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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5일 밤 대전에서 열린 '창조한국대전본부' 창립대회에 참석, 참석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가 5일 밤 대전에서 열린 '창조한국대전본부' 창립대회에 참석, 참석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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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처럼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주고 싶다. 우리 문국현 지지자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상황과 조건도 좋아지고 있다. 'Again 2002'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당장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 캠프에서 청소라도 할 의향이 있다는 한 '문빠'의 말이다. 그는 문 후보 팬클럽 문함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1차 목적은 2002년 대선처럼 기적을 만들어 문국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고, 당당했다. 그러나 단 하나 "절대 자신의 실명과 닉네임을 밝히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노사모 출신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는 노사모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역시 많다. 노무현이란 인물의 시대정신보다는, 노무현 개인 지지에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 팬 사이트에서 노사모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런 일이다. 그러나 또 우리는 최소한 노사모 정도는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다."

"최소한 노사모 정도는 해야하는데..."

2007년 대선이 두 달여 남은 상황. 어쨌든 문 후보 지지자들은 ‘제2의 노사모’가 되고 싶어 한다. 험난한 정치판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는 문국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2002년의 노사모처럼 말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의 열정은 뜨겁다. 2살 쌍둥이 형제를 키우고 있는 주부 유지연씨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문 후보를 돕고 싶다"고 했다. 65세 안영씨는 "지금 이 순간 문 후보를 위해 빨리 뭔가를 하고 싶은데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진규동씨는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가꾼 나라인데, 이렇게 돈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수가 있는가"라며 "이명박 후보가 50%가 넘는 지지받는 걸 보면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진씨는 "문 후보가 지향하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유지연씨.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유지연씨.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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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열성 지지자들은 현재 세 개의 문 후보 팬클럽에 흩어져 있다. '세일러문'에서 이름을 바꾼 '희망문',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문함대(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민국들)', 그리고 네이버 카페 '문지기(문국현 지지하기)'.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8월 23일 전날 문을 연 '희망문'에는 9일 현재 6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과거 문 후보와 함께 생명의 숲 운동을 벌였던 인물 15명이 주축이 돼 만든 공간이다. 운영자 김상욱씨는 문 후보와 10년 동안 함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벌였던 사람이다.

그리고 지난 3월과 8월에 각각 문을 연 '문함대'에는 7600여 명이, '문지기'에는 1700여 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애초 '문함대'의 회원은 수백명이었는데, 문 후보의 대선출마 선언이후 급격히 늘었다.

문 후보 쪽은 이들 세 곳을 포함해 전체 인터넷 팬클럽에 가입한 회원 규모를 약 2만 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7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이명박 후보의 팬클럽 'MB연대'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그러나 각각 1만여 명이 가입돼 있는 정동영․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팬클럽에 비하면 거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게다가 문 후보가 정치 활동을 시작한 지 채 2개월이 안된 걸 감안하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2만명으로 늘어난 '문국현의 퀵서비스맨'

"문국현 현상은 일시적 돌풍이 아니라 시대의 대세이다. 내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문국현 솔루션과 희망제안을 전파하는 퀵서비스맨이 될 것이다."

지난 9월 18일 '희망문'에 한 회원이 남긴 글이다. 문 후보 팬클럽 공간에는 이처럼 '퀵서비스맨' '문국현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많다. 인지도가 낮은 문 후보를 알리기 위해 그의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또 몇몇 지지자들은 <월간조선> 2007년 10월호의 '왜곡보도'에 맞서 조선일보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 후보 팬클럽은 뚜렷한 한계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체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통합적인 흐름이 없다. 개별적으로 문 후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회원들의 주요 활동이다. 그래서 "빨리 뭔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재촉하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팬클럽 관계자들은 현재 통합 보다는 게릴라 전술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상진 '희망문' 운영자는 "흩어져 있는 팬클럽을 통합하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금은 흩어져 활동하는 게 좋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감시와 규제도 있는 만큼 지금 당장 회원들이 조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문함대'의 한 지역 담당자도 "때가 되면 저절로 크게 뭉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지지자들을 더 많이 끌어 모으는 게 순서"라고 밝혔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팬클럽 운영자들은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수록 열성 회원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문 후보 콘텐츠는 응집력과는 거리가 멀다"

문국현 후보 팬클럽 '희망문' 홈페이지.
 문국현 후보 팬클럽 '희망문' 홈페이지.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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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 후보 지지자들은 2002년의 노사모처럼 폭발적인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과 문 후보 캠프에서는 "과거와 상황도 바뀌었지만 노사모와 문국현 지지자들은 뚜렷이 다른 점이 있다"며 "좀 더 두고 봐야한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사 미디어연구소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노무현의 콘텐츠가 지지자들의 거대한 응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문 후보의 콘텐츠는 분산된 다양한 개인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과거에는 분산되면 경쟁력이 없다고 봤는데, 이젠 오히려 결집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인터넷 미디어 환경도, 과거처럼 응집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주변 환경도 지지자를 끌어들이는 매력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또 최 기자는 "문 후보 지지자들 중에는 기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과 '이명박 대항마'로서 문 후보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지지자들에게 큰 응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 쪽은 "지지자들의 질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원 공보팀장은 "겉을 보면 문 후보 지지자들이 과거 노사모에 비해 열정의 강도가 떨어지는 것 같지만, 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노사모는 20~30대가 주축이었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40대가 주축이다, 그만큼 차분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 팀장은 "이들은 문 후보 개인에 열광하기보다는, 문 후보의 가치관과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노사모와 열정은 비슷하겠지만 분출되는 양상은 다를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일 문 후보는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5%를 기록했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도 4.3%를 기록했다. 순위는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이은 4위다. 3위 손학규 후보와는 1% 포인트 이내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조금씩 지지율이 상승하는 문 후보와 함께 그의 지지자들의 꿈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월 19일 흥겨운 춤을 추고 싶어 한다. 2002년 12월 19일의 노란 물결이, 2007년에는 어떤 빛깔로 대체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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