려운 후보들입니다.

 

하지만 '범여권 단일화'를 염두에 둘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서는 통합신당 내에서 셋 중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대통합신당이 '경선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 다음단계인 '단일화'를 주목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합신당의 세 예비후보 모두에게는 뚜렷한 메시지도 주지 않았고, 특정주자를 '편애'하지도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런 판에, 문국현 예비후보가 프레스센터에서 마침 일정이 맞아떨어져 직접 찾아가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악수'와 '환담'을 보여줬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년간 모습조차 보기 어렵던 이인제 예비후보가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 과거 '탄핵'의 주모자로서 '단일화'의 가장 확실한 장애물로 인식될 조순형 의원이 경선을 포기하면서 "권노갑 전 의원과 연청이 조직적으로 이인제 예비후보를 돕고 있다"는 한 마디를 남긴 점, 꽤 의미심장하죠?

 

이인제 예비후보는 문국현 예비후보를 향해 '화장지 회사 사장'이었다고 비아냥거렸다지만, 글쎄요.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문국현'과 '이인제'를 거론하면 누구를 거론할 사람이 더 많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통합신당을 향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선, 그리고 조순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범여권 단일화' 밑그림은 사실상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김대중, 그 이름 석자의 의미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에서는 양날의 칼입니다. 그는 '팬'도 확실하지만, '안티'도 확실합니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그에 대한 '색깔론'을 향한 의심을 아직도 거두지 않은 유권자, 그리고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 과거 호남에서 그를 향한 '몰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유권자, 이런 유권자들은 '김대중'이라는 이름을 부정적으로 인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과 문국현의 악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문국현 예비후보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당 후보 시절에 정치 스승 격인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를 보여줬다가 오랫동안 고생한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과 '김영삼'은 다르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사실상 상실했습니다. IMF 사태의 충격이 너무 극심했기 때문이며, 그 여파가 아직까지 미친다는 말도 어느 정도는 맞기 때문입니다.

 

또한, '김대중의 안티들'은 어차피 오래전부터 한나라당에 투표해온 골수지지자들일 가능성도 큽니다. 조중동 프레임에 갖혀 '잃어버린 10년'을 사실로 받아들인 유권자들일 가능성도 크죠. 이 유권자들에 대해서는, 어차피 '김대중'과는 별개로 TV토론과 같은 직접적이고도 공개적인 공간에서 문국현 예비후보가 직접 어필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북 퍼주기'라는 원색적인 비난에 굴하지 않고 '햇볕정책'이라는 화해의 틀을 마련해 지금의 분위기를 사실상 뼈대부터 설계해온 인물입니다. 프랑스의 <르몽드>를 비롯한 외신에서도 지금까지 그를 꾸준히 인터뷰하러 찾아온다는 것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국제적인 영향력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며, 그 영향력이란 그의 탁월한 '국제정치 전략'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누가, 미국의 '네오콘'을 향해 "북한 문제에서 손 떼라"고 일갈할 수 있으며, 부시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딱 한 사람 밖에 없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햇볕정책'과 '동북아 균형자론'을 이어받아 진화시킨 '환동해경제협력벨트'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 비전이 원활하게 움직인다면, '북미수교'를 뛰어넘어 동북아와 미국을 활력있는 벨트로 묶으면서 '환황해경제협력벨트'에서 독주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국제적 장치'의 역할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과 대담을 통해서도 실현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목'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서로 할퀴느라 치명상을 입은 통합신당의 세 예비후보, 민주당의 '이인제'나 '김민석', 그리고 '문국현'. '선거전략가'라면 누구를 눈여겨볼까요?

 

문국현의 약점은 정치 경험 전무?

 

문국현 예비후보는 아직 뚜렷한 정당 기반도 없이 오직 '이름'으로 승부하고 있으며 '범여권 장외주자'라는 타이틀만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5~8%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이해찬 예비후보나 이인제 예비후보는 문국현 예비후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검증'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명박은 서울시장이라도 했지, 문국현은 공직경험이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국현 예비후보는 "기성 정치에 국민은 실망했으며, 행복을 주는게 정치력"이라고 응수했습니다. 행정경험을 쌓았다는 이명박 후보만 해도 그렇습니다. '대중교통체제 개편'이나 '청계천 복구'와 같은 눈에 보이는 이력을 남기기는 했지만, 청계천에는 때 아닌 쥐떼가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으며 'AIG 의혹'과 같은 아직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은 치명상이 있습니다.

 

어차피 '검증'이라는 것은 지지율이 부각되면서 언론이 하기 시작할 것이며, TV토론이라는 아주 공개적이고도 명확한 자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하면 됩니다. 과거의 경력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이며 목표의식입니다. '정치공학'에 찌들고 서로 비리의혹이나 파내는 것이 '정치'는 아니죠. 그게 정치라면, '정치 경험'은 차라리 없는 편이 낫습니다. 

 

문국현, '범여권'은 서서히 잡아먹어야

 

그런 의미에서, 지금으로서는 지지율의 탄력을 고려했을 때, '창당'이 중요합니다. 가칭 '창조한국당'이라죠. 여기에 어떤 인물들이 가담하느냐는 점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범여권에서는 이계안·원혜영·이상민 등의 의원들이 가담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 그룹과 신망받는 시민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창당하고 지지율을 독자적으로 20-30%까지 끌어 올린 뒤에나 정치인들을 합류시킬 것"이라는 발언은 시의적절했습니다.

 

아무나 받아서는 안되죠. 문국현 예비후보가 정치인을 끌어올 수 있다면 아마도 대통합민주신당, 특히나 세 예비후보의 진흙탕 싸움에 지쳐버린 그외의 정치인들일텐데, 여기에서 '사람중심 진짜경제'에 공감하고 '백의종군'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의원들이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중의 '시각'을 자극하거나 명분을 줄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이나 유명 정치인이 가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아직 소문으로만 돌고 있는 '문국현-김근태 연대설'이나 문국현 예비후보가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대해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었으며 호흡이 잘 맞는다"고 이야기했던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만일 '창조한국당'이 이런 인물들을 가담시킬 수 있다면, 굳이 문국현 예비후보가 칼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통합신당을 서서히 '잡아먹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국현 예비후보는 '통합신당'을 잡아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시도를 했다가는 치명상을 입습니다. 의미있는 인물들과 손을 잡아 세를 확산시키면, 통합신당에는 혼란에 빠진 지도부와 세 예비후보의 캠프만 남게 됩니다. 통합신당의 지금으로 봐서는 이런 상황이 오면, '대중적 영향력의 빈곤'에 사로잡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세요. 세 예비후보의 캠프 관계자나 직접적인 지지자 아니면 통합신당에 호감 보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관련기사를 잘 보면, 세 예비후보의 열성적인 지지자들끼리 서로 욕설을 퍼붓는 와중에 '외지인'이 그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합신당이 '대중적 영향력의 빈곤'에 빠지면, 이런 모습은 인터넷 기사를 벗어나 오프라인의 현실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게 바로 '서서히 잡아먹는 모습'입니다. 이런 현실이 되면, 누가 되더라도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산을 보이기 어려울 듯합니다.

 

급변하는 정국, 중요한 것은 '초심'

 

11월 초에는 아주 대대적인 '정치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김경준 귀국'입니다. 만일, 김경준이 귀국하면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캠프와의 대결 이후로 모처럼 모든 것을 건 싸움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통합신당도 바보는 아니라서 '김경준'과 '에리카 김'을 동시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미있는 인물들과 손을 잡아 TV토론이나 뉴스 등에서 정책과 비전을 과시한다면,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정치혐오에 시달린 유권자들이라 해도 대권후보들의 TV토론을 안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때를 아주 확실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자가 승리합니다. 통합신당의 손학규 예비후보만 해도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흘렸던 '눈물'은 벌써 잊혀졌습니다.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놓고도 쉽게 잊혀질 여지를 남겨놓는다면, 그 정치인은 성공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초심'인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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